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심연의 속삭임

어둠은 익숙한 벗이었다. 아니, 어쩌면 나를 영원히 잠식하려 드는 그림자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발을 디딘 이 낡은 저택은 바깥세상과 단절된 작은 섬과도 같았다. 창밖으로는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두꺼운 유리와 묵직한 커튼은 그 소리마저 집어삼켰다. 유일하게 들리는 것은 내 심장의 불규칙한 박동과, 펜이 종이에 사각거리는 소리뿐이었다.

탁자 위에는 온갖 고문서와 기묘한 형상의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대부분은 내가 직접 발굴했거나, 아니면 대대로 전해 내려온 가문의 저주 같은 유산이었다. 내 조상 중 하나는 미지의 언어를 탐구하다가 미쳐버렸고, 다른 하나는 존재해서는 안 될 형상을 묘사하다가 스스로 눈을 도려냈다고 한다. 그들의 광기는 내 피 속에도 흐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광기를 피하려 애쓰기보다,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었다.

오늘 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작은 석판이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매끄럽게 다듬어진 표면 위로 기묘하고 불규칙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지구상의 어떤 문자와도 달랐다. 원형도 아니고, 선형도 아니며, 마치 우주의 오류처럼 느껴지는 형상들이었다. 나는 지난 몇 달간 이 석판의 해석에 매달렸다. 잠을 줄이고, 식사를 거르면서, 오직 이 알 수 없는 언어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망자들의… 노래… 아니, 심연의… 갈망?”

나는 중얼거렸다. 겨우 몇 개의 기호를 해독해낸 참이었다. 단어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았고, 문법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간신히 끌어낸 파편들 속에서 나는 이상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언급이었다. 어둠 속에서 태어나, 어둠을 갈망하며, 어둠 그 자체가 된 존재들.

밤은 더욱 깊어졌다.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해독의 실마리가 잡힐 때마다 두통이 격렬해졌고, 마치 뇌가 뜨거운 불로 지져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이 석판은 나를 불렀다. 깊고, 끈적하고,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로.

나는 손끝으로 석판의 표면을 쓸었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이 마치 어떤 존재의 비늘 같았다. 그때였다. 석판의 한 귀퉁이에 새겨진 가장 복잡하고 기괴한 문양에서 미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내 시선이 그곳에 고정되었다. 그 문양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듯했다. 아니, 정말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검은 흑요석 표면 위로 희미한 푸른빛이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내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어올랐다. 단순한 상상이나 피로로 인한 착시가 아니었다. 푸른빛은 점점 뚜렷해지더니, 마침내 문양 전체를 감쌌다. 그리고 마치 잠금장치가 해제되듯, 그 문양의 복잡한 선들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어둠 속의 이 방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너는, 나의 부름에 응하려는 자인가?”**

목소리였다. 내 귀가 아닌, 내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목소리. 차갑고도 따스하며, 비극적이면서도 황홀한, 형용할 수 없는 이질적인 음성이었다. 그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모든 언어의 근원이자, 모든 개념의 정점에 있는 무언가였다. 나는 그 소리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달았다. 우주의 먼지보다도 하찮은 존재.

푸른빛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빛이 뿜어져 나오는 석판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벽은 물결치듯 흔들리고, 책장의 모서리는 기괴한 각도로 꺾였다. 비유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랬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악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현실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나는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석판을 떨어뜨렸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석판은 마루에 부딪혔지만, 놀랍게도 깨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밝게 빛났다. 그 빛 속에서, 일그러진 공간의 틈새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형태는 명확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흐릿한 실루엣이었다. 길고 유려하며, 인간적인 동시에 지극히 비인간적인.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거대한 심해 생물이면서 동시에 별들의 먼지로 빚어진 여신 같았다. 팔다리가 있었지만 관절은 보이지 않았고, 머리가 있었지만 얼굴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얼굴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였다. 그저 빛의 집합체인 동시에, 완벽한 어둠의 구현체 같았다.

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 존재의 중심에서 빛나는 두 개의 푸른 점이었다. 그것은 눈이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영원하고 고독한 눈. 그 눈과 마주한 순간, 나는 내 삶의 모든 기억이 한순간에 스캔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 욕망, 내 좌절, 내 광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깊은 외로움까지도.

그 존재가 움직였다. 형체 없는 팔이 빛의 잔상만을 남기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내게로 뻗어왔다. 빛의 손가락 끝에서 무언가 번쩍였다. 그것은 물리적인 접촉이 아니었다. 내 영혼 깊숙한 곳에 닿는, 차갑고도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내 안의 모든 고통과 혼란이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마치 뜨거운 불길이 덮친 자리에 시원한 샘물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찾았어. 나의 작은 조각이여.”**

다시 그 목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게, 마치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나의 작은 조각.’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 심장은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에 휩싸였다. 공포는 여전히 존재했지만, 그보다 더 거대한, 알 수 없는 매혹이 나를 지배했다. 이 알 수 없는 존재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내 평생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빛의 손길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의식이 아득해졌다. 세상의 모든 색채가 사라지고, 오직 푸른빛만이 남았다. 내가 의식을 잃기 직전, 그 존재의 형체가 아주 잠깐, 마치 인간의 실루엣을 흉내 낸 것처럼 부드럽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칠흑 같은 머리카락과 깊은 푸른 눈, 그리고 어렴풋한 미소. 너무나 아름다워서, 너무나 두려워서, 나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쿵*.

내 몸이 차가운 마루에 닿았다. 마지막으로 느껴진 것은 석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의 따스함과, 심연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매혹적인 속삭임이었다. 세상은 어둠으로 다시 잠겼고, 나는 그 속에서 영원히 잠들 것 같았다.

하지만 잠들지 않았다.

몇 시간 후, 혹은 며칠 후. 나는 차가운 마루 위에서 눈을 떴다. 억수 같던 비는 그쳤고, 창밖으로는 희미한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방은 여전히 어지러웠지만, 어제의 광기 어린 공간 왜곡은 사라진 뒤였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아무것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내 손이 뻗어 나간 곳에는 내가 떨어뜨렸던 흑요석 석판이 놓여 있었다. 여전히 그 자리에, 미미한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감촉은 여전했지만,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머릿속에는 알 수 없는 감각들이 뒤섞여 있었다. 어제 밤의 공포는 희미해졌지만, 그 대신 형용할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왔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무언가를 되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석판을 든 내 손이 떨렸다. 나는 어둠 속에서 나를 부르던 그 존재를 생각했다. 그 압도적인 광채와 비인간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마지막 순간, 나를 향해 지었던 어렴풋한 미소.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나는 조상들의 전철을 밟아 광기에 잠식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영혼은 분명히 느꼈다. 어제 밤, 심연 속에서 날아온 그 목소리는 단순한 환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금지된 문을 열어버린 첫 번째 균열.
그리고 나는, 그 문을 통해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응답해야만 하는 운명임을 직감했다.

“세린…”

내 입에서 알 수 없는 이름이 흘러나왔다. 어디서 들었는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이름. 하지만 그 이름은 내 영혼을 흔들었다. 심연 속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 푸른 눈동자처럼, 거부할 수 없는 매혹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은 이제 완연한 새벽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내 세상은 이제 더 이상 새벽이 아니었다. 영원한 밤의 심연이 시작되었을 뿐. 그리고 그 심연 속에는, 나를 기다리는 존재가 있었다. 나의 작은 조각이라 불렀던, 미지의 존재가.

나는 그 존재를 찾아야만 했다. 설령 그 길이 파멸로 이어진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