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가운 금속 벽이 지겹도록 똑같은 회색을 뿜어냈다. 류진은 감방 구석, 닳아빠진 합성 매트리스 위에 몸을 웅크렸다. 중력 제어장치가 최저 효율로 가동되는 탓에 몸이 짓눌리는 듯한 답답함이 언제나 그를 감쌌다. 이곳, 은하 변방의 아크론-7 교도 행성에서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고 그저 고여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은 한때 은하 연합의 기함을 조종하며 수많은 항성계를 가로지르던 용맹한 조종사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어둠에 익숙해진, 생기 없는 유리구슬 같았다. 지난 2년. 정확히 730일하고도 18시간 동안 그는 이 작은 사각형 공간에서 벽에 난 미세한 균열을 세고, 천장의 배기구에서 흘러나오는 퀴퀴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살았다. 매일 반복되는 싸구려 합성 단백질 덩어리와 정화된 물. 그것이 그의 전부였다.

“류진, 배식이다.”

금속 철창 너머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철 문에 달린 작은 슬롯이 덜컹거리며 열리고,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색 액체가 담긴 플라스틱 그릇이 밀려들어 왔다. 류진은 힐끗 바라볼 뿐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식욕 같은 건 진작에 죽은 지 오래였다.

“빌어먹을. 먹지 않으면 힘도 못 써. 빨리 치워야 하니 집어들기나 해!”

간수의 짜증 섞인 외침에도 류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텅 빈 공간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 시선 끝에는 선명한 영상이 떠올랐다.

* * *

“류진! 네가 없는 전장은 상상도 할 수 없어!”

시야 가득 찬 별빛 속에서 거대한 전투함들이 불꽃을 뿜으며 격렬하게 격돌하던 날이었다. 류진은 자신의 조종석에 앉아 미간을 찌푸렸다. 옆 좌석에는 한지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너는 너무 낙관적이야, 지혁아. 전장은 언제나 변수투성이니까.”

“그래도 네가 있으니 든든하지! 우리는 은하 연합 최고의 듀오잖아!”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과 믿음이 가득했다. 지혁은 언제나 그랬다. 뛰어난 전략가였고, 불가능해 보이는 작전도 기어이 성공시키는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류진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들은 수많은 죽을 고비를 함께 넘겼고, 서로의 등을 언제나 맡겼다.

그러나 그 영원할 것 같던 맹세는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마지막 전투. 연합군과 반란군 세력의 모든 것을 건 최종 결전이었다. 류진은 최전선에서 반란군 함대의 지휘함을 격파하기 위해 돌격했고, 지혁은 후방에서 아군 함대를 지휘하며 엄호했다. 류진의 기함이 적 지휘함의 방어막을 뚫고 돌진하는 순간, 통신망이 혼란에 빠졌다.

‘긴급 보고! 류진 함장이 아군 함대에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보고였다. 자신의 함선은 적 지휘함만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때, 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류진의 심장을 얼어붙게 할 만큼 차가웠다.

‘류진 함장, 지금 즉시 공격을 중지하고 항복하라. 네가 배신자들의 사주를 받아 연합을 와해시키려 한다는 증거가 명백하다.’

류진은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스크린에는 자신의 함선이 아군 함대에 무차별적으로 에너지 포화를 퍼붓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그것은 교묘하게 조작된 영상이었지만, 그 순간의 혼란 속에서 누구도 진실을 분별할 여유가 없었다.

‘지혁아, 이게 무슨 소리야?! 난… 난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

류진의 절규는 수많은 함선들의 혼란스러운 통신 속에 묻혀버렸다. 이어서 지혁의 명령이 떨어졌다.

‘류진 함장을 즉시 포획하라! 저항 시 사살해도 좋다!’

친구의 명령과 함께 류진의 함선에는 수많은 아군 함선의 조준선이 따라붙었다. 공격이 시작되었다. 류진은 마지막 순간까지 믿을 수 없었다.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 함께 전장을 누비던 전우가 그의 등을 찔렀다. 그것도 가장 비열하고 잔혹한 방식으로.

결국 류진은 포획되었고, ‘반역자 류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아크론-7 교도 행성으로 유배되었다. 그 모든 과정은 완벽하게 계획된 듯 진행되었다. 지혁은 류진의 공백을 채우고,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연합군 사령관의 자리까지 올랐다.

* * *

“젠장, 류진! 네가 먹지 않으면 이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다!”

간수의 욕설이 다시 한번 류진을 현실로 끌어내렸다. 류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사그라지지 않는 불꽃 하나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가슴을 찢는 듯한 배신감이었다.
지옥 같은 절망 속에서도 스러지지 않는, 뜨거운 복수의 맹세였다.

류진은 차가운 금속 바닥에 놓인 플라스틱 그릇을 묵묵히 집어 들었다. 쓰레기 같은 음식을 목구멍으로 쑤셔 넣었다. 씹고 삼키는 모든 순간마다, 그는 친구의 차가운 눈빛과 배신의 비수가 심장에 박히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살아남아야 했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리고, 반드시, 그에게 되갚아주어야 했다.

류진은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그의 몸이 서서히 힘을 되찾는 것을 느꼈다. 뼈와 살이 깎이는 고통 속에서도, 그의 의지는 그 어떤 것보다 단단해졌다.

한지혁.
내 가장 친했던 친구이자,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간 배신자.

너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제, 너는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절망을 맛보게 될 것이다.

류진의 입가에 차갑고 비정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기다려, 지혁아.”

그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차가운 맹세처럼 감방 안에 낮게 울렸다.
**”내가 너의 모든 것을 파괴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