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1장: 그림자 속의 결의

밤은 깊었지만, 거대한 도시 ‘신서울’은 잠들지 않았다. 아니, 잠들 수 없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제국 관청의 첨탑에서는 쉴 새 없이 감시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시민들의 이마에 박힌 인식표를 스캔하며 미세한 움직임마저 추적하고 있었다. 지훈은 허름한 골목길의 그림자에 몸을 숨긴 채, 눅진한 공기 속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감시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며칠 전 내려진 ‘자원 배급 제한령’은 가뜩이나 척박한 평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도시의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는 ‘코어 에너지’의 배급량이 반으로 줄면서, 냉난방은 물론 최소한의 식량조차 제대로 얻기 힘들어졌다. 제국은 ‘효율적인 자원 관리를 위함’이라 했지만, 그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 평민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것은 명백했다. 고급 지구의 황금빛 불빛은 여전히 찬란했고, 그 불빛 아래서 고통받는 이들의 신음은 더욱 깊어졌다.

지훈은 낡은 스마트패드를 확인했다. ‘7분 남았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목적지는 도시의 가장 깊고 잊힌 곳에 위치한 지하수로의 은밀한 입구였다. 퀘퀘한 하수구 냄새와 축축한 공기가 익숙했다. 몇 번의 암호 입력과 손바닥 스캔을 거쳐야만 열리는 강철 문 너머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습한 공기 대신 훈훈한 온기와 함께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폐쇄된 지하철역사를 개조한 듯한 이곳은 ‘불씨’라 불리는 저항 조직의 비밀 아지트였다. 낡은 전구 몇 개가 간신히 어둠을 밝히고 있었지만, 그 빛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눈빛만큼은 밝게 비추지 못했다.

“늦었군, 지훈.”

낮게 깔린 목소리의 주인은 조직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인 김 노인이었다. 흰 머리카락과 깊은 주름이 연륜을 말해주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뜨거운 불꽃을 품고 있었다. 노인은 낡은 작업복 차림으로, 테이블 위 복잡한 회로 기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노인. 제국 감시망이 더 촘촘해져서….”

지훈이 고개를 숙였다.

“변명할 시간 없다. 다들 모였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김 노인이 손짓하자, 테이블 주변에 앉아 있던 열댓 명의 인물들이 지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 중에는 지훈과 또래의 젊은이들도 있었고, 깡마른 몸의 중년 남성,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여성도 있었다.

“신서울 에너지 관리국에서 내려온 보고서다.”

김 노인이 낡은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작동시키자, 공중에 파란빛으로 빛나는 도시 지도가 떠올랐다. 지도에는 곳곳에 붉은색 점들이 깜빡이고 있었다.

“제국 물류 허브 7번에서 코어 에너지 수송량이 평소의 세 배에 달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동시에, 인근 평민 주거 지역의 배급량은 40% 이상 줄었다.”

모두의 얼굴에 분노와 체념이 교차했다. 평민들에게 돌아갈 자원이 제국의 주요 시설이나 고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노인. 당장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어요!”

젊은 기술자 아라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와 짧게 자른 머리, 그리고 제국이 엄격히 통제하는 ‘잔류 코어’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소형 단말기를 목에 걸고 있었다. 아라는 조직 내에서 제국 시스템을 해킹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었다.

“알고 있다, 아라. 그래서 우리가 여기 모인 것 아니겠나.” 김 노인이 침착하게 말했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제국 물류 허브 7번이다.”

모두의 시선이 지도 속 붉은 점에 박혔다. 제국 물류 허브 7번은 신서울의 심장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거대한 돔 형태의 건축물이었다. 대규모 코어 에너지가 모이고 분배되는 핵심 시설로, 24시간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는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었다.

“거길요? 불가능해요. 삼중 방어막에, 자동 방어 드론, 그리고 특수 강화 병력까지….” 한 대원이 경악하며 말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김 노인의 목소리에 흔들림이 없었다. “허브 7번의 주요 코어 에너지 라인에 ‘간섭 장치’를 설치할 것이다. 목표는 시스템 교란. 단 10분만이라도 허브의 데이터 흐름과 에너지 분배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이 우리 목표다.”

“10분…?” 지훈이 중얼거렸다. “그 10분 동안 뭘 하려고요?”

“그 10분 동안 우리는 제국이 코어 에너지를 어떻게 빼돌리고 있는지에 대한 핵심 증거를 수집하고, 가능하면 일부 에너지를 인근 평민 지역으로 우회시킬 것이다. 그리고….” 김 노인의 시선이 지훈에게 향했다. “우리의 존재를 똑똑히 각인시켜줄 것이다. 우리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지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손에 식은땀이 맺혔다. 제국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코어 에너지 시스템에 간섭하는 행위는 반역 중에서도 가장 큰 반역으로 취급되었다. 발각되면 즉결 처분이었다.

“간섭 장치는 아라가 만들었다. 소형화에 성공했고, 일회용으로 강력한 에너지 파동을 일으킬 수 있지. 하지만 설치가 문제다.” 김 노인이 이어갔다. “허브 내 코어 에너지 라인은 특수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장치를 직접 라인에 연결해야만 한다.”

“제가 침투하겠습니다.” 지훈이 나섰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건 익숙합니다.”

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 오빠가 적임자야. 오빠의 ‘감각’이라면 제국의 방어 시스템의 틈새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지훈의 ‘감각’은 특별했다. 그는 어릴 적 우연히 주운 작은 ‘잔류 코어’ 파편을 통해 미세한 에너지의 흐름이나 전자기장의 왜곡을 느낄 수 있었다. 제국의 모든 감시 시스템은 코어 에너지로 작동했기에, 그의 감각은 때로 최첨단 장비보다도 정확하게 허점을 찾아냈다. 그 잔류 코어 파편은 지금도 그의 손목에 묶인 가죽 팔찌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좋아, 지훈. 자네에게 맡기겠네.” 김 노인이 결의에 찬 눈빛으로 지훈을 보았다. “아라는 외부에서 해킹을 통해 일부 감시망을 교란하고, 내가 남은 대원들과 함께 주의를 분산시킬 것이다. 침투 시간은 자정이다.”

그날 밤, 신서울의 거리는 더욱 음산했다. 감시 드론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제국 순찰대의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지훈은 익숙하게 그림자 속을 헤치며 제국 물류 허브 7번으로 향했다. 거대한 돔형 건물은 마치 살아있는 괴수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허브 주변은 예상대로 삼엄했다. 특수 강화복을 입은 제국 병사들이 일정 간격으로 순찰하고 있었고, 하늘에는 여러 대의 감시 드론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지훈은 잔류 코어 파편이 묶인 팔찌를 쥐었다. 미약한 진동이 그의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제국 방어막의 미세한 틈새, 감시망의 사각지대가 그의 감각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아라, 내 쪽 감시 드론 세 대, 잠시 눈 좀 감겨줘.”

지훈이 극소형 통신 장치로 속삭였다. 잠시 후, 그가 지목한 구역의 드론 세 대가 동시에 엉뚱한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라의 해킹이 먹힌 것이다.

그 틈을 타 지훈은 순식간에 담벼락을 넘어 허브 외벽에 달라붙었다. 거친 콘크리트와 금속 외벽을 맨손으로 잡고 마치 도마뱀처럼 기어 올라갔다.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약해지는 지점을 찾아 움직였다.

마침내, 그는 거대한 환기구 덮개에 도착했다. 쇠창살 안쪽에서 강력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이 그의 진입 경로였다. 잔류 코어 파편이 맹렬하게 진동했다. 환기구의 특정 지점에서 미약하게 전자기장이 왜곡되고 있었다. 이곳이라면 잠시 방어막이 약해지는 지점일 터.

그가 특수 제작된 절단기로 덮개의 볼트를 제거하려던 찰나였다.

\*쉬이이익-!\*

갑자기 뒤편에서 날카로운 기계음이 들려왔다. 지훈이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자, 붉은 감시등을 깜빡이는 제국 병기 드론 하나가 그의 코앞에서 정지해 있었다. 드론의 중앙 렌즈가 지훈을 정확히 조준하며 차가운 금속음을 냈다.

“침입자 발견. 즉시… 체포.”

지훈은 절단기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눈앞의 드론이 레이저를 발사할 준비를 하는 섬뜩한 ‘찰칵’ 소리를 들으며, 그는 도약할 준비를 했다. 작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위기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두려움 대신, 끓어오르는 결의의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세게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