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돌바닥에 몸을 일으켰을 때, 뼈마디마다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텅 비어버린 왼쪽 눈구멍은 시릴 정도로 차가운 허공을 응시했고, 한때 검을 쥐었던 오른손목은 뒤틀린 흉터만 남긴 채 기형적으로 오그라들어 있었다. 나는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았다고 해야 할까. 그저, 죽지 못했다.

피 냄새가 났다. 내 것인지, 아니면 이 지독한 동굴에 스며든 오래된 살육의 잔해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손상되지 않은 오른손으로 축축한 바닥을 짚었다. 거친 돌기가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내 안의 분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분노. 그래, 그것만이 나를 이 어둠 속에서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카인…”

갈라진 목소리가 동굴 벽에 부딪혀 희미하게 울렸다. 그 이름은 혀끝에서 썩어 문드러지는 독약 같았다.

나는 기억한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잿빛 전쟁터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던 나를 그가 발견했다. 햇살처럼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던 소년. 서로의 등 뒤를 기꺼이 맡기며 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다. 우리는 ‘쌍성(雙星)’이라 불렸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두 개의 별. 세상은 우리를 영웅이라 불렀고,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짊어졌다. 적이 아무리 거대하고 강력해도, 우리가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어리석게도.

그날의 기억이 불현듯 머릿속을 찢고 들어왔다. 거대한 악마, ‘그림자 군주 모르그스’와의 결전. 멸망 직전의 세계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싸움이었다. 나는 선봉에 서서 길을 열었고, 카인은 내 뒤에서 강력한 성스러운 마법으로 전장을 지배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모르그스의 심장을 꿰뚫는 순간까지도,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느껴진 섬뜩한 한기.

*스걱.*

뼈를 긁고 들어오는 칼날의 감각은, 전신이 마비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동시에 심장을 꿰뚫는 듯한 엄청난 충격이 나를 덮쳤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거대한 모르그스의 육체는 이미 힘을 잃고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고, 나는 그 거대한 그림자에 파묻혔다.

쓰러지기 직전, 나는 뒤를 돌아봤다. 칼날을 쥔 카인의 얼굴은 놀랍도록 평온했다. 아니, 오히려 옅은 미소마저 머금고 있었다. 승리자의 미소이자, 동시에 나의 죽음을 축하하는 악마의 미소였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이젠, 내가 유일한 영웅이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뜨거운 피가 뿜어져 나왔고,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짓눌리는 시야 속에서, 수많은 기사단원들이 카인을 향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내가 쓰러진 잔해를 등진 채, 카인을 구원자라 칭송하고 있었다.

“흐… 흐흐흐…”

목구멍에서 찢어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몰랐겠지. 자신들의 구원자가, 진정한 구원자의 등에 칼을 꽂아 넣은 배신자라는 것을. 모르그스의 죽음은 카인의 손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의 마지막 일격으로 인한 것이었다. 나는 그림자 군주의 심장에 칼을 꽂은 채 죽어갔고, 카인은 그 피 묻은 검을 뽑아낸 뒤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해낸 것처럼 위장했다. 그리고 나를 그림자 군주의 시체와 함께 역사 속으로 파묻어 버렸다.

수많은 날들을 어둠 속에서 헤맸다.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끌어낸 것은, 알 수 없는 존재의 그림자였다. 그것은 형체도 없이 흐릿했지만, 내 안의 분노를 연료 삼아 나를 생사의 경계에서 붙잡아 두었다. 나는 육체의 절반을 잃었지만, 더 강한 무엇인가를 얻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어둠의 마법, 그것이 내 육체를 새롭게 구축했다. 살점은 뜯겨 나갔고, 뼈는 부러졌지만, 그 위에 덧씌워진 것은 차가운 그림자의 힘이었다.

“카인.”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목소리는 아까와 달랐다. 깊은 동굴의 바닥에서 솟아오른 듯한, 낮고 음산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오그라든 오른손목 대신, 손상되지 않은 왼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 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것은 이내 단단한 그림자의 칼날로 응축되었다. 길고 날카로운, 마치 밤의 심장에서 뽑아낸 듯한 칼날.

나는 일어섰다. 몸의 절반은 여전히 끔찍한 고통에 시달렸지만, 다른 절반은 차갑게 얼어붙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나의 시신이 묻혔을 모르그스의 그림자 속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쌍성’의 한쪽 날개가 아니었다. 나는 복수의 화신, 어둠의 심장이었다.

동굴 입구에서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 나는 그 빛을 향해 걸어갔다. 한때 나를 밝혀주었던 햇살 같은 빛이 아니라, 내가 꺼뜨려야 할 빛이었다. 카인은 지금쯤 화려한 왕궁에서, 영웅이라는 이름 아래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을 터였다. 그는 나를 잊었을까? 아니, 잊었든 말든 상관없다.

나는 잊지 않았다. 심장에 박혔던 칼날의 감각, 등 뒤에서 느껴졌던 싸늘한 시선, 그리고 그의 입술이 속삭였던 잔혹한 문장. 모든 것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이제, 내가 유일한 악몽이 되어줄게.”

검은 칼날이 내 의지에 따라 섬광처럼 번뜩였다. 차가운 그림자가 내 주변을 감쌌다. 밖으로 나가자, 숲의 고요함이 나를 맞았다. 한때는 평화로웠던 이 세상이, 이제는 나의 피와 증오로 물들게 될 터였다. 카인의 영광은 허상에 불과했다. 나는 그 허상을 찢고, 그의 영혼을 조각낼 것이다.

내 복수의 서막이, 지금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