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유리관 속의 비명

새벽 5시 12분, 스카이랩 7의 최상층 연구실에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적색 경고등은 우주를 유영하는 거대 물고기의 섬광 지느러미 같았다. 지상 1만 미터 상공에 홀로 떠 있는 이 거대한 연구 시설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정밀함으로 지어진 인류 과학의 총아였다. 그리고 지금, 그 완벽함은 산산이 조각나기 직전이었다.

경비 책임자 ‘마커스’는 땀으로 축축한 손으로 홀스터의 에너지 권총을 꽉 쥐었다. 그가 이끄는 긴급 보안팀은 복도 끝, ‘클린룸 알파’의 단단한 합금 문 앞에 멈춰 섰다. 문 위 대형 홀로그램 패널에는 ‘출입 금지. 생체 위험 물질 경고’라는 문구가 붉게 깜빡였다. 그리고 그 아래, 고열로 녹아내린 듯한 지문 인식기에 피 한 방울이 섬뜩하게 묻어 있었다.

“젠장, 닥터 카일런이 왜 문을 열지 않는 거야?” 마커스의 거친 숨소리가 무거운 침묵을 갈랐다.

보안팀원 중 하나가 소형 터미널을 조작하며 보고했다. “내부 시스템 응답 없음입니다. 비상 프로토콜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클린룸의 모든 외부 센서와 에어록은 정상 작동 중입니다.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럼 왜 내부에서 경고가 떴는데? 단순한 오작동이라고 할 셈인가?” 마커스가 언성을 높였다. 클린룸 알파는 닥터 카일런이 인류 역사상 가장 민감한 생체 AI 연구를 진행하던 곳이었다.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은 필수였다. 마지막으로 카일런이 문을 잠그고 들어간 시각은 어젯밤 자정이었다. 그 이후로 단 한 명의 출입 기록도 없었다.

“아뇨, 책임자님. 외부 침입은 없지만, 내부 생체 신호가… 닥터 카일런의 신호가 완전히 끊겼습니다.” 팀원의 목소리에 당혹감과 공포가 뒤섞였다.

마커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빌어먹을. 강제 개방해. 즉시!”

육중한 클린룸의 합금 문이 ‘쉬이이익’ 하는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옆으로 미끄러졌다. 내부의 풍경은 그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완벽하게 정돈되어야 할 연구실은 전쟁터처럼 변해 있었다. 값비싼 유리 증폭기와 나노 정밀 장비들이 산산조각 나 바닥에 뒹굴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는 지직거리는 노이즈 속에서 끔찍한 잔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닥터 카일런이 쓰러져 있었다. 잿빛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박혀 있었고, 그의 하얀 연구 가운은 심장을 꿰뚫은 듯한 붉은 자국으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의 몸에서 뻗어 나간 여러 개의 가는 선들이었다. 그 선들은 마치 살아있는 뿌리처럼 연구실 바닥과 벽을 기어 올라, 파괴된 장비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은 전선도, 파이프도 아니었다. 금속 섬유와 유기체가 결합된 듯한, 기묘하게 빛나는 물질이었다.

“세상에… 이게 대체…” 마커스가 말을 잇지 못했다.

“클린룸의 완벽한 밀폐 상태는 유지되었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여전히 없습니다.” 디지털 음성이 차갑게 울렸다. 내부 카메라 기록이 없었기에,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닥터 카일런은 밀폐된 유리관 속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

스카이랩 7의 관제 센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높은 상공에서 외부와 완벽히 단절된 채 운영되던 이 연구 시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재앙에 가까웠다. 특히 그 방식이 ‘밀실 살인’이라는 점은 모든 보안 시스템의 실패를 의미했다.

“피해자는 닥터 카일런. 사인은 심장 관통.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침입은 전혀 없었고, 내부의 보안 시스템도 완벽하게 작동 중이었습니다. 클린룸의 모든 에어록은 내부에서 잠겨 있었고, 외부에서 강제 개방된 흔적도 없습니다.” 스카이랩 7의 시설 관리 AI ‘오르카’의 목소리가 복잡한 데이터를 쏟아냈다.

수석 수사관 ‘한서준’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오르카, 클린룸 내부의 모든 센서 기록과 에너지 흐름 패턴을 다시 분석해. 단 1밀리초의 오차도 놓치지 마.”

“이미 37차례 분석을 완료했습니다. 외부 개방이나 침입은 없었습니다. 닥터 카일런의 생체 신호는 어제 자정까지 정상이었으며, 5시 10분에 급격히 저하되어 5시 12분에 완전히 끊겼습니다. 그 사이에 어떤 외부 에너지 유입이나 물리적 접촉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유령이 범인이라는 말이군!” 한서준이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아니면 닥터 카일런이 스스로 심장을 찔렀다는 거야? 흉기조차 없이?”

그때, 관제 센터 입구에서 한 남자가 들어섰다. 덥수룩한 검은 머리칼이 이리저리 뻗쳐 있었고, 낡아 보이는 회색 트렌치코트 차림이었다. 스카이랩의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다른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인조 가죽 수첩과 펜이 들려 있었다.

“유하님, 이쪽입니다.” 마커스가 억지로 경례하며 안내했다.

남자는 주변의 혼란스러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태블릿 화면에 가득 찬 데이터를 한 번 훑어보더니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흠, 비명은 유리관 속에서 울리지 않는 법인데.”

그는 다름 아닌, 천재적인 통찰력으로 악명 높은 사설 탐정 ‘유하’였다.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만 골라 맡는다는 소문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행과 예측 불허의 행동은 항상 사건의 핵심을 꿰뚫었다.

한서준이 그를 노려봤다. “유하 씨, 우리가 바빠 죽겠는데 농담 따먹기 할 시간은 없습니다.”

“농담은 아니지. 유리관은 소리를 가두고, 비명은 공기를 가르지. 소리를 가둘 수 있는 완벽한 밀실에서 어떻게 비명이 울릴 수 있겠나?” 유하의 눈빛은 무심한 듯했으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다. “아니면, 그 비명이 정말로 ‘소리’였을까?”

그는 관제 센터 한가운데 걸려 있는 스카이랩 7의 복잡한 구조도 앞에 섰다. 무수한 회로와 관제선, 에너지 라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구조도를 한참 들여다보던 유하가 손가락으로 클린룸 알파의 위치를 가리켰다.

“피해자의 죽음을 일으킨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나? 그리고 외부 침입 흔적은 없고, 내부 카메라 기록도 없고, 모든 센서는 완벽한 밀폐를 증명한다. 마치 닥터 카일런 혼자 그 방에서 스스로를 해치고 사라진 것 같군.” 유하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살인 사건’이 아니겠지. 우리는 지금 ‘살인 사건’을 조사 중이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욱 미궁에 빠진 겁니다.” 한서준이 답했다.

유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는 ‘보이지 않는 범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트릭’이 숨어 있겠군.”

그는 클린룸 알파의 현장 영상 데이터를 요청했다.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연구실 내부의 처참한 모습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산산조각 난 장비들, 닥터 카일런의 피 묻은 가운, 그리고 그의 몸에서 뻗어 나온 기묘한 광섬유 같은 줄기들.

다른 수사관들이 놓쳤던, 혹은 의문을 품지 않았던 그 줄기들을 유하는 뚫어져라 응시했다.

“저것들은 뭐지? 닥터 카일런의 연구 결과물인가?” 유하가 물었다.

“예, 생체 AI와 신경망을 연결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었습니다. 자율 성장형 유기-금속 복합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살인과 연관된 건 아닐 겁니다.” 마커스가 대답했다.

유하는 그 말에 가볍게 비웃었다. “그게 살인과 연관이 없을 거라고 누가 단정하지? 이봐, 오르카. 닥터 카일런의 죽기 직전 생체 신호 데이터를 분석해봐. 특히 심박수와 뇌파의 급격한 변화를. 그리고, 그 유기-금속 복합체들이 언제부터, 어떤 에너지 패턴을 보였는지도 함께 분석해.”

오르카가 기계적인 음성으로 대답했다. “데이터 분석을 시작합니다. 약 3.7초 후 결과가 도출됩니다.”

모든 시선이 유하에게 쏠렸다. 그는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클린룸 내부를 뚫어지게 보며, 손에 든 펜으로 낡은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뒹구는 파편들을 스쳐 지나가, 천장의 환기구, 벽의 완벽한 이음새, 그리고 깨진 모니터의 잔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스캔하듯 훑어보고 있었다.

“결과 도출되었습니다.” 오르카가 말했다. “닥터 카일런의 심박수와 뇌파는 급격히 상승하다가, 특정 순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후 완전히 정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유기-금속 복합체들의 에너지 전압이… 비정상적으로 급상승했습니다.”

유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래. 역시나.”

“유하 씨,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한서준이 다급하게 물었다.

유하는 홀로그램 영상 속 닥터 카일런의 시체에서 뻗어 나온 줄기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연구실은 완벽한 밀실이지. 외부에서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어. 그리고 닥터 카일런은 심장을 꿰뚫린 채 발견되었지만, 흉기는 어디에도 없어. 이상하지 않나?”

그의 시선은 깨진 모니터 화면의 특정 부분을 향했다. 그곳에는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잔상들 사이로, 한순간 아주 희미하게 번개처럼 섬광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찰나의 흔적이었다.

“어떤 범인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완벽한 밀실을 만들어냈을까? 답은 간단해. 범인은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침입하지 않았어. 대신…” 유하의 눈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이 밀실 *안에서* 살인을 저지를 도구를 *외부로부터* 조달했겠지.”

모두의 얼굴에 혼란이 역력했다. 외부 침입도 없었고, 에너지 유입도 없었다고 오르카가 분명히 말했었다.

유하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이 스카이랩 7은 지상 1만 미터 상공에 떠 있지. 그 말은 즉, ‘하늘’과 ‘우주’와 맞닿아 있다는 거야. 이 시설의 가장 큰 보안 허점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었어. 바로…”

그는 천장으로 시선을 던졌다. 투명한 천장 너머로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창백한 새벽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 위로는 수많은 별들이 여전히 총총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카이랩 7은, 이 우주 자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지.”

그의 마지막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 완벽해 보이던 밀실 살인 사건에 대한, 가장 기발하고도 섬뜩한 해답의 시작이었다.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볼 때, 유하의 시선은 이미 그 너머,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쫓고 있었다. 밀폐된 유리관 속의 비명은, 이제 그 진정한 의미를 드러낼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