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광활한 어둠 속에서, ‘나선’호는 고독한 먼지처럼 떠다녔다. 10년의 성간 탐사 임무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을 뿐. 함교의 통유리 너머로 쏟아지는 별들의 찬란함은 차라리 무관심에 가까웠다. 억겁의 시간 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저 심해 같은 우주처럼, 승무원들의 일상 역시 권태와 무감각에 절여진 지 오래였다.

“선장님, 저흽니다. 심우주 탐사정 ‘시그마-7’ 회수 준비 완료했습니다.”
단조로운 음성이 무전기를 타고 흘렀다. 관자놀이를 지분거리던 한승호 선장은 흐릿한 눈으로 주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 속에는 육각형 형태의 탐사정 ‘시그마-7’이 점멸하는 항법등을 깜빡이며 ‘나선’호의 회수 포트 쪽으로 느리게 다가오고 있었다.

“수고했어. 회수 직후 바로 데이터 추출해서 분석실로 올려. 특이사항 보고.”
“알겠습니다.”

익숙한 절차였다. 늘 그렇듯 아무것도 없는 허망한 데이터 더미가 올라올 터였다. 인류가 발견한 가장 먼 별무리와 은하들을 기록하고 귀환하는 것. 그게 이 임무의 유일한 목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탐사정 회수 후 약 30분 뒤, 분석실의 비상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선장실의 인터컴이 다급하게 울렸다.
“선장님! 박지혁입니다! 긴급 보고 있습니다!”
목소리는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미미하게 떨렸다. 한 선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박 박사, 무슨 일이지?”

“시그마-7이… 무언가를 포착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탐사정으로도, 어떤 망원경으로도 발견되지 않았던… 미지의 물질입니다.”
박지혁 박사의 목소리는 흥분과 더불어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미지의 물질? 구체적으로 설명해.”
“질량은 측정 불가능합니다. 빛을 흡수하고, 특정 파장의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모양은… 어떤 유클리드 기하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계속 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발현 지점입니다. 놈은… 이 우주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좌표에 있었습니다.”

한 선장은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좌표. 그건 단순히 인류의 지도에 없는 곳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물리 법칙이 깨지는 공간, 혹은… 아예 다른 차원이라는 뜻이었다.

“위치 파악 됐나?”
“네, 선장님. 분석실 메인 화면으로 전송했습니다.”

한 선장은 즉시 함교로 달려갔다. 메인 화면에는 어두운 심연 속에 떠 있는, 검고 매끄러운 덩어리가 보였다. 그것은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평평해 보였고,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날카로웠다. 빛을 반사하지 않고, 오히려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우주 공간에 검은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구멍은 끝없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게… 대체 뭡니까.”
부함장 김민준이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푸르게 질려 있었다.
“스캔 결과는?”
“모든 스캔 파장이 먹통입니다. 감마선, X선, 전자기파… 뭘 쏴도 돌아오지 않아요. 흡수되는 것 같습니다. 놈은… 일종의 블랙홀이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존재입니다.” 박지혁 박사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탐사정을 보내서 직접 조사해봐야 합니다.” 그는 이미 다음 단계를 제안하고 있었다.
“안 돼! 위험해!” 김민준 부함장이 길길이 날뛰었다. “저건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야! 건드려서는 안 돼!”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인류 최초의 발견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박지혁은 완강했다. 그의 눈에는 학자의 탐구열이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불꽃 너머에는 기묘한 광기가 서려 있는 듯했다.

한 선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10년의 임무 동안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주선 내의 모든 매뉴얼에는 ‘미지의 존재와 조우 시, 최우선으로 회피하고 지구 사령부에 보고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현재 위치는 지구로부터 수천 광년 떨어진 심우주였다. 보고를 하고 지침을 기다리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릴 것이다.

“접근한다.”
결정은 빠르고 단호했다. 함교에 정적이 흘렀다. 김민준 부함장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한 선장을 바라봤다.
“선장님…!”
“지구 사령부와 연락이 닿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 저것이 위협이 된다면, 우리는 여기서 인류를 지켜야 한다. 위협이 아니라면, 우리는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발견을 가져다줄 것이다.”
한 선장은 단호하게 명령했다.
“최대 출력으로 접근. 무장은 활성화하고, 모든 센서로 계속 주시한다. 비상 탈출 플랜은 상시 대기. 박 박사, 가장 안정적인 스캔 장비를 탑재한 무인 탐사정을 준비해. 먼저 저 놈에게 접근시켜.”

‘나선’호는 천천히, 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검은 유물로 향했다. 거대한 우주선이 거대한 덩어리를 향해 다가갈수록, 화면 속의 유물은 더욱 기이하게 왜곡되어 보였다. 마치 보는 사람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듯한, 혹은 시선 자체를 비틀어버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유물과의 거리가 100km로 좁혀졌을 때였다.
“선장님! 함선 시스템에 이상이 있습니다!” 항해사 이사벨라가 비명을 질렀다. “보조 동력원이 제어 불능입니다! 메인 시스템에 간섭이 감지됩니다!”
함교의 불빛이 순간적으로 깜빡였다. 계기판의 바늘들이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엔진 출력 비정상!”
“통신 끊깁니다!”
“젠장, 함선 방어막이 저절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 선장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수동 제어!”
김민준 부함장이 당황해서 손을 놀렸지만, 키보드와 터치 패널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면에는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선장님… 유물에서… 뭔가 뻗어 나옵니다!” 박지혁 박사가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검은 유물은 이제 더 이상 정적인 덩어리가 아니었다. 표면에서 마치 거대한 촉수 같은 검은 그림자들이 꿈틀거리며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들은 빛을 흡수하며, 마치 심해의 해파리처럼 느릿하게 ‘나선’호 쪽으로 다가왔다. 아니,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나선’호를 ‘뻗어 와서’ 붙잡으려는 듯했다.

“함선을 뒤로 물려! 전속 후진!” 한 선장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하지만 ‘나선’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젠장, 엔진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앞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사벨라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함교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비상벨이 울려 퍼지고, 경고등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선장의 머릿속에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으라.*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들렸다’. 뇌 속을 직접 울리는 듯한, 섬뜩하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선장님… 제 말 들리십니까? 머릿속에서… 뭔가… 들립니다.”
김민준 부함장이 자기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은 피 한 방울 없이 창백했다.
“나도… 나도 들려요…!” 이사벨라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너희가 찾는 것을 우리는 주노라.*
*너희가 두려워하는 것을 우리는 보여주노라.*

검은 촉수들이 ‘나선’호의 외벽에 닿았다. 부드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감겨들었다. 마치 거대한 뱀이 먹이를 휘감는 것처럼.
닿는 곳마다 선체에서 섬뜩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금속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선체의 외부 카메라에 잡힌 촉수들은 물질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선장님! 승무원들에게서 이상 반응이 보고됩니다! 일부는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고, 일부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통신병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으나, 이제 너희가 우리를 깨웠으니.*
*두려워 마라. 너희는 깨달음을 얻을지니.*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지고 강렬해졌다. 고통스러울 정도의 압박감이 한 선장의 뇌를 짓눌렀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는 문득 환영을 봤다.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서, 수많은 눈동자들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들은 하나같이 검고 깊었다. 별들의 잔해와 은하의 먼지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그 눈동자들은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저… ‘관찰’하고 있었다.

“선장님! 박 박사님이…!”
김민준 부함장의 외침에 한 선장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박지혁 박사는 이미 정신을 놓은 듯이 웃고 있었다. 그는 해맑게 웃으며 두 손을 검은 유물을 향해 뻗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황홀경에 빠진 듯했다. 마치 오랜 연인을 만난 사람처럼.
“아름다워… 드디어… 드디어 우리에게 답이 왔다…!”
그의 눈은 검게 변해 있었다. 동공은 풀려 있었고, 그 안에는 방금 한 선장이 봤던, 그 무수한 검은 눈동자들이 일렁이는 듯했다.

검은 촉수들이 ‘나선’호의 함교 유리를 관통하기 시작했다. 물질적인 형태를 띠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특수 합금 유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 들어왔다. 마치 안개처럼 스며들듯.
차갑고 끈적이는 그림자들이 함교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함교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환영하노라, 우리의 새로운 그릇이여.*

검은 그림자가 한 선장의 발끝을 감쌌다. 차갑고 역겨운 감촉이 온몸으로 퍼졌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 순간, 한 선장은 명확하게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외계 유물이 아니었다.
이것은… 존재였다.
아니, 인류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심연의 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신**이었다.

그리고 그 신은, 그들의 존재를 뒤흔들고 있었다.
함교의 모든 불빛이 꺼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수많은, 셀 수 없는, 검은 눈동자들이 번뜩였다.
나선호는 이제 심우주의 어둠 속에서, 길 잃은 먼지가 아닌, **누군가의 먹잇감**이 되어 고요히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깨달음을 얻었다.
인류는 혼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인류에게 축복이 아닌, 영원한 저주를 가져다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