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장: 잿빛 세상에 피어난 희망

새벽녘, 아슬아슬하게 기운 초승달이 서산 너머로 숨으려던 찰나였다. 매일 아침 밀가루 반죽을 치대던 익숙한 손길은 오늘따라 유난히 무거웠다. 리안은 땀으로 젖은 손바닥을 앞치마에 문질렀다. 등 뒤에서는 병든 어린 동생 미라의 희미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마른 기침은 밤새도록 이어졌고, 잠 못 이룬 어머니의 눈가는 핏발이 서 있었다.

“리안아, 오늘따라 반죽이 잘 안 되니?”

작은 빵집 구석에서 밀대질을 하던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리안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버지. 그냥, 왠지 오늘따라 힘이 좀 들어가네요.”

사실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며칠 전부터 마을에는 불길한 소문이 떠돌았다. 태양 제국 황실에서 ‘하늘에 바칠 성대한 진상’을 명했다는 소식과 함께, 곧 세금 징수관들이 내려올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들의 손길이 닿으면 마을의 곡식 창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가축들은 끌려가고, 젊은이들은 강제로 징집되어 황금성으로 향해야 했다. 잔혹한 철권 통치와 무자비한 수탈로 유지되는 거대한 제국, 태양 제국. 그 찬란한 이름 아래 평민들의 삶은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 입구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말발굽 소리가 불안감을 현실로 만들었다.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빵집의 유리창을 진동시켰다. 사람들의 비명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망할 놈들… 벌써 왔군.” 아버지는 짧게 욕을 읊조리며 밀대를 내려놓았다. 어머니는 미라를 안고 벽장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

빵집 문이 쾅 하고 열렸다. 붉은색 제국 군복을 입은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흉갑에는 태양 제국의 횃불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무자비한 눈빛으로 빵집 안을 훑어보던 징수관 중 한 명이 콧잔등에 난 흉터를 긁적이며 말했다. “여기도 빈약하군. 곡식은 어디 숨겼나? 어서 내놓아라!”

“드릴 게 없습니다. 겨우 이 빵집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침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거짓말 마라! 이 빌어먹을 평민 놈들! 너희가 감히 황실의 명을 거역하려 드는 것이냐?” 징수관의 목소리가 굵어졌다. 그는 발로 빵 진열대를 걷어찼고, 갓 구운 빵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리안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이 빵들은 미라에게 먹일 한 조각, 어머니의 약값, 아버지의 땀방울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꽉 쥐었다.

“이리 와봐라! 이런 썩어빠진 곳에서도 귀중한 물건이 나올 수도 있지.” 징수관들은 빵집 안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선반을 부수고, 식료품이 담긴 자루를 찢었다. 곧 벽장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라와 어머니였다.

“안 돼!” 리안이 비명을 질렀다.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 징수관이 벽장 문을 강제로 열어젖혔다. 미라의 겁에 질린 얼굴이 드러났다. 징수관의 시선이 미라의 손에 들린 낡은 헝겊 인형에 닿았다. “흐음, 이것 봐라? 이런 누더기 인형을 꼭 쥐고 있다니, 뭔가 숨기고 있나 보군.”

“그건… 그냥 인형이에요!” 어머니가 미라를 품에 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개소리 마라! 그 안에 동전이라도 숨겼을지 누가 알아!” 징수관이 미라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리안의 눈앞이 번쩍였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뜨거운 감각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징수관의 손이 미라에게 닿기 직전, 리안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나섰다.

“손대지 마세요!”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외침과 동시에, 몸속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리안의 두 손에서 눈부신 은빛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빛은 징수관의 얼굴을 강타했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뒤로 휘청거렸다. 주위에 있던 다른 징수관들까지 놀라 뒷걸음질 쳤다.

“이게… 뭐지?” 징수관 하나가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안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공중에서 흔들리다가, 이내 그녀의 몸을 감쌌다. 빛이 걷히자, 리안의 모습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평범한 천으로 된 작업복은 순백의 비단 드레스처럼 변해 있었고, 머리에는 은빛 장식이, 등 뒤에는 투명한 날개가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녀의 손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빵집 안은 순간 정지했다. 징수관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리안을 응시했고, 아버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머니는 미라를 품에 안은 채 리안의 변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미라의 작은 손에서 낡은 헝겊 인형이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졌다. 인형의 눈처럼 박혀 있던 오래된 구슬이, 어째서인지 리안의 지팡이 끝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네, 네가… 대체…!” 징수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리안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힘이 혈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징수관들은 더 이상 공포스러운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탐욕스러운 얼굴에서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때, 마을 입구에서 또 다른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뭐 하는 거야! 어서 와서 이 늙은이들을 끌어내!”

리안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빵집 밖에서는 다른 징수관들이 마을 사람들을 몽둥이로 위협하며 곡식을 빼앗고 있었다.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노인들이 보였다. 절망에 찬 사람들의 눈빛, 그리고 그들을 짓밟는 제국의 폭력이 리안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잿빛으로 물든 세상에서, 미라의 마른기침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이 힘은… 어쩌면, 희망일지도 모른다.

리안은 빵집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이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

나지막한 목소리가, 은빛 지팡이의 빛과 함께 어둠 속에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