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밤의 속삭임: 03. 기척 (氣陟)

민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노트북 화면을 껐다.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한 시. 이사 온 지 겨우 이틀째인데 벌써부터 야근에 치이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삐걱이는 의자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리는 듯했다. 새로 얻은 이 아파트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옆집 소음도 위층 발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게 맞았다. 방음이 좋은 건지, 아니면 양쪽 모두 아직 입주를 안 한 건지.

“젠장, 물이나 마셔야겠다.”

목이 칼칼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향했다. 탁, 탁. 손끝으로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리자 형광등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깜빡이다 이내 희끄무레한 빛을 뿜어냈다.

컵을 꺼내 정수기 버튼을 누르는데, 등 뒤에서 뭔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작고 건조한 소리. 민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화장실에서 물방울이라도 떨어진 건가? 보일러 소리인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다시 물을 받으려는데, 이번에는 좀 더 분명한 소리가 들렸다. ‘스스슥’. 마치 거실 바닥을 무언가가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는 듯한 소리였다.

민준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뭐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고 귀를 기울였다. 이 넓은 아파트에 혼자다. 고작 이틀째지만, 옆집이나 위층에서 나는 소리들은 그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지금 이 소리는…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창문을 열어놓은 것도 아니었다. 현관문은 당연히 잠겨 있었다.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습관 덕에 몇 번이고 잠금장치를 점검했었다.

‘쥐인가?’

순간, 가장 합리적인 가능성이 떠올랐다. 오래된 아파트라고 들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민준은 자신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이성은 냉정하게 반박했다. 쥐가 저런 식으로 ‘스스슥’ 소리를 내며 기어 다니지는 않을 터였다. 보통은 바스락거리거나 갉아먹는 소리를 내지 않나. 게다가 어둠 속에서 나는 소리치고는 너무… 깔끔했다.

물이 가득 찬 컵을 든 채, 민준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부엌과 거실 사이에는 짧은 복도가 있었고, 그 끝에 거실이 펼쳐져 있었다. 형광등 불빛이 희미하게 복도 끝까지 닿았지만, 거실 안쪽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 순간, 그의 시야 끝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거실 중앙, 커피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리모컨이 아주 미세하게, 마치 누가 손가락으로 건드린 것처럼 ‘달칵’ 하고 움직였다.

민준은 눈을 비볐다.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건가? 착시현상인가?

“젠장…”

낮게 욕을 읊조리며 그는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마룻바닥이 맨발에 닿았다. 소름이 돋았다. 분명히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리모컨은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는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잠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민준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내일은 연차를 내서라도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부엌으로 돌아섰다.

그때였다.

쨍그랑!

명확하고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가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 마치 유리잔이라도 깨진 것처럼, 귀청을 찢는 소음이었다. 민준은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 떨며 뒤돌아섰다.

부엌 바닥, 그의 발치에 엎질러진 물과 함께 그의 컵이 산산조각 나 깨져 있었다.

“뭐야?!”

손에서 미끄러진 건가? 하지만 그는 컵을 부엌 바닥에 놓았던 기억이 없었다. 그저 손에 들고 거실 쪽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힘이 빠진 것처럼 떨어트린 건가? 하지만 손은 멀쩡했다. 컵은 마치 누군가 내던진 것처럼 깨끗하게 부엌 바닥 한가운데를 박살 내고 있었다.

민준은 혼란스러움에 눈을 크게 떴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분명히 컵을 들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런데 왜 바닥에 떨어져 깨진 거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본능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손에 들고 있던 컵이 저절로 떨어져 깨졌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벽, 천장, 바닥… 온통 그의 아파트였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련의 현상들은 마치… 누군가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연달아 벌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방 안의 온도가 뚝 떨어진 것 같았다. 싸늘한 기운이 팔뚝을 타고 올라와 목덜미를 휘감았다. 그는 닭살이 돋은 팔뚝을 문지르며 고개를 숙여 깨진 컵 조각을 내려다봤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깨진 유리 파편들 사이, 물에 젖어 얼룩진 바닥 한구석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작은 발자국.

아주 작고 희미했지만, 분명한 발자국이었다. 어린아이의 발자국 같기도 했다. 발자국의 형태는 맨발이었다. 축축한 물 위를 걷다가 멈춰 선 것처럼, 마치… 방금 찍힌 듯한 선명함을 띠고 있었다.

민준은 숨을 들이켰다. 그의 눈이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발자국은 부엌 바닥에서 시작해 복도를 가로지르고, 어두운 거실 안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발자국이 멈춰 선 곳은… 다름 아닌 거실 벽에 걸린 커다란 벽시계 아래였다.

벽시계는 째깍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멈춰 있었다. 새벽 1시 13분. 그가 처음 부엌으로 왔을 때와 똑같은 시간이었다.

민준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울렸다. 멈춰 있던 시계 아래, 바닥에 흐릿하게 찍힌 발자국. 그리고 그 발자국이 향하는 곳에 서 있는 건…

거실 한가운데, 낡은 장롱이 놓여 있었다. 이전 세입자가 버리고 간 가구였다. 어두운 색깔의 덩치 큰 가구는 마치 거대한 그림자처럼 거실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 순간, 장롱 문이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아주 미세하게 벌어지는 것을 민준은 똑똑히 봤다.

안에서부터, 누군가 밀어 열듯이.

민준은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공포가 온몸을 짓눌렀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는 뒷걸음질 치다 바닥에 흩어진 유리 파편을 밟고 휘청였다. 발바닥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장롱 문 틈새로, 칠흑 같은 어둠이 보였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 희미한 형체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마치 아주 작은 무언가가, 그 안에서 고개를 내밀려고 하는 것처럼.

민준은 거의 울먹이듯 중얼거렸다.

“누구… 야?”

그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갈라져 나왔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장롱 문은 아주 천천히, 더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새로, 차가운 공기와 함께 희미한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여기… 있어.’*

민준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는 전력을 다해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장롱 문이 활짝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혹은 그의 귀가 만들어낸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 소리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렸다는 것이었다.

달려가면서, 그는 거실 한가운데에 버려진 장롱 안에서 무엇이 나왔을지 상상했다. 그리고 그 상상이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철컥!

문고리를 잡아 돌리고, 잠금장치를 풀고, 온몸의 힘을 다해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파트 복도로 뛰쳐나가는 순간, 그는 뒤에서 등골을 훑는 듯한 차가운 손길을 느꼈다.

등 뒤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속삭였다.

*‘어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