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너머, 심연의 노래**
“지아 씨, 조심해요.” 강태영 팀장님의 낮은 목소리가 축축한 공기를 갈랐다. 그의 목소리는 귓가를 맴돌았다.
우리가 막 발을 들인 통로는 이전까지의 웅장한 대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거대한 문 뒤에 숨겨져 있던 이곳은 마치 동물의 내장처럼 좁고 구불거렸으며, 온몸을 휘감는 습기와 정체 모를 눅진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와… 정말 이런 곳이 있었네요! 문헌에도 전혀 기록되지 않은…! 말도 안 돼!”
나는 흥분해서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췄다. 벽에는 낯선 상형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지만, 표면은 이미 오랜 시간의 풍파로 닳아 있었다. 세월의 흔적은 경이로웠다. 미지의 공간이 주는 압도감은 언제나 내 심장을 뛰게 했다.
“흥분은 알겠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미지의 공간엔 언제나 위험이 따르죠.”
팀장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의 손에 들린 탐사용 센서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 역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팀장님, 여기 좀 보세요!”
내 손전등 불빛이 멈춘 곳은 통로 바닥에 희미하게 박혀 있는 금속판이었다. 다른 곳의 돌바닥과는 이질적인, 어두운 구리색 금속판 위에는 섬세하고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별자리를 형상화한 듯도 하고, 어떤 신비로운 의미를 담고 있는 듯도 했다.
강태영 팀장님이 내 옆으로 다가와 쪼그리고 앉았다. 그의 날카로운 눈매가 금속판을 훑었다.
“함정일 가능성이 높아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손을 뻗고 있었다. 고고학자의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그냥 호기심인가? 손가락 끝이 차가운 금속에 닿는 순간,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지아 씨!”
태영 팀장님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발밑의 금속판이 스르륵 미끄러지며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온몸이 붕 뜨는 아찔한 감각. 비명조차 지를 새도 없이 몸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추락은 길지 않았다. 누군가 내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으윽…!”
등 뒤에서 들리는 묵직한 신음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태영 팀장님이 나를 품에 안은 채로 벽에 등을 박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우리가 떨어진 곳은 깊이 2미터 정도 되는 좁은 방이었다. 그리고 방 한쪽 벽에서 날카로운 톱니바퀴 같은 것이 스르륵 튀어나오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금속 마찰음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거… 미로 탈출 게임인가요? 그런데 벌칙이 좀 살벌하네요?”
상황에 맞지 않는 내 농담에 태영 팀장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의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 단단한 팔이 여전히 내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우리는 너무나도 밀착해 있었다. 그의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 등 뒤에서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색함에 슬그머니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위기 상황에 심장이 뛰는 게 맞나? 아니, 이건 공포 때문이야. 분명히 공포심 때문일 거야. 나는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지아 씨,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요.”
태영 팀장님은 나를 놓지 않은 채로 손을 뻗어 톱니바퀴가 튀어나오는 벽면을 더듬었다. 그의 손끝이 무언가에 닿자, ‘끽’ 하는 금속성 소리와 함께 톱니바퀴가 멈칫했다.
“이거… 스위치인가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단순한 스위치는 아닐 겁니다. 아마 특정 문양의 조합이나 힘의 작용… 젠장, 시간이 없네요.”
톱니바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내 눈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좁은 방 한쪽 구석에, 빛이 바랜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뱀이 세 개의 달을 삼키는 듯한 기괴한 그림. 그리고 뱀의 꼬리 끝에 작게 그려진 원형 문양.
“팀장님, 저기요! 벽화에요! 뱀 꼬리에 그려진 원형 문양, 저거 아까 금속판에 있던 문양이랑 똑같아요!”
태영 팀장님의 시선이 내 손가락을 따라 벽화로 향했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내 팔을 잡고 벽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뱀 꼬리 끝의 원형 문양에 손을 강하게 눌렀다.
‘우르르릉…!’
방 전체가 엄청난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톱니바퀴는 완전히 멈췄고, 우리가 내려온 바닥이 다시 스르륵 열리더니, 그 아래로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어둠이 펼쳐졌다. 이번엔 진짜 심연이었다. 공포가 목을 조여왔다.
“맙소사…”
태영 팀장님은 나를 여전히 품에 안은 채로 어둠 속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경이로움과 함께 미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곳은… 우리가 찾던 것보다 훨씬 깊은 곳이었군요.”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마치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낮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고대의 비밀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걸까. 우리의 모험은 이제, 진짜 시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