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잿빛 심장의 그림자**

축축한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썩은 물 냄새와 흙먼지가 뒤섞인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이안은 익숙한 듯 깊게 숨을 들이켰다. 발아래 흐르는 검은 물줄기는 끈적했고, 천장에서는 불규칙하게 물방울이 떨어져 날카로운 파열음을 만들었다. 그녀의 등 뒤로, 방금 닫힌 철문 너머에서 희미한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환청일까, 아니면 정말로…

“이안 님!”

어둠 속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이안은 비좁은 통로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흐릿한 등불 아래로 세 명의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공포와 절망이 뒤섞여 있었지만, 이안의 존재를 확인하자 미약한 안도감이 스치는 듯했다.

“지훈, 무사했구나.” 이안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가느다란 떨림이 실려 있었다. “다른 이들은?”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은 땀과 먼지로 얼룩져 있었고,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그들이… 벽을 허물고 안으로 들어왔어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예상은 빗나갔다. 이 통로는 수십 년 전, 제국의 지하수로 정비 사업이 끝나고 버려진 비밀 통로였다. 그들이 아는 한, 이 통로의 존재를 아는 자는 극소수였다. 그런데 어떻게…

“선아 노파는?” 그녀는 마지막 남은 희망을 움켜쥐듯 물었다. 선아 노파는 이들의 정보원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제국 고위층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었고, 이들이 ‘새벽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하에서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노파의 도움이 컸다.

지훈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흙먼지가 날리는 바닥으로 그의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 순간, 이안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아니… 그럴 리 없어. 노파는 그들의 눈을 수십 번도 더 피해 왔어. 노파만큼 신중하고 지혜로운 이는 없어.” 이안은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지훈의 고개는 더욱 깊이 숙여질 뿐이었다. 침묵은 어떤 외침보다도 잔혹했다.

세 번째 그림자, 나이든 여인의 흐느낌이 어둠 속을 갈랐다.
“마지막까지… 우리를 위해 시간을 벌려 하셨습니다. 직접 미끼가 되어… 다른 이들을 도망치게… 노파는… 잡혔습니다.”

이안은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검은 벽돌의 차가운 감촉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선아 노파. 노파의 지식과 경험은 ‘새벽별’에게 황금보다 귀한 것이었다. 노파가 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면… 그들이 아는 모든 정보가, 모든 계획이, 그리고 모든 동지들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이었다.

“우리가… 노파를 잃은 건가?” 지훈의 목소리가 거의 울음에 가까웠다.

이안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빛은 아까의 미약한 떨림 대신, 차갑게 식어가는 강철의 빛을 띠고 있었다.
“아니.”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잃은 게 아니야. 빼앗긴 거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복수심과 결의가 뒤섞여 있었다. 놈들이 선아 노파를 잡았다면, 노파에게서 모든 것을 뜯어내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노파는… 어떤 고문에도 쉽게 입을 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희망이라면 희망이었다. 노파가 시간을 벌어줄 동안, 그들은 움직여야 했다.

“우리는 노파를 구해야 해.” 이안은 어둠 속의 세 그림자를 하나하나 응시했다. “그들은 노파의 입을 열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할 거야. 하지만 노파는… 버텨낼 거야. 우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하지만 어떻게…?” 나이든 여인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지하 통로조차 뚫렸습니다. 제국의 감시는 날마다 더욱 촘촘해지고 있어요. 그들은 우리를 쥐 잡듯 찾아낼 겁니다.”

“놈들이 촘촘해질수록, 빈틈은 더 커지는 법이야.” 이안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에 도취되어 세밀한 부분에서 실수를 저지르지. 이번 침투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분명 흔적을 남겼을 거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어두운 통로 위를 응시했다. 지상에서는 화려한 황금 제국의 수도, ‘아스타르’가 잠들어 있을 터였다. 황제는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궁전에서 달콤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고, 귀족들은 비단 옷을 입고 방탕한 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화려함 아래, 이렇게 썩어가는 지하에서 반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었다.

“정보가 필요해. 누가 노파의 통로를 알았는지, 그리고 노파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이안은 손을 뻗어 지훈의 어깨를 잡았다. “지훈, 너는 가장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어. ‘눈먼 까마귀’에게 연락해. 제국 병사들의 이동 경로와 기밀 정보를 수집하게 해.”

지훈은 이안의 눈빛에서 자신감을 읽었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안 님.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그리고 너희는.” 이안은 다른 두 명의 동지들을 바라봤다. “우리의 비밀 은신처가 안전한지 다시 확인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동 경로를 새로 짜야 해. 놈들이 이 통로를 알았다면, 다른 곳도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명심하겠습니다.”

그들이 어둠 속으로 흩어지자, 이안은 홀로 남아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댔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얽히고설켰다. 선아 노파를 잃은 것은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노파는 제국 내부에 심어둔 ‘씨앗’들의 연락망을 총괄하고 있었다. 그 씨앗들이 이제 뿌리 뽑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련하게 스쳐 지나갔다.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가는 이웃들, 허가 없이 곡물을 수확했다는 이유로 채찍질당하던 농부들, 그리고… 제국 기사의 칼날 아래서 목숨을 잃었던 그녀의 가족들.
그 모든 아픔과 분노가 그녀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다. ‘새벽별’이라는 이름 아래, 작은 불씨들이 모여 언젠가 저 거대한 어둠을 태워버릴 수 있으리라는 믿음.

하지만 그 믿음이 오늘 밤,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선아 노파를 잃는 것은 단순히 한 명의 동지를 잃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벽별’의 한쪽 날개를 잃는 것과 같았다.

차가운 벽돌 틈새로 희미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저 위, 지상의 아스타르에서는 밤의 장막이 걷히고 희미한 새벽빛이 드리우고 있을 터였다.
그 새벽빛이 자신들에게는 희망이 될까, 아니면 더 깊은 절망의 그림자를 드리울까.

이안은 천천히 손을 들어 목에 걸린 낡은 펜던트를 만졌다. 닳고 닳아 문양이 희미해진 그것은, 그녀의 가족이 물려준 유일한 유품이었다.
“노파… 부디,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그녀의 입술에서 간절한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벽에서 몸을 떼어냈다. 잿빛 그림자가 드리운 통로 끝, 희미한 빛이 스며드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빼앗긴 것은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이안의, 그리고 ‘새벽별’의 존재 이유였다.

그때였다.
저 멀리, 통로 저편에서 철컥, 하고 쇠사슬이 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이안. 설마 이런 시궁창에서 제국을 거스를 생각이었나?”

이안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황금 제국의 붉은 문장이 새겨진 갑옷, 그리고 핏빛 망토를 휘날리며 서 있는 한 남자.
그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제국 중앙 감찰부 총수, ‘카이론’.
이안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허리춤의 단도를 움켜쥐었다.
젠장.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통로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모든 것이, 처음부터 이들의 손아귀에 있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카이론의 목소리가 뱀처럼 스산하게 울렸다.
“네놈들의 모든 불씨는, 오늘 밤 여기서 재가 될 것이다.”
이안은 그의 눈빛을 똑바로 응시했다. 희망은 이미 절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노파가 시간을 벌어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니, 기회로 만들어야만 했다.
잿빛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