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찬란한 도시의 불빛이 흉터처럼 내려앉은 어둠 속, 거대한 메카닉 구조물들이 솟아 있는 산업 지구의 심장부. 그곳에서도 가장 깊숙하고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베스터 연구소’의 정문 앞에, 낡은 중고 세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제복을 입은 경비들과 삼엄한 경계를 뚫고, 연구소 내부로 향하는 윤희성 경위의 곁으로 다가갔다.

“오셨습니까, 강 서진 씨.”

윤 경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은 톤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해답을 찾지 못한 이들의 특유한 절망감이 깃들어 있었다. 강 서진은 굳이 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이미 경비원의 어깨에 붙은 계급장부터, 윤 경위의 신발에 묻은 미세한 흙먼지까지 스캔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정보 조각이 그의 두뇌 속에서 정교하게 분류되는 것처럼.

“상황은 들었네. 엘드린 베스터 박사가 살해당했다. 그것도 자신의 연구실 안에서, 밀실 상태로.”
“네, 그렇습니다. 박사는 어제저녁 8시경, 평소처럼 개인 연구실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오늘 아침까지 그 누구도 연구실에 접근하거나, 연구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출입 기록과 내부 감시 카메라가 이를 증명합니다.”

강 서진은 차가운 금속으로 마감된 복도를 걸으며 윤 경위의 설명을 들었다. 그의 시선은 벽에 설치된 환기구의 격자 무늬부터 천장의 배선까지 훑었다.

“개인 연구실의 보안 수준은 어떻습니까?”
“연구소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생체 인식 잠금장치, 자동 봉쇄 시스템, 그리고 외부와의 통신은 오직 박사가 승인한 채널로만 가능합니다.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물리적인 강제 개방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마치 요새와 같죠.”
“그리고 그 요새는, 박사가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될 때까지 철저히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다?”
“네. 강제 개방 시도 흔적도 없었고, 박사가 직접 문을 열어준 기록도 없습니다. 결국 외부 침입은 불가능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인은?”
“머리에 고에너지 레이저 총상입니다. 한 방에 사망했습니다. 시신은… 꽤 훼손이 심합니다. 연구실 내부에는 레이저 발사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즉, 총기를 들고 들어간 범인이 박사를 살해한 후, 그 총기를 가지고 밀실에서 사라졌다는 결론 외에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윤 경위의 설명은 완벽한 모순이었다. 강 서진은 픽, 하고 짧게 웃었다. 비웃음이라기보다는 흥미롭다는 반응에 가까웠다.

“사라졌다, 라… 그럼 이제 그 마술의 현장을 직접 볼 차례군요.”

개인 연구실 앞에 도착했다. 묵직한 강철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위에 붉은색 ‘출입 통제’ 표지가 깜빡였다. 현장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마지막 잔여물이라도 찾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강 서진은 특별히 고안된 필터가 장착된 고글을 착용한 후, 현장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마치 미래의 예술품 전시장 같았다. 중앙에는 거대한 ‘타이탄’급 메카의 조종석으로 보이는 복잡한 장치가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투사될 준비를 마친 채 대기 중이었다. 온통 금속과 회로, 광섬유가 얽힌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조종석 옆 바닥에 엘드린 베스터 박사의 시신이 웅크린 채 쓰러져 있었다.

시신은 윤 경위의 말대로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고에너지 레이저가 관통한 흔적은 섬뜩할 정도로 선명했고, 주변 바닥은 탄화되어 있었다. 혈액은 굳어 검붉게 변해 있었고, 마치 고온의 열로 한순간에 생명이 소멸된 것처럼 보였다.

강 서진은 시신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방의 구조를 천천히 눈으로 훑었다. 벽, 천장, 바닥, 그리고 환기구.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그는 고글을 통해 미세한 먼지 입자의 흐름을 관찰했다. 공기 순환 시스템은 정상 작동 중이었지만, 눈에 띄게 큰 입자의 움직임은 없었다.

“들어오기 전, 현장 감식반이 이 방 안에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외부인의 지문이나 유전자 정보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겠군요.” 강 서진이 나직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오직 박사님 본인의 것만 나왔습니다.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었고, 박사님은 철저히 혼자였습니다.” 윤 경위가 답했다.

강 서진은 시신 옆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흘끗 보았다. 메카닉 설계도면의 일부, 알 수 없는 방정식들, 그리고 작은 홀로그램 프로젝터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굳이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은 시신의 자세에 고정되었다. 박사는 무언가를 움켜쥐려는 듯 손을 뻗은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

“이 방 안에서 레이저 발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말이… 흥미롭군요.” 강 서진이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 만약 누군가 레이저 건으로 박사님을 쏘고, 그 총을 가지고 사라졌다면… 그게 가장 큰 의문입니다. 어떻게 사라졌을까요?” 윤 경위가 고개를 저었다.

강 서진은 다시 한번 방 전체를 빠르게 스캔했다. 그의 시선은 천장의 금속 패널, 벽면에 매립된 전선, 그리고 조종석 내부의 복잡한 계기판을 거쳤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그는 천천히 움직이며 벽면의 한 구석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 불가능한, 미세한 그을음 자국이 있었다. 너무나 작아서, 일반적인 현장 감식 요원이라면 단순한 오염으로 치부하고 지나쳤을 흔적이었다.

그는 고글의 렌즈를 조절해 확대한 이미지를 바라보았다. 그을음 자국은 둥근 형태가 아니었다. 오히려 불규칙한 선을 그리며 퍼져나간 흔적이었다. 마치 무언가가 고열에 노출되었다가 빠르게 사라진 것처럼.

“박사님의 사인은 머리에 직접적인 레이저 총상이라고 했죠?” 강 서진이 물었다.
“네. 정확하게 관통했습니다.”
“그럼 시신 주변에 총기의 파괴 흔적이나 탄화된 발사 잔여물이 발견되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윤 경위님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방 안에서 그 어떤 레이저 발사 장치도 나오지 않았죠.”
“그렇습니다. 그게 저희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입니다.”

강 서진은 그을음 자국이 있는 벽에서 멀리 떨어진 반대편 벽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조종석 뒤편의 메카닉 제어판을 눈으로 훑었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마치 복잡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은 사람의 표정 같았다.

“이 방은… 완벽한 밀실이 아닙니다.”

윤 경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든 증거가 밀실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강 서진은 손가락으로 천장의 특정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눈에 띄지 않게 매립된, 작은 크기의 금속 패널이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변 구조물과 융화되어 있어, 아무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요. 이 방은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살해당하는 순간에는요.”

그의 시선은 다시 박사의 시신, 그리고 그의 손이 허공을 향해 뻗어 있던 자세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옆에 놓여 있던 홀로그램 프로젝터의 형태, 거기에 새겨진 미세한 스크래치를 눈치챘다.

“이 방에는, 밀실을 깨뜨릴 수 있는 ‘균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그 균열을 이용해 아주 교묘한 트릭을 사용했죠.”
“균열이라니요? 대체 어디에…!”

강 서진은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글을 벗으며 윤 경위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모든 미스터리를 꿰뚫어 보는 듯 차가웠다.

“이 방은 메카닉 설계 연구실이죠. 그렇다면, 박사는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설계한 메카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바로 그 메카가, 밀실 살인의 ‘도구’였을지도 모릅니다.”

윤 경위의 얼굴에 혼란이 가득했다. 메카가 살인 도구? 밀실 안에서?

강 서진은 이미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범인은 레이저 총을 들고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레이저 총은… 처음부터 이 방 안에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방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함정이었을지도 모르죠.”

그의 시선은 다시 천장의 작은 금속 패널로 향했다. 그 패널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강 서진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박사를 살해한 보이지 않는 손과, 밀실을 깨뜨린 교묘한 트릭의 그림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그 ‘균열’을 통해 무엇이 들어왔는지, 그리고 무엇이 나갔는지를 확인해야 할 때입니다.”

강 서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 경위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완벽해 보이는 밀실 안에, 대체 어떤 끔찍한 진실이 숨어있는 것인가. 그리고 강 서진이 지목한 ‘균열’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