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의 들불 1장: 톱니바퀴 아래
황동색 노을이 드리운 하늘은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공기 중에는 눅진한 석탄 가루와 기계 기름 냄새, 그리고 빵 굽는 냄새가 뒤섞여 묘한 불협화음을 이루었다. 이 모든 악취와 향기 속에서 가장 뚜렷한 것은 쉴 새 없이 울리는 강철의 마찰음, 증기압이 터져 나올 듯 끓어오르는 소리, 그리고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둔중한 진동이었다. 이곳, 제국의 심장이자 거대한 증기 도시, ‘아케디아’의 하층민 구역 ‘그림자 골목’은 언제나 그랬다.
카인은 이 소음과 냄새 속에서 태어났고, 그 속에서 자랐다. 그의 손은 항상 기름때와 기계 먼지로 거칠었지만, 그만큼 숙련되고 섬세했다. 낡은 작업등 아래, 카인은 증기압 조절기의 닳아버린 밸브를 신중하게 교체하고 있었다. 그의 땀방울이 이마에서 흘러내려 얇은 강철판 위로 떨어졌다. 칙, 칙, 하는 증기 소리와 함께 부품을 조이는 렌치의 금속성 마찰음만이 작업실을 채웠다.
“형, 이거 다 됐어?”
열두 살배기 리나가 작업실 문틈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의 얼굴은 늘 창백했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빛은 별처럼 반짝였다. 낡은 천 조각으로 덧대어진 옷차림은 언제나 그녀를 조그맣게 보이게 했다.
“이제 막 밸브만 갈았어. 오늘은 이것만이라도 고쳐놔야 리카르도 씨가 내일이라도 빵이라도 구울 수 있지.”
카인은 렌치를 내려놓고 기름 묻은 손등으로 땀을 닦았다. 리카르도 씨는 이 골목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빵을 파는 노인이었다. 그의 낡은 증기 오븐이 멈추면, 골목의 아이들은 하루 종일 배를 곯아야 했다.
“제국에서 또 ‘기동력 세금’을 올렸대. 리카르도 씨가 한숨을 그렇게 쉬더라.” 리나가 나지막이 말했다.
카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기동력 세금. 모든 증기 기관에 부과되는 세금이었다. 제국은 하층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작은 증기 보일러 하나에도 무거운 세금을 매겼다. 그들의 삶은 굴러가는 모든 톱니바퀴에 얽매여 있었다.
“걱정 마, 리나. 형이 어떻게든 할게.”
어떻게든. 그 ‘어떻게든’이 늘 카인의 어깨를 짓눌렀다. 제국의 거대한 그림자는 그들의 삶을 집어삼킬 듯 드리워져 있었다. 위로는 웅장한 황동색 첨탑과 유리창으로 번쩍이는 귀족 구역이, 아래로는 촘촘히 얽힌 강철 구조물과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증기 연기로 가득한 하층민 구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 도시의 모든 증기는 하층민의 피와 땀으로 끓어올랐다.
그때, 작업실 문이 벌컥 열리며 덩치 큰 사내, 올렉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좌절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카인! 들었어? 제국 병사들이 ‘붉은 안개 주점’을 덮쳤어!”
카인은 순간 렌치를 떨어뜨릴 뻔했다. 붉은 안개 주점은 올렉과 몇몇 뜻이 맞는 사람들이 은밀하게 모여 제국의 부당함을 토로하고 작은 불만을 나누던 곳이었다.
“왜? 무슨 일인데?” 카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세금! 세금을 기한 내에 못 냈다는 이유로… 가게 주인 부부가 끌려갔어. 그들의 어린 딸은 길바닥에 내던져지고!” 올렉은 벽을 주먹으로 쾅 쳤다. “빌어먹을 제국 놈들! 그들은 우리를 톱니바퀴 밑의 쥐새끼로밖에 보지 않아!”
리나는 올렉의 격양된 목소리에 놀라 카인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카인의 손이 저절로 굳게 쥐어졌다. 그의 눈앞에는 지난달 세금을 내지 못해 낡은 가게를 빼앗기고 길거리에 나앉았던 옆집 노부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이야?” 카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언제까지라니?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영원히 이럴 거야!” 올렉은 카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눈에는 절박함과 동시에 불꽃 같은 결의가 타오르고 있었다. “카인, 네 손은 어떤 기계든 살려낼 수 있어. 낡은 증기 기관이든, 고장 난 자동 병사든… 아니, 이 망가진 세상을 살려낼 수 있어!”
카인은 아무 말 없이 올렉의 눈을 응시했다. 그는 올렉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올렉은 꽤 오래전부터 ‘들불 모임’이라는 것을 조직해왔다. 제국의 부당함에 맞서 조용히 저항할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카인은 늘 망설였다. 리나가 있었으니까. 혹시라도 발각되면, 리나는 혼자 남겨질 터였다.
그때, 밖에서 둔중하고 일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땅거미가 내린 골목을 메우는 금속성의 울림. 제국 감시단이었다. 그들의 거대한 자동 병사 ‘철견’의 발소리는 언제나 하층민들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철견은 전신이 강철로 된 거대한 로봇으로, 등 뒤의 증기 파이프에서 흰 연기를 뿜어내며 위압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의 붉은 감시등은 그림자 속에서 섬뜩하게 빛났다.
“감시단이다…!” 리나가 카인의 옷자락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철견의 발소리는 작업실 앞을 지나쳐 더 깊은 골목으로 향하는 듯했다. 카인과 올렉은 숨을 죽였다. 잠시 후, 멀리서 철컹거리는 굉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시단의 싸늘한 목소리.
“제국 법령 제7조 위반! 선동죄로 체포한다!”
비명소리는 이내 억눌리고, 절규로 변했다. 카인은 리나를 자신의 품으로 더욱 끌어당겼다. 그의 눈에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였다. 제국은 이렇듯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단지 그들이 ‘선동’이라 부르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잡아갔다. 어쩌면 그저 제국에 대한 불만을 작은 목소리로 내뱉었을 뿐일지도 몰랐다.
올렉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저들을 봐, 카인… 저들은 우리를 인간으로도 보지 않아. 톱니바퀴의 부속품으로만 생각한다고!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카인은 감시단과 철견이 지나간 골목 너머, 희미하게 빛나는 황동색 첨탑들을 올려다보았다. 저곳에 사는 이들은 그림자 골목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저곳의 톱니바퀴는 하층민의 고통 위에서만 돌아간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카인의 거친 손이 렌치를 다시 쥐었다. 기름때 묻은 렌치는 차갑고 단단했다. 그는 더 이상 이 모든 것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나의 작은 몸을 끌어안으며, 카인은 결심했다.
“…올렉. 나도 참여하겠어.”
올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망이 그 눈동자에서 솟아났다.
“내 도구들은, 이 제국의 톱니바퀴를 멈추게 하는 데 쓰일 거야. 그리고… 새로운 톱니바퀴를 만드는 데 쓰일 거야.”
카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그의 시선은 이제 더 이상 황동색 첨탑이 아닌, 눈앞의 낡은 증기 기관, 그리고 그 기관을 움직일 새로운 불꽃을 향하고 있었다. 그림자 골목의 어둠 속에서, 아주 작지만 강렬한 불씨 하나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강철의 들불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