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챕터 17: 절규하는 정거장**

우주선 ‘어둠추적자’의 조종석은 한밤중의 무덤처럼 고요했다. 계기판의 푸른빛만이 카인의 얼굴에 차가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저 멀리, 검은 심연 속에서 점멸하는 거대한 요새가 보였다. 제이든이 자신의 탐욕스러운 손아귀로 움켜쥔 수많은 전진기지 중 하나, ‘아이언 크레스트’ 보급 정거장이었다.

“세르, 접근 경로 최종 확인.” 카인의 목소리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딱딱했다. 감정이라곤 실리지 않은 채, 오직 명령만이 흐를 뿐이었다.

“확인 완료. 은폐막 성능 99.8%. 정거장 방어망은 여전히 높은 경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상 침투 시간, 7분 23초.” 인공지능 세르의 음성은 기계적이었지만, 그 속에는 늘 카인과의 오랜 여정에서 쌓인 미묘한 신뢰가 배어 있었다.

카인은 턱을 살짝 들어 모니터에 비치는 거대한 강철 덩어리를 응시했다. 과거, 제이든과 함께라면 저런 요새 따위는 우주 먼지 취급이었을 텐데. 모든 것이 변했다. 신뢰는 배신으로, 우정은 칼날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칼날은 심장에 깊이 박혔다. 카인의 손이 저절로 왼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욱신거리는 환상통. 그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살아있는 상처였다.

“최대한 깊이 침투한다. 핵심 데이터 서버 파괴. 그리고… 메시지를 남긴다.”

세르가 아무런 질문 없이 명령을 수락했다. ‘어둠추적자’는 거대한 우주선들의 항적 사이로 능숙하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은폐막이 외부 센서들을 완벽하게 교란하며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정거장 외벽의 거대한 화물 도크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수십 톤짜리 컨테이너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요지였다.

“도크 7번, 개방 신호 포착. 일시적 보안 공백 발생. 침투 시작합니다.” 세르의 보고와 동시에 ‘어둠추적자’는 낡은 고철 덩어리 화물선처럼 위장하며 도크 내부로 진입했다. 육중한 강철 문이 닫히며 외부의 빛을 완전히 차단했다.

“착륙 지점 확보. 함선 정지.”

쿵, 하는 둔탁한 진동과 함께 ‘어둠추적자’는 어두컴컴한 도크 바닥에 내려앉았다.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에 완벽하게 밀착된 전투복은 그의 근육 하나하나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허리춤에는 숙련된 손길로 관리된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매달려 있었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맹수의 그것과 같았다.

헬멧을 착용하자, 시야에 정거장의 내부 설계도가 오버랩되었다. 제이든의 휘하에 있던 시절, 수십 번도 더 들락거렸던 곳. 모든 통로와 숨겨진 덕트, 감시 카메라의 사각지대까지 그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진입로 확보. 이동 시작.”

카인은 소리 없이 함선을 벗어나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공기는 냉기로 가득했고, 희미한 금속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정거장 내부의 인적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인원들은 전투 대기 상태로 다른 섹터에 배치되었거나, 아니면 제이든의 무자비한 정책으로 인해 이미 제거되었으리라.

복도를 따라 움직이던 카인의 귀에 낮게 깔린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멈춰 선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 귀를 기울였다.

“젠장, 요새 보안팀은 또 뭘 하는 거야? 보급선 하나가 무단으로 들어왔다는데, 도대체 누구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돼?” 거친 목소리가 불평했다.

“아무래도 잠입 전문 같던데. 센서에도 안 잡히는 유령 같은 놈이라고.” 다른 목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덧붙였다.

유령. 그래, 정확한 표현이었다. 카인은 그림자였다. 제이든이 자신의 가장 밝은 부분이라고 여겼던 그림자. 이제 그 그림자는 그에게 죽음을 가져다줄 것이다.

카인은 조용히 코너를 돌았다. 눈앞에 나타난 것은 낡은 제복을 입은 경비병 두 명이었다. 그들의 무장은 보급 정거장 치고는 과하게 강력했다. 제이든이 이곳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누구… 으읍!”

경비병 중 한 명이 카인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카인의 손에서 발사된 무음성 스턴 볼트가 그의 목덜미에 정확히 박혔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힘없이 쓰러졌다. 다른 한 명은 놀란 눈으로 동료를 바라보았고, 그 찰나의 순간에 카인의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번개처럼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푸른빛이 섬광처럼 번졌다가 사라졌다.

시체는 소리 없이 바닥에 엎어졌다. 카인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음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의 심장은 고요했다. 복수의 길에서 감정은 사치였다.

중앙 서버실로 가는 길은 예상보다 더 많은 저항에 부딪혔다. 카인의 침입 사실이 이미 상부에 보고되었는지, 정거장 전체에 비상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붉은 경고등이 번쩍이며 복도를 어지럽혔다.

“침입자 발생! 전 구역 봉쇄! 사살하라!”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지휘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인, 다수의 병력이 접근 중입니다. 경로를 우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르가 다급하게 알렸다.

“아니. 정면 돌파한다.”

카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도주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이곳에 ‘메시지’를 남기러 온 것이었다. 제이든에게, 그리고 그를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쾅!

육중한 보안 문이 열리고, 무장한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플라즈마 라이플에서 푸른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카인은 빠른 속도로 몸을 던져 엄폐물 뒤로 숨었다. ‘쉬이익-‘ 소리를 내며 벽을 뚫고 지나가는 플라즈마 탄환들이 그의 귀를 스쳤다.

“저기다! 사격 개시!”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카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쳐나갔다. 그는 단순히 총알을 피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의 사격 패턴을 읽고, 그 틈을 파고드는 무자비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그의 손에서 섬광처럼 번뜩였다.

“크악!”
“커헉!”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세 명의 병사가 갈라진 금속 갑옷과 함께 쓰러졌다. 카인은 그들의 시체를 밟고 전진했다. 그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동시에 예측 불가능했다. 마치 수년간의 훈련과 절망이 빚어낸 걸작처럼 보였다.

중앙 서버실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거대한 강철 문은 수십 겹의 합금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앞에는 베테랑으로 보이는 중무장 병사 다섯이 플라즈마 방패를 들고 버티고 서 있었다.

“침입자! 한 발자국이라도 더 움직이면 죽는다!” 그들 중 한 명이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카인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을 응시했다. 그의 심장은 복수의 불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차가운 불꽃이었고, 오직 파괴만을 위한 것이었다.

“세르, 문 개방 코드 우회 시작.”

“실패할 확률 72%. 수동 침투를 권장합니다.”

“신경 쓰지 마. 저 녀석들은 그전에 죽을 테니까.”

카인은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양손에 쥐었다. 푸른빛 칼날이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그는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콰앙! 콰광!

두터운 강철 방패와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부딪히며 섬광과 함께 굉음을 토해냈다. 병사들은 카인의 맹렬한 공격에 휘청거렸다. 그의 공격은 너무나 빠르고 정확했다. 방패의 틈새를 노려 팔을 절단하고, 다리를 부러뜨리며, 갑옷의 약점을 찾아 파고들었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마지막 병사가 쓰러지는 순간, 세르의 음성이 울렸다.

“문 개방 완료.”

카인은 핏방울이 튄 블레이드를 흔들어 피를 털어냈다. 차가운 눈으로 서버실 내부를 응시했다. 수십 개의 거대한 데이터 기둥들이 푸른빛을 발하며 웅장하게 서 있었다. 제이든의 모든 비밀과 계획, 자원 배분 정보가 이곳에 저장되어 있을 터였다.

그는 가장 거대한 데이터 기둥 앞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춤에서 특수 제작된 데이터 교란기를 꺼내 들었다.

“세르, 교란기 작동. 정거장 전원 시스템과 연결해. 모든 데이터를 지워버려. 흔적도 남기지 마.”

“확인 완료. 데이터 소거 시작. 소요 시간, 1분 30초.”

푸른빛이 번쩍이는 기둥에 교란기를 연결하자, 서버실 전체의 시스템이 경련하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데이터가 파괴되는 소리가 정거장 전체에 퍼져나가는 듯했다.

“카인, 긴급 알림! 제이든이 직접 보낸 친위대 병력, 정거장으로 진입 중입니다! 현재 위치까지 5분 이내 도착 예정!” 세르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5분. 충분했다.

카인은 서버실의 거대한 중앙 모니터를 응시했다. 화면 속에는 정거장의 모든 전원 시스템이 빨간색 경고등을 깜빡이며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해킹한 시스템을 통해 짧은 메시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제이든.”

메시지가 모든 모니터에 선명하게 띄워졌다. 그리고 그 아래, 섬뜩한 붉은 글자로 그의 서명이 새겨졌다.

*카인, 그림자 심장.*

“데이터 소거 완료! 전원 시스템 과부하 진행 중! 붕괴까지 30초!”

카인은 아무 미련 없이 서버실을 나섰다. 등 뒤에서 굉음과 함께 시스템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아이언 크레스트’ 정거장은 파괴될 것이다. 제이든의 보급망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의 이름은 공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어둠추적자’는 이미 은폐막을 재가동한 채 도크에서 대기 중이었다. 카인은 함선에 오르자마자 조종석에 앉았다.

“세르, 이탈.”

함선은 굉음과 함께 도크를 박차고 나왔다. 뒤이어 ‘아이언 크레스트’ 정거장 전체가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강철 조각들이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며, 마치 피를 토하는 짐승의 마지막 몸부림 같았다.

카인은 그 폭발을 무표정한 얼굴로 응시했다. 복수의 첫걸음.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제이든, 너는 네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너의 모든 것을 파괴할 때까지, 나는 결코 멈추지 않을 테니.

‘어둠추적자’는 잔해 속에서 유유히 빠져나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뒤에는, 제이든의 눈앞에서 벌어진 처참한 파괴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곧, 그는 깨달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아끼고 믿었던 이에게서 오는 가장 잔혹한 복수가 무엇인지를.

어둠 속에서, 카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피 냄새 가득한 승리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피는 제이든의 것이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