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어둠 속으로

숨 막히는 정적은 늘 감염자들의 비명 소리보다 더 섬뜩했다. 낡은 방독면 안으로 들이쉬는 공기는 금방이라도 눅눅한 먼지로 목을 조를 듯했다. 잔뜩 이끼 낀 고층 빌딩의 그림자가 지평선을 집어삼킨 폐허 도시 한가운데서, 류진은 낡은 지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흙먼지로 얼룩진 종이 위에는 조악한 손글씨로 ‘옛 도서관 지하’라는 문구와 함께, 묘하게 뒤틀린 도형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확실해, 서하? 정말 여기에 있다는 거야?” 류진의 목소리는 방독면 필터를 거쳐 둔탁하게 울렸다. 그의 옆에 선 서하는 묵묵히 낡은 건축물의 잔해를 탐색했다. 등 뒤에는 언제든 꺼낼 준비가 된 낡은 소총이 메어져 있었고, 손에는 녹슨 철근 조각이 쥐여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붉게 물든 노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날카로웠다.

“이게 마지막 단서야. 다른 곳은 다 털렸거나, 더 이상 사람 살 곳이 못 돼.” 서하가 나직하게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떤 미련도, 희망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저 생존을 위한 냉정한 현실만이 담겨 있었다. “지혁이라면 뭔가 알 수도 있어.”

지혁은 이미 붕괴된 도서관 입구 잔해를 살피고 있었다. 찢어진 책장과 바싹 마른 종이 뭉치들이 산처럼 쌓인 그곳에서, 그는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잔해 속을 뒤적였다. 닳아 빠진 안경 너머로 지혁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죽은 지식과 죽어버린 문명의 잔해 속에서 그는 늘 유의미한 무언가를 찾아냈다.

“이거… 이상하네요.” 지혁이 손에 든 낡은 석판 조각을 들어 보였다. “여기 새겨진 문양, 제가 전에 보았던 기록에는 없는 거예요. 게다가 이 도서관은 불과 수십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인데, 이런 유물이 발견될 리가 없어요.”

류진과 서하가 지혁에게 다가갔다. 그가 들고 있는 석판은 매끄럽게 가공되어 있었지만, 표면에는 시간의 흔적이 역력한 이끼와 흙이 엉겨 붙어 있었다. 문양은 분명 일반적인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기하학적인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그 중심에는 마치 눈동자처럼 생긴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기묘하게 일그러진 조형은 불길한 느낌을 자아냈다.

“고대 유적… 지도에 쓰여 있던 말이 틀린 건 아닌 모양이네.” 서하가 낮게 읊조렸다. “하지만 도서관 지하에 이런 게 있다는 건 납득이 안 가는데.”

“만약 이 도서관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지어진 거라면요?” 지혁이 안경을 고쳐 썼다. “이 아래에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그리고 그 무언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된 것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때였다. 으스스한 신음 소리가 폐허의 정적을 갈랐다. 멀리서부터 감염자들이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앙상한 팔다리, 찢어진 옷가지, 그리고 무엇보다 섬뜩하게 비정상적인 움직임. 그들의 수는 적었지만, 폐허에서 감염자 무리와 마주치는 건 늘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한 마리가 오면 백 마리가 따라오기 마련이었으니까.

“시간 없어.” 서하가 총을 고쳐 쥐었다. “지혁, 어딘지 찾았어?”

지혁은 석판을 손에 든 채 주변을 다시 한번 훑었다. 그의 시선은 도서관의 붕괴된 바닥 한 지점에 멈췄다. “여기입니다. 이 석판 조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들이 가리킨 곳은 뭉개진 콘크리트 바닥의 한쪽 구석이었다. 주변의 잔해를 치워보니, 녹슨 철문이 박혀 있었다. 세월의 흔적과 압력으로 굳게 닫힌 문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문양은 지혁이 들고 있던 석판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걸 어떻게 열지?” 류진이 문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총으로 쏘는 건 무리일 거야. 소리 때문에 감염자들이 더 몰려들 거고.” 서하가 경고했다. 그녀는 이미 주변 경계를 서며 감염자들의 접근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혁은 석판을 철문 중앙에 있는 움푹 파인 홈에 가져다 댔다. 놀랍게도 석판은 그 홈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리고 석판이 제자리를 찾자, 낡은 철문에서 기계음과 함께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겨 있던 고대의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였다.

“열린다!” 류진이 탄성을 질렀다.

철문은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으로 스며든 어둠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심연의 어둠이었다.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곰팡이 냄새와 흙먼지 냄새,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미묘한 금속성 냄새였다.

“어서 들어가.” 서하가 재촉했다. 감염자들의 신음 소리가 한층 더 가까워졌다. 이제 몇 분 안에 그들이 들이닥칠 것이 분명했다.

류진은 망설이지 않고 열린 문틈으로 몸을 던졌다. 그의 뒤를 이어 서하와 지혁이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류진이 가지고 있던 손전등을 켰지만, 그 빛은 거대한 어둠의 심연을 겨우 헤집을 뿐이었다. 길고 좁은 통로가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문이 완전히 닫히고, 밖의 소음은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이제 그들은 완벽한 고립 속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손전등 빛이 닿는 곳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벽과 알 수 없는 문양들로 가득했다. 이것은 평범한 지하 벙커나 창고가 아니었다. 분명, 인류가 감염자들의 시대 이전에 알고 있던 어떤 문명과도 다른, 미지의 공간이었다.

지혁이 벽에 손을 대었다. “이 돌의 재질… 그리고 이 가공 방식. 이건 정말 놀라워요. 현시대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문양들…” 그의 목소리는 경외와 흥분으로 가득했다. “이건 언어가 아니에요. 어떤 에너지의 흐름, 혹은 지식의 구조를 표현한 것 같아요. 우리가 찾던 게 단순히 ‘고대 유물’ 수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로 끝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누군가 그곳에서 손전등을 흔드는 것처럼,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인 빛이었다.

“뭐지?” 서하가 총을 들었다. 그녀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류진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 빛은 희망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이런 어둠 속에서 마주하는 불확실한 빛은 언제나 더 깊은 절망의 전조일 뿐이었다.

“감염자…?” 류진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아니.” 지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안경 너머 눈빛은 빛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건… 인공적인 빛이에요. 오래된 전력으로 작동하는, 고대 문명의 빛.”

그 빛은 마치 그들을 유혹하는 듯, 어둠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들은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렸고, 문은 굳게 닫혔으니까. 그들의 모험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미지의 비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