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천룡각의 그림자**

천룡각 꼭대기, 붉은 기와지붕 위로 검은 그림자가 길게 춤을 추었다. 한낮의 태양은 어딘가 뒤틀린 듯 창백한 빛을 뿌렸고, 공기 중에는 묘한 비린내와 함께 끈적한 기운이 감돌았다. 대기는 이미 흥분과 공포,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천, 수만 명의 강호인들이 숨을 죽인 채 천룡각 중앙에 마련된 거대한 비무대를 응시했다. 그곳에는 두 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한 명은 흑포를 두른 채 그림자처럼 조용했고, 다른 한 명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크으…!”

강휘는 쓰린 속을 부여잡았다. 마환. 저 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사람이었으나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마환의 눈동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푸른 불꽃을 일렁였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무인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생명 없는 시체의 냉기와 썩어가는 숲의 악취가 뒤섞인 것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마환은 피식 웃었다. 입술이 길게 찢어지며 드러난 잇몸에는 희끄무레한 액체가 번들거렸다. 그는 강휘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그의 팔뚝에는 기이한 문신들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뱀도 아니었고, 벌레도 아니었다. 단지 눈 없는 무언가가 서로 뒤엉켜 일렁이는 듯한 기괴한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 문신들 사이에서, 아주 작지만 확실한 진동이 시작되었다. 콰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마환의 주먹이 강휘의 복부를 강타했다. 단순한 권격이 아니었다. 주먹이 휘둘러진 공간이 일그러지고, 마환의 팔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기운이 마치 수많은 촉수처럼 강휘를 휘감았다. 강휘는 눈앞에서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보았다. 사방이 뒤집히는 착각 속에서, 그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았다.

“이것이… 힘이다.”

마환의 목소리는 낮고 굵었지만, 동시에 수천 개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듯한 불협화음이었다. 그 소리는 강휘의 고막을 찢고 뇌수를 흔들었다.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공포가 솟구쳤다. 본능이 경고했다. *도망쳐라! 저것은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강휘는 도망칠 수 없었다. 그는 이 천룡문 무투회의 마지막 비무대 위에 서 있었다. 이 자리에서 패배는 곧…

*곧 무엇이지?*

그는 잠시 망설였다. 패배가 불러올 결과에 대해 명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회의 주최 측인 천룡문주조차도 묘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저 ‘승리만이 천하의 평화를 수호할 수 있다’는 모호한 명제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허어억!”

강휘는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마환은 끈질겼다. 그의 육신은 이미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비무대 바닥에 기괴한 균열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그 균열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것은 흙먼지가 아니었다. 검은 연기, 그리고 그 연기 속에서 잠시 비치는 섬뜩한 보랏빛 광채.

“큭! 정신 차려라, 강휘! 저런 괴물에게 질 수는 없다!”

강휘는 이를 악물었다. 온몸의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의 등 뒤로 마치 푸른 불꽃처럼 강렬한 기운이 솟구쳤다. ‘청룡신공(靑龍神功)’. 그가 수련해온 무공 중 가장 강력한 것이자, 그의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비전이었다.

“간파(看破)!”

눈에 기운을 집중하자, 마환의 움직임이 흐릿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육체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마환의 주변 공간에는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의 흐름이 보였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꿈틀거리며, 마환의 공격 경로를 비틀고 왜곡시키는 것이었다.

*저것이… 마환의 힘인가? 아니, 저것은… 분명 무(武)의 영역이 아니다!*

강휘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마환의 발차기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비무대 바닥의 돌덩이가 마치 진흙처럼 끈적하게 늘어졌다. 시야가 온통 일그러지는 착각 속에서, 강휘는 주먹을 내질렀다.

“청룡파천권(靑龍破天拳)!”

강휘의 주먹에서 푸른 기운이 폭풍처럼 터져 나왔다. 거대한 청룡의 형상이 비무대 위를 가로지르며 마환을 덮쳤다. 엄청난 위력에 객석의 강호인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오랜만에 보는 정통 강기(罡氣)의 격돌이었다. 하지만…

콰아아앙!

청룡의 기운이 마환에게 닿는 순간,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마환의 주변 공간이 검붉은 장막으로 뒤덮이더니, 청룡의 기운을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것이었다. 흡수된 청룡의 기운은 이내 형태를 잃고 검붉은 촉수처럼 변하여 오히려 강휘를 향해 되감겨 왔다.

“흡수… 했다고? 내 청룡신공을…!”

강휘는 경악했다. 자신의 혼신을 담은 공격이 너무나 쉽게 무력화되는 것을 보고 심장이 철렁했다.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하찮은 인간의 힘이다.”

마환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의 눈빛이 더욱 깊은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동시에 그의 어깨 너머, 허공에 작은 구멍이 열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비무대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순간 멈칫했고, 객석의 일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저것은… 무엇이냐?”

“하늘에… 균열이 생겼어!”

강호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천룡각 상공, 창백한 태양 옆으로 검은 균열이 마치 찢어진 상처처럼 길게 벌어지고 있었다. 그 균열 속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했지만, 가끔씩 별빛 같지 않은, 푸르고 붉은 기이한 광채가 섬광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균열 너머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끔찍한 감각이 강휘의 온몸을 덮쳤다.

*쿵… 쿵…*

정확히 들리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강휘의 뇌리에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진동이 울렸다. 대지가 흔들리고, 천룡각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진정한 천하제일의 의미다.”

마환은 균열이 열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경외감과 함께, 말할 수 없는 비정함이 담겨 있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천룡문 무투회는 단순한 무술 대회가 아니었다. 승자는… 언제나 심연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왔지.”

강휘는 눈을 크게 떴다. 심연의 문? 천하제일의 승자가 심연의 문을 연다고?

“무슨 헛소리를…!”

그가 반박하려던 찰나, 마환은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시간을 건너뛴 듯, 강휘의 눈앞에 순간이동한 마환이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이번에는 주먹 끝에서 검붉은 기운이 응축되어, 작은 구체처럼 반짝였다. 그 구체 안에는 은하계처럼 무수히 많은 별들이 펼쳐져 있는 듯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뒤틀려 비명을 지르는 듯한 형상이었다.

“가라. 너의 모든 것을 삼켜버릴 존재에게로.”

마환의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검붉은 구체가 강휘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들었다. 강휘는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맞으면 죽는다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존재 자체가 소멸될 것 같은 극한의 공포였다.

*이것이… 천하의 운명을 건 무투회의 진실이란 말인가?*

강휘의 눈동자 속에서 투쟁 본능이 불타올랐다. 그는 죽을지언정, 이런 괴물에게 천하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그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려던 순간, 등 뒤에서 싸늘한 그림자가 솟아났다.

“네놈의 그 더러운 발톱으로 감히 이 대지의 심장을 탐하려 하다니… 어리석은 것.”

낮고 굵직한, 그러나 압도적인 기운을 담은 목소리가 비무대를 뒤흔들었다. 마환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객석의 강호인들은 일제히 목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천룡문주가 앉아있던 귀빈석이었다. 그곳에 앉아있던 백발노인, 무림맹주 용호(龍虎)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마치 불타는 용의 눈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감히… 이곳에 개입하려 드는가, 용호?”

마환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당황하는 기색이 스쳤다.

“개입이라니? 천룡문 무투회가 열린 지 수천 년. 그 오랜 세월 동안 승리자가 심연의 열쇠가 되었다고 했느냐? 좋다. 그렇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그 빌어먹을 역사를 끝내주마.”

용호의 손끝에서 황금빛 용의 기운이 솟아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변해 마환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기운은 천룡각 상공의 균열을 향해 꿈틀거리던 마환의 검붉은 촉수들을 한순간에 산산조각 냈다.

“이곳은… 이 대지는… 네놈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용호의 외침은 천지를 울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비장함과 함께 깊은 고통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그 스스로도 거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듯한…

강휘는 간신히 마환의 공격에서 벗어났지만, 그들의 대화와 용호가 내뿜는 기운 속에서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끔찍한 진실을 담고 있음을 깨달았다. 천하제일의 무술 대회는 단지 거대한 제의(祭儀)의 일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순간, 천룡각 상공의 검은 균열이 더욱 크게 벌어지며, 그 안에서 형용할 수 없는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눈동자를 가진 듯한, 혹은 형체 없는 거대한 아지랑이 같은 그것이, 지상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늦은 비명이었다.

천하의 운명은 이미 검은 심연의 문턱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을 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