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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의 거울

엘드릭 대저택의 가장 높은 탑, 대마법사 오베론의 서재. 그곳은 침묵과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두터운 마법 강화 강철 문은 부서진 채 안쓰럽게 매달려 있었고, 그 너머로 보이는 방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공기 중에는 강력한 마법 잔류와 차가운 피 냄새가 뒤섞여 희미하게 감돌았다.

카이엔은 문턱에 선 채, 한 발자국도 들이지 않고 그 광경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마치 살아있는 탐침처럼 방 안의 모든 것을 훑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흑단 나무 책상에는 오베론 대마법사의 시신이 엎드려 있었다. 그의 등에는 화려한 의식용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고, 그 주변으로 퍼져나간 검붉은 자국은 생명의 끝을 선명히 증명했다.

“단장님, 다시 한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카이엔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그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문밖에서 방 안을 관찰하고 있었다.

수호기사단장 레온은 답답함에 미간을 찌푸린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벌써 백 번은 설명한 것 같은데, 탐정님. 이 방은… 닫혀 있었습니다. 안에서부터 걸린 빗장, 그리고 오베론 대마법사님께서 직접 펼치신 봉인 마법진까지.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었소. 저희는 마법진을 부수고, 빗장을 깨뜨려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살인자는 안에 갇혀있거나, 아니면 애초에 없었을 리가 없는데…”

레온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좌절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수십 년간 수많은 살인 사건을 접해왔지만, 이런 종류의 ‘밀실’ 살인은 처음이었다. 마법적인 밀실은 물리적 밀실보다 훨씬 더 완벽했다. 오베론 대마법사 정도 되는 분의 마법이라면, 쥐새끼 한 마리도 드나들 수 없었을 것이다.

카이엔은 대꾸 없이 시선을 움직였다. 책상 위에는 반쯤 펼쳐진 양피지 두루마리들이 널려 있었고, 그 위에는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복잡한 마법 기호들이 그려져 있었다. 바닥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마법진은 강력한 보호와 동시에, 다른 차원으로의 통로를 암시하는 듯했다.

“마법진은 언제 활성화되어 있었습니까?” 카이엔이 물었다.

집사 클레먼스가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답했다. 그는 평소에도 오베론 대마법사를 그림자처럼 모셨던 인물이었다. “대마법사님께서는 중요한 의식을 행하실 때마다 언제나 스스로를 봉인하셨습니다. 외부의 어떠한 방해도 허락지 않으셨지요. 어젯밤 늦게까지 서재에서 의식이 진행 중이라는 보고를 들었고, 오늘 아침 시각이 되어도 나오지 않으셔서… 단장님께 상황을 알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방의 봉인 마법진은 대마법사님께서 직접 거신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클레먼스의 얼굴에는 슬픔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카이엔은 마침내 한 발짝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시선은 시신을 지나, 단검의 손잡이에 잠시 머물렀다. 단검은 화려하고 섬세한 은 세공이 돋보이는 의식용 도구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단검이 박힌 각도가 미묘하게 비틀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스스로의 힘으로 박힌 듯한 어색함.

그리고 카이엔은 천천히 몸을 숙여 바닥의 마법진을 살폈다. 마법진은 완벽해 보였으나, 아주 미세하게, 마력의 흐름이 한 지점에서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억지로 끊어진 연결점처럼. 그는 그 지점에 손가락을 대었다. 공기 중에는 오베론 대마법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법 잔향과 함께,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느껴지는 *낯선* 마력이 섞여 있었다. 너무나 희미해서 일반적인 감지로는 불가능할 정도였다.

“단장님, 이 방을 처음 여셨을 때, 문이 부서지기 전, 방 외부에서 특이한 마력 반응을 감지한 적은 없습니까?” 카이엔이 질문을 던졌다.

레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부? 아니오. 이 방 전체는 오베론 대마법사님의 마법으로 완전히 감싸여 있었습니다. 외부 마력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즉시 경고가 울렸을 것이오.”

“그렇군요.” 카이엔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다시 천장으로, 그리고 창문으로 옮겨갔다. 창문은 두꺼운 강철 격자로 막혀 있었고, 역시 안에서부터 마법적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오베론 대마법사님께서 행하시던 의식의 종류는 무엇이었습니까?” 카이엔이 클레먼스에게 물었다.

클레먼스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그것은… ‘영혼 투사’ 의식이었습니다. 아주 위험하고 고난이도 의식이지요. 자신의 영혼을 육체로부터 분리하여 다른 차원으로 보내는… 그런 의식이었습니다.”

카이엔의 눈이 미세하게 빛났다. ‘영혼 투사’. 그것이었다. 그 모든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는 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영혼 투사 의식은 성공하면 자신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지만, 육체는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영혼이 떠난 동안 육체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봉인 마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클레먼스가 덧붙였다.

“그렇다면…” 카이엔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깊은 심연처럼 이해할 수 없는 빛을 담고 있었다. “이 방의 봉인 마법은 외부의 침입을 막는 동시에, 의식 중인 오베론 대마법사님의 육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 것이로군요. 그리고 그 봉인은 완벽했습니다.”

레온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살인자는 누구란 말이오? 유령이란 말이오? 저 단검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고, 대마법사님은 살해당하셨는데!”

카이엔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레온을 응시했다. “단장님, 이 밀실은 한 번도 침입당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거나, 마법진을 뚫고 나가지 않았어요.”

레온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소리요? 그럼 대마법사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말이오? 하지만 저 단검은… 자살이라고 보기엔 너무 깊숙이, 정교하게 박혀있소!”

카이엔은 시신이 있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단장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단검은 깊숙이 박혔으나, 자세히 보십시오. 박힌 각도가 매우 기묘합니다. 마치 외부의 힘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솟구쳐 나온 듯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는 한숨을 쉬듯 말을 이었다. “대마법사 오베론은 ‘영혼 투사’ 의식 중에 살해당했습니다. 그의 육체는 봉인된 방 안에 있었지만, 그의 영혼은… 이 방 밖에 있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카이엔에게 집중됐다. 그의 말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오베론 대마법사님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 취약해진 순간을 노렸습니다. 그가 육체를 보호하기 위해 마법으로 방을 봉인할 것을 알고, 완벽하게 밀폐된 이 방 *밖에서* 그의 영혼을 공격한 겁니다.”

레온이 경악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방 밖에서… 영혼을… 공격했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오? 그리고 그 영혼의 상처가 육체에 그대로…?”

카이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력한 영혼 투사 의식은 영혼과 육체를 아주 미세하지만 끈끈한 끈으로 연결해놓습니다. 영혼의 상처는 육체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지요. 특히나 치명적인 상처라면 말입니다. 이 단검은 의식의 일부분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영혼을 육체에 묶어두는 닻 역할을 했겠죠. 하지만 영혼이 외부에서 치명상을 입자, 그 충격이 육체로 전달되면서, 단검이 마치 자가 발동된 듯 심장을 꿰뚫었을 겁니다.”

카이엔은 바닥의 마법진, 그리고 방 문턱 바깥의 아주 미세한 마력 잔류를 가리켰다. “이 마법진은 완벽하게 육체를 보호하려 했으나, 영혼에 가해진 공격의 충격파는 막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턱 바깥에 남아있는 오베론 대마법사님의 희미한 마력 잔류… 이것은 그가 영혼의 형태로 잠시나마 이 방을 떠났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는 다시 레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결론적으로, 단장님. 밀실 살인은 일어났지만, 살인자는 한 번도 이 방에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그는 그저 오베론 대마법사님의 영혼이 방을 떠나기를 기다렸고, 그 취약한 순간을 노렸을 뿐입니다.”

“말도 안 돼…” 레온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누가… 누가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이오? 오베론 대마법사님의 영혼 투사 의식 시기와 그 취약점을 아는 자라면…!”

카이엔은 그의 말을 끊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누가 대마법사 오베론의 가장 깊은 비밀과 약점을 알고 있었는지를 찾아야 할 차례입니다.”

그의 시선은 잠시 클레먼스 집사에게, 그리고 뒤편에서 사색이 되어 서 있던 대마법사의 아내, 엘레나 부인을 향했다. 심연의 거울에 비친 진실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