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잿빛 심연, 예상치 못한 균열

**[장면 1]**

**#1. 심연의 입구 – 낮게 드리운 잿빛 안개와 눅진 공기**

시커먼 바위벽을 타고 축축한 이끼가 군데군데 얼룩처럼 피어 있었다. 거친 숨소리가 어두컴컴한 동굴을 낮게 울렸다. 낡은 가죽 갑옷을 걸친 청년, 이룸은 들고 있는 횃불을 휘저으며 발밑을 살폈다. 횃불의 불꽃이 가늘게 흔들릴 때마다 길고 기괴한 그림자가 바위 틈새를 따라 춤을 추듯 일렁였다.

**이룸 (독백)**
젠장, 오늘도 빈손인가. 이 망할 ‘잿빛 심연의 미궁’은 매번 날 배신하는군.

이룸의 얼굴은 흙먼지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한 손에는 녹슨 단검을, 다른 한 손에는 방패 대신 겨우 막대기만 한 작은 나무 방패를 쥐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 맨 낡은 배낭은 텅 비어 있는 듯 가벼웠다.

**이룸 (독백)**
결계석 파편… 고작 이거 하나로는 다음 달 월세도… 에휴.

투덜거리며 벽에 기댄 채 잠시 쉬었다. 피곤이 발목을 잡아끌었지만, 아직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포기할 여유 따윈 없었으니까. 이곳에 오기 위해 들인 경비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물방울이 이마에 떨어졌다. 축축한 바닥에서는 알 수 없는 끈적한 냄새가 올라왔다.

**[장면 2]**

**#2. 어둠의 습격 – 끈적거리는 그림자들**

그때였다. 으스스한 마찰음과 함께 이룸의 등 뒤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미끄러지듯 솟아올랐다. 거대한 슬라임이었다. ‘어둠의 슬라임’. 하급 몬스터이긴 했지만, 이곳 잿빛 심연에서는 크기도, 공격성도 상상을 초월했다. 끈적이는 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식성 액체가 이룸의 가죽 갑옷에 튀었다.

**이룸**
크윽! 이 자식이!

놀란 이룸은 재빨리 몸을 피하며 단검을 휘둘렀다. 챙-!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슬라임의 몸체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슬라임의 몸은 단단한 젤리 같아서 이룸의 녹슨 단검으로는 치명상을 입히기 어려웠다. 슬라임은 끈적한 팔을 뻗어 이룸을 덮치려 했다.

**이룸 (독백)**
젠장, 또 이거야? 몇 마리를 잡아야 지겨워하지 않을 셈이냐!

이룸은 간신히 슬라임의 공격을 피하고는 벽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단검을 꽉 쥐고 슬라임의 핵이 있을 법한 몸체 중앙을 향해 필사적으로 찔렀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슬라임의 몸체가 터져 나가며 끈적한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룸**
흐읍, 흐읍… 이 망할 놈의 미궁은… 날 매번 시험하는군.

간신히 한숨을 돌린 이룸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아까 슬라임의 체액이 묻은 건가 싶어 손을 닦으려는데, 손바닥에 날카로운 돌멩이에 긁힌 듯한 상처가 보였다. 피가 배어 나왔다.

**이룸**
하아… 피곤하다. 이제 정말 돌아가야 하나… 이대로는 안 되는데.

**[장면 3]**

**#3. 예상치 못한 균열 – 숨겨진 통로**

이룸은 터덜터덜 걷다가 축축한 벽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 차가운 돌벽이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잠시 눈을 감으려던 그때였다.

**[효과음]** – 스르륵… 툭!

이룸이 기대고 있던 벽의 일부가 작게 안으로 밀려 들어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이어 작은 돌멩이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

**이룸**
응? 이건… 뭐야?

이룸은 피곤에 절었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가 기대고 있던 자리의 벽돌 하나가 안쪽으로 살짝 밀려들어가 있었고, 그 틈으로 칠흑 같은 어둠이 보였다. 단순한 틈이 아니었다. 분명, 그 뒤로 또 다른 공간이 있는 듯했다.

**이룸 (독백)**
설마… 숨겨진 통로? 이 미궁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호기심과 함께 일말의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이룸은 조심스럽게 밀려들어 간 벽돌 주변을 더듬었다. 손가락 끝에 차가운 금속 같은 질감이 느껴졌다. 벽돌을 잡고 옆으로 살짝 밀어내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틈이 넓어졌다. 그 뒤로는 손전등도 없는 횃불만으로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룸**
이런 곳이 아직 남아있었다니. 대체 누가, 언제…

그는 망설였다. 위험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기엔 너무나 아쉬웠다. 그의 가난한 주머니 사정이 그를 재촉했다.

**이룸 (독백)**
에라 모르겠다! 이 미궁에 들어온 이상, 살아남거나… 혹은, 뭔가를 발견하거나 둘 중 하나지.

굳게 결심한 이룸은 횃불을 높이 들고 조심스럽게 좁은 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몸을 비틀어 겨우 통과하자,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공기가 그를 감쌌다. 훨씬 더 무겁고, 알 수 없는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냄새가 났다.

**[장면 4]**

**#4. 고대의 전당 – 침묵 속의 제단**

이룸이 도착한 곳은 작은 통로를 지나 넓게 펼쳐진 공간이었다. 횃불의 불빛이 닿는 곳마다 고대의 상형문자와 알 수 없는 문양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잿빛 심연의 미궁과는 달리, 이곳은 놀랍도록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먼지 하나 없이 말이다.

**이룸 (독백)**
이 문양들은… 처음 보는 것들인데.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것 같아.

벽에 새겨진 문양들은 푸른빛, 붉은빛, 황금빛을 띠며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에 잊혔던 마법이 이곳에 여전히 깃들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룸은 숨을 죽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발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이 넓은 공간에는 아무런 생명체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섬뜩할 정도의 침묵만이 그를 짓눌렀다.

중앙에는 거대한 돌 제단이 놓여 있었다.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것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이룸의 눈에 포착된 것은, 제단 중앙에 놓인, 마치 평범한 강가의 돌멩이처럼 보이는 검은색 돌이었다.

**이룸**
이게… 전부인가?

실망감이 밀려왔다. 힘들게 찾아 들어온 곳인데, 겨우 평범한 돌멩이라니. 그는 조심스럽게 제단에 다가가 검은 돌을 집어 들었다. 차갑고 매끄러웠다. 아무런 특이점도 없어 보였다. 이룸은 검은 돌을 돌려보고, 흔들어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룸 (독백)**
젠장, 괜한 헛고생만 했잖아.

**[장면 5]**

**#5. 힘의 각성 – 내면의 울림**

이룸은 검은 돌을 제자리에 내려놓으려다 멈칫했다. 아까 슬라임을 잡다가 생긴 손바닥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핏방울이 검은 돌 위에 톡, 하고 떨어졌다.

**[효과음]** – 파르르… 웅-!

순간, 검은 돌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돌의 표면에 희미한 푸른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강렬해지더니, 이룸의 눈앞에서 돌 전체를 감싸는 푸른 불꽃으로 타올랐다.

**이룸**
으, 읍… 으아아악!

이룸은 비명을 지르며 돌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돌은 바닥에 닿지 않았다. 돌은 공중에 떠올라 이룸의 손바닥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와 함께 빛을 더욱 강렬하게 뿜어냈다. 그리고 동시에, 주변 벽에 새겨져 있던 고대의 문양들이 일제히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뛰듯,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빛들이 고대 전당을 환하게 밝혔다.

이룸은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고통과 함께, 거대한 힘이 자신의 몸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뜨겁고 차가운 것이 동시에 흐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었다. 마치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자신의 내면에서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

**이룸 (독백)**
이… 이게 대체… 무슨…

그의 몸에서 푸른빛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알 수 없는 언어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 언어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의미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각성’ 그리고 ‘계약’.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작은 푸른색 구슬 형태의 마력이 형성되었다.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이었다. 하지만 그 마력은 이룸의 통제를 벗어나, 순식간에 제단 옆 바닥에 떨어졌다. 콰아앙-!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바닥에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바위가 녹아내린 듯, 그을린 자국이 선명했다.

이룸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아까의 검은 돌이 박혀 있는 듯한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이룸 (독백)**
이건… 마법? 내가… 마법을 썼다고?

그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격렬하게 뛰었다.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전율과 희열이 온몸을 감쌌다. 그의 몸 안에, 이런 거대한 힘이 숨어 있었다니.

**[장면 6]**

**#6. 새로운 시작 – 미궁의 울림**

각성한 힘에 이끌린 듯, 고대 전당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룸은 주저앉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그 빛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벽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전당 곳곳에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룸은 자신의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을 보았다.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돌멩이가 아니었다. 그의 일부가 되었고, 그의 존재의 근원이 될 것처럼 느껴졌다.

**이룸 (독백)**
이건… 시작에 불과해.

그때였다. 이룸의 각성한 힘 때문이었을까. 전당 저 깊은 곳, 이룸이 들어온 곳과는 반대편 어둠 속에서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그의 각성으로 인해 깨어난 듯했다. 그 소리는 잿빛 심연의 미궁 전체를 울리는 듯, 불길하면서도 거대했다.

이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함께 알 수 없는, 그러나 강렬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이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었다.

**[장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