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재가 된 도시의 새벽

지독한 쇳내와 흙먼지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를 긁었다. 강현우는 낡은 침낭을 걷어차며 몸을 일으켰다. 잠들기 전 쑤셔 넣었던 마른 빵 조각을 씹으니 텁텁한 모래를 삼키는 기분이었다. 벌써 며칠째 제대로 된 식사는커녕 깨끗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신음 소리에 현우는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찬 녹슨 파이프를 움켜쥐었다.

“괜찮아?”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침낭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그림자가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가느다란 팔다리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작은 몸은 어둠 속에서조차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듯했다. 소녀였다. 이름은 모르지만, 현우는 그녀를 ‘별똥별’이라 불렀다. 정확히 언제부터 함께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재앙이 세상을 덮친 후, 기억이란 사치스러운 것이었으니까.

별똥별은 고통스러운 듯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평소보다 더 창백했고, 눈 밑에는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 미약한 빛마저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열이 또 오르네.” 현우는 중얼거리며 젖은 천을 이마에 대주었다. 식수는 귀했지만, 저 아이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이 세상에서,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현우가 부여잡고 있는 책임감이었다.

밖은 아직 어두컴컴했지만, 저 멀리 금이 간 마천루 사이로 붉은 기운이 스며들고 있었다. 새벽이었다. 언제나처럼 불길하고 불안정한 새벽. 도시 전체가 거대한 유령처럼 거대하고 침묵했다. 아니, 완벽한 침묵은 아니었다. 먼지 덮인 바람이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무너진 건물 틈새를 휘젓고, 이따금 멀리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실려 왔다. 밤새 사냥감을 찾아 헤맸을 이형(異形)들의 흔적이었다.

“물, 물….” 별똥별이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오늘은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봐야겠어. 폐허가 된 병원이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을 거야.”

그 말에 별똥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폐허가 된 병원. 그곳은 생존자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은 장소였다. 재앙 이후 가장 먼저 변이체가 들끓기 시작한 곳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다른 대안은 없었다. 그녀를 살리려면.

현우는 가방을 챙겼다. 내용물은 단출했다. 낡은 나침반, 지저분한 지도, 몇 개의 빈 물통, 그리고 조악하게 개조된 낡은 식칼. 그의 유일한 무기는 허리춤의 녹슨 파이프였다. 비록 볼품없었지만, 수많은 이형들의 머리통을 박살 내고 그의 목숨을 구원해 준 동반자였다.

“기다려. 곧 돌아올게.” 현우는 별똥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가웠다. 마치 시체처럼.

별똥별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미약하게 미소 지었다. 그 희미한 빛이 현우의 심장을 아프게 찔렀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상처 입고 고통받는 와중에도, 그녀는 여전히 희망을 붙잡고 있는 유일한 존재처럼 보였다.

현우는 낡은 방공호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삐걱거리는 쇳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바깥세상은 여전히 회색빛이었다. 먼지, 부서진 건물 잔해, 그리고 알 수 없는 균열들. 그 균열들은 마치 거대한 상처처럼 도시 곳곳에 벌어져 있었다. 간헐적으로 그 안에서 기이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도 했고, 때로는 끔찍한 생명체들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현우는 폐허가 된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찢어진 간판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부서진 자동차들이 뼈대만 남긴 채 널브러져 있었다. 모든 것이 정지된 시간 같았다. 인간의 온기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공포와 침묵만이 군림했다.

몇 개의 블록을 지났을까. 멀리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스슥, 스스슥.* 마치 무언가가 땅을 기어가는 소리 같았다. 현우는 본능적으로 건물 잔해 뒤로 몸을 숨겼다. 숨을 죽인 채 소리가 나는 곳을 주시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바퀴벌레를 닮은 변이체였다. 원래 크기의 수십 배는 되는 흉측한 몸뚱이, 딱딱한 등껍질과 여섯 개의 날카로운 다리. 움직일 때마다 끈적한 체액이 흘러나왔다. 이름은 ‘강철 딱정벌레’. 무서운 속도와 경이로운 방어력으로 악명 높은 녀석이었다. 놈은 길 한복판에서 죽은 쥐의 시체를 뜯어먹고 있었다.

현우는 재빨리 경로를 바꿨다. 저런 놈과는 괜히 엮이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하지만 우회하는 길도 안전하지는 않았다. 낡은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야 했다. 이곳은 ‘날개 달린 벌레’들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작지만 독성이 강한 침을 가지고 있었고, 무리를 지어 움직였다.

조심스럽게 낡은 아파트 1층 창문을 넘어섰다. 내부에는 곰팡이 냄새와 죽음의 냄새가 진동했다. 현우는 파이프를 꽉 쥐고 복도를 따라 이동했다. 발밑에서 깨진 유리 조각들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갑자기, 위층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이익!* 동시에 윗천장에서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현우는 순간 몸을 낮췄다. 저건 분명 날개 달린 벌레들의 공격 소리였다. 누군가 이곳을 지나가다가 습격당한 것일까. 아니면, 사냥에 성공한 소리일까.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런 상황은 늘 현우에게 선택의 기로에 서게 했다. 다른 생존자를 외면하고 갈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도움을 줄 것인가. 대부분의 경우, 현우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전자를 택했다. 하지만 오늘은 별똥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어쩌면 그 비명 소리의 주인이 귀한 물건이라도 가지고 있을지 몰랐다. 물이나 약품 같은 것 말이다.

현우는 잠시 망설였다. *끼이이이익!* 비명 소리는 이제 더욱 가까워졌다. 살려달라는 처절한 외침은 아니었다. 마치 먹잇감을 제압하는 맹수의 울음소리 같았다.

“젠장.”

현우는 나지막이 욕을 내뱉으며 천천히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 한 발. 파이프를 든 손에 땀이 배어났다. 그는 자신이 어떤 지옥으로 발을 들이는지 알았다. 하지만 별똥별의 창백한 얼굴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이곳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