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1: 봉인된 서재

**[장면: 1]**

**[배경: 고풍스러운 한옥 서재. 창밖으로는 늦은 밤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책상 위에는 붓과 먹이 놓여 있고, 그 옆으로는 빛바랜 서책들이 즐비하다. 한편으로는 작은 무선 통신패가 놓여 화면이 번쩍이고 있다. 이율은 갓 내린 따뜻한 대추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있다.]**

**[액션: 이율은 무선 통신패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화면에는 복잡한 수식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그의 옆에 쌓인 서책들은 고서들인데, 군데군데 현대적인 디자인의 태블릿 PC가 꽂혀 있다. 그의 눈은 예리하고, 차를 마시는 손길은 놀랍도록 섬세하다.]**

**이율:**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흐음… 이 방정식, 어딘가 허점이 있군. 중력 상수를 이렇게 대입한다면…

**[액션: 통신패가 요란하게 울린다. 이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전화를 받는다.]**

**이율:** 이율입니다.

**강형사:** (통신패 너머 다급한 목소리) 이율 탐정님! 강형사입니다! 죄송합니다, 이 늦은 시간에… 하지만 급한 일입니다. 서둘러 주셔야겠습니다!

**이율:** (차분하게) 급하다는 말씀은 곧… 사건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겠지요. 장소와 사건 개요를 간략히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있는 곳은 한성부 동쪽 끝자락입니다.

**강형사:** 최만호 거상, 아시죠? 한성부 제일의 대상(大商)이신… 그분 별채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밀실 살인이라는 겁니다! 모든 문과 창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고, 경비 시스템은 멀쩡했습니다!

**이율:** (눈을 가늘게 뜨며) 최만호 거상이라… 그 분이라면 원한을 살 만한 이들도 적지 않았을 텐데. 밀실이라. 흥미롭군요. 주소를 알려주십시오.

**[장면: 2]**

**[배경: 한성부 외곽, 최만호 거상의 저택. 전통 한옥의 웅장함과 현대적인 보안 시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높은 담장 위로 센서등이 번쩍이고, 문 앞에는 경비대 소속의 굳건한 병사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다. 저택 안뜰은 비에 젖어 축축하고, 곳곳에 설치된 조명들이 스산한 분위기를 더한다. 별채 앞에는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고, 몇몇 수사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빗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액션: 이율이 고색창연한 전기 마차에서 내린다. 그의 옷차림은 밤 비에도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다. 그가 나타나자 강형사가 급히 달려온다.]**

**강형사:** 탐정님! 이 비에도 이렇게 일찍 와주시다니!

**이율:** (우산을 접으며) 시신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사건 현장은 어디입니까?

**강형사:** 이쪽입니다. 별채 서재입니다. 모든 초동 조치는 마쳤습니다. 과학수사대도 방금 도착해서 준비 중입니다.

**[액션: 강형사가 이율을 별채로 안내한다. 별채는 본채와는 달리 좀 더 소박하지만, 여전히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한옥 건물이다. 별채의 서재 문 앞에는 수사대원 두 명이 지키고 서 있다. 문은 두꺼운 전통 한옥 문인데, 겉으로는 아무런 손상도 보이지 않는다.]**

**이율:** (문을 훑어보며) 이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강형사:** 그렇습니다. 김집사가 아침에 주인 나리를 깨우러 갔다가 문이 잠겨 있어 이상하게 여겼답니다. 불러도 대답이 없자 곧바로 저희에게 신고했고요. 저희가 도착했을 때도 완벽한 밀실 상태였습니다. 결국 소방대원들이 문을 부수고 진입했습니다. 다행히 주요 증거는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이율:** 문이 부서진 흔적은…

**강형사:** (문틈을 가리키며) 이쪽입니다. 경첩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잠금장치가 있는 부분을 최소한으로 훼손했습니다. 자, 안으로 들어가시죠.

**[장면: 3]**

**[배경: 서재 내부. 고색창연한 서책과 현대적인 자료들이 뒤섞여 있는 공간이다. 정갈하게 놓인 책상 위에는 문방사우와 함께 무선 통신패가 놓여 있다. 방 한가운데에는 최만호 거상의 시신이 쓰러져 있다. 그는 고급스러운 비단 한복 차림이며, 가슴에는 선명한 자상이 보인다. 그의 눈은 감겨 있고, 표정은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어딘가 미묘한 불균형이 있다. 방 안 공기는 차갑고 무겁다. 과학수사대원들이 사진을 찍고, 지문을 채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다.]**

**[액션: 이율은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선다. 그의 시선은 시신을 스치듯 훑고, 곧이어 방의 구조와 내부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바닥, 벽, 천장, 창문, 그리고 책상 위의 물건들까지. 그의 시선은 마치 살아있는 탐색기처럼 모든 것을 스캔한다.]**

**이율:** 시신은 건드리지 않았습니까?

**강형사:** 최소한으로만 접촉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어젯밤 자정 무렵입니다. 사인은 날카로운 흉기에 의한 심장 자상이고요.

**이율:** (창문을 향해 걸어간다. 창호지 문은 굳게 닫혀 있고, 그 너머로는 빗소리가 들린다. 창호지 문을 가만히 응시한다. 창틀에는 미세한 먼지들이 그대로 쌓여 있다.) 창문은요?

**강형사:** 안에서 빗장이 굳게 걸려 있었습니다. 밖에는 철제 방범창도 설치되어 있고요. 어떤 훼손도 없었습니다. 이중 잠금인 셈이죠.

**[액션: 이율은 창문에서 물러나 방 전체를 다시 한번 천천히 훑는다. 서가, 책상 아래, 천장 구석까지. 그의 눈이 번뜩인다.]**

**이율:** 문 잠금장치는요? 부서지기 전에는 어떤 상태였습니까?

**강형사:** 안에서 걸쇠가 단단히 채워져 있었고, 그 위에 별도의 전자식 잠금장치도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외부에서는 절대 열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지문 인식 방식인데, 주인 나리 지문 외에는 접근 권한이 없었죠.

**이율:** (시신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흉기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강형사:** (시신 옆 바닥을 가리키며) 여기, 주인 나리 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액션: 이율의 시선이 바닥에 놓인 흉기로 향한다. 그것은 섬세한 은장도(銀粧刀)였다. 손잡이 부분에는 화려한 자개 장식이 되어 있고, 날은 길고 날카롭다. 피는 날의 절반 정도만 묻어 있다. 은장도는 마치 전시물처럼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이율:** (은장도를 응시하며) 은장도라… 이런 유품을 가지고 다니셨던 분이신가요?

**강형사:** 글쎄요. 저희도 처음 봅니다. 원래 서재 한쪽에 장식되어 있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율:** (고개를 갸웃하며) 흉기가 이렇게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는 점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격렬한 저항이나 몸싸움의 흔적도 보이지 않고, 흉기는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놓아둔 것처럼 보입니다.

**강형사:** 자살 가능성도 생각해봤습니다만… 스스로 심장을 찔렀다고 보기에는 상처의 각도가 너무 정확하고 깊었습니다. 게다가 밀실이니까요. 만약 자살이라면, 흉기가 왜 본인 손에 쥐여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이 전자 잠금장치는 어떻게 풀었을까요?

**이율:** (시신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관찰한다. 그의 시선이 시신 발치에 있는 작은 자개 상자에 닿는다. 상자는 닫혀 있다.) 이 상자는 무엇입니까?

**강형사:** (상자를 슬쩍 보며) 최만호 거상이 귀한 물건들을 보관할 때 사용하던 보관함이라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이율:** (가볍게 상자를 발로 톡 건드린다. 상자 밑으로 무언가 작고 얇은 것이 밀려 나온다. 이율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든다. 그것은 반으로 접힌 아주 얇고 투명한 종이쪽지였다.) 이것은…

**[액션: 이율은 종이쪽지를 펼친다. 종이에는 고운 글씨로 단 한 문장이 적혀 있다. 강형사가 옆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이율:** “바람이 닿지 않는 곳, 꽃잎이 날리는 시간.”

**강형사:** (갸우뚱) 이게 대체 무슨… 암호문인가요? 아니면 유서의 일부라도 되는 걸까요?

**이율:** (종이쪽지를 다시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아직은 알 수 없군요. 그러나… 이 문장과 은장도, 그리고 완벽한 밀실… 모든 것이 어딘가 부자연스럽습니다. 살인범은 이 방에서 최만호 거상을 살해하고, 흉기를 정갈하게 놓아둔 뒤, 모든 문을 잠그고 사라졌다는 뜻이 되는데… 어떻게 이 방을 나갈 수 있었을까요? 마치 유령이라도 된 것처럼 말입니다.

**[액션: 이율은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리고는 다시 바닥의 무늬를 응시한다. 그의 눈동자에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서재의 모든 것이 그에게는 거대한 퍼즐 조각들로 보인다. 그의 시선이 방 안의 모든 조명 기구를 훑는다.]**

**이율:** (나지막이 읊조리듯) 바람이 닿지 않는 곳… 꽃잎이 날리는 시간…

**[액션: 이율은 돌연 멈춰 서서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의 눈빛이 한순간 날카롭게 빛난다. 바닥의 마루 무늬가 미묘하게 어긋난 한 지점을 발견한 것이다. 다른 수사대원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주 사소한 어긋남이었다.]**

**이율:** (강형사를 돌아보며) 강형사님, 이 방에 설치된 모든 조명 기구를 점검해주십시오. 특히 천장에 매달린 등롱과 그 전선들을요. 그리고… 이 바닥 마루의 시공 도면을 확인해볼 수 있겠습니까?

**강형사:** (의아한 표정으로) 조명과 바닥 마루요? 그게 밀실 살인과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이율:** (빙긋 웃으며) 밀실은 없습니다, 강형사님. 이 세상에 완벽한 밀실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단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을 뿐이죠. 살인범은 보이지 않는 길을 통해 이 방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길이 어디였는지… 이제 막 단서를 찾은 것 같습니다.

**[액션: 이율은 바닥의 미묘하게 어긋난 마루 무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의 눈은 확신에 차 빛나고 있다. 그의 뒤로 서재를 비추는 조명들이 스산하게 빛난다. 빗소리는 여전히 창밖을 두드리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