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흉터, 그리고 심장 박동

**시놉시스:**
세상이 무너진 지 10년, 인류는 죽은 자들의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감염자’라 불리는 괴물들은 한때 문명이었던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생존자들은 차가운 콘크리트 숲 속에서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여기, 잔혹한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는 금지된 감정이 싹튼다. 자비 없이 살아남아 온 인간 소녀 ‘미나’와, 괴물이면서도 인간의 심장을 잃지 않은 ‘제로’. 종족을 초월한 두 존재의 사랑은 파멸의 세상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잔인한 역설이 된다.

### **프롤로그: 재의 노래**

**SCENE 1**
**EXT. 폐허가 된 도시 외곽 – 낮**

[음악: 처연하고 쓸쓸한 현악기 선율, 낮게 깔리는 베이스]

수십 년 전 번화했던 도시의 잔해가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펼쳐져 있다. 앙상한 뼈대만 남은 고층 빌딩들은 거대한 묘비처럼 서 있고, 그 사이를 비집고 자란 잡초와 덩굴이 콘크리트 벽을 휘감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와 함께 녹슨 철근 조각들이 슬픈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카메라, 황량한 풍경을 천천히 팬 오버한다.

[효과음: 바람 소리, 멀리서 들리는 날카로운 짐승 울음소리]

한 생존자의 뒷모습이 화면 중앙에 잡힌다. 거친 사막 전투복 같은 옷을 입고, 낡은 백팩을 멘 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미나(20대 초반)**다. 얼굴에는 먼지와 흙이 묻어있지만, 또렷한 눈빛은 주변을 예리하게 탐색한다. 등에는 개머리판이 접힌 소총이 매달려 있고, 한 손에는 묵직한 마체테가 들려 있다.

**내레이션 (미나의 속삭이는 목소리):**
_세상은 멸망했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 ‘숨쉬고’ 있었다. 죽지 못해 버티는 숨결마다 칼날 같은 현실이 스며들었지. 인간은 괴물이 되고, 괴물은… 그저 괴물일 뿐인 세상._

미나가 멈춰 선다. 그녀의 눈이 한 건물 잔해에 고정된다. 한때 식물원이자 온실이었을 법한, 유리 지붕이 산산조각 난 거대한 구조물이다. 내부에는 녹슨 철골 구조물 사이로 기이하게 자라난 식물들이 엉켜 있다. 푸른색, 보라색, 붉은색의 이질적인 빛깔을 띠는 식물들이 기형적으로 번성해 있다.

미나, 마체테를 고쳐 잡고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 **챕터 1: 숲의 그림자**

**SCENE 2**
**INT. 폐허가 된 식물원 – 낮**

[음악: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낮은 현악기 화음, 이따금 들리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식물원 내부는 바깥보다 훨씬 더 어둡고 습하다. 부서진 유리창을 통해 간신히 들어오는 빛줄기가 먼지 속을 헤집으며 기괴한 그림자들을 만들어낸다. 공기는 흙냄새와 함께 썩어가는 식물의 비릿한 냄새가 섞여 있다.

미나, 잔뜩 경계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꺾인 나뭇가지와 엉성하게 엉킨 덩굴을 마체테로 헤치며 나아간다. 그녀의 시선은 끊임없이 주변을 훑는다.

**미나 (속삭이듯):**
“젠장, 여기서 대체 뭘 찾으라는 거야.”

[효과음: 미나의 발소리, 찰칵, 마체테가 덩굴을 자르는 소리]

그녀는 고장 난 선반 위에서 찢어진 책 몇 권과 곰팡이 슨 플라스틱 용기를 발견한다. 실망한 표정으로 혀를 찬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미나:** (화들짝 놀라며)
“…!”

미나, 즉시 몸을 숨긴다. 빽빽한 덩굴 뒤편으로 몸을 웅크리고, 소총을 겨눈다. 심장이 거칠게 요동친다.

[효과음: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 미나의 거친 숨소리]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비정상적으로 길고 마른 팔다리, 핏발 선 눈동자, 그리고 찢어진 피부 사이로 드러나는 뼈대. 일반적인 ‘감염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것은 덩치 큰 일반 감염자 무리를 이끌고 있는 듯했다.

카메라, 그 감염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깊게 패인 눈과 앙상한 턱선. 하지만 기묘하게도, 다른 감염자들처럼 무작정 날뛰는 광기보다는, 어딘가에 집중하는 듯한 정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그 ‘감염자’의 이름은 **제로(Zero)**다. (나이 불명, 20대 후반 추정의 외모)

제로는 덩굴 너머의 미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듯했지만, 이내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옮긴다. 마치 주변의 다른 감염자들을 통제하려는 듯, 손가락을 튕기는 듯한 미세한 동작을 취한다. 다른 감염자들은 제로의 움직임에 따라 으르렁거리며 숲 속 깊숙이 사라진다.

미나, 숨을 죽인다. 제로의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저건 다른 감염자들과는 다르다. 명백히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제로,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만히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는 미나가 숨어 있는 덩굴 쪽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의 핏발 선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난다.

미나, 심장이 발끝까지 곤두선다. 들켰다.

하지만 제로는 아무런 공격적인 움직임 없이, 그저 조용히 미나를 응시할 뿐이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는다. 그저, 깊은 심연 같은 눈빛만이 미나를 꿰뚫는다.

[음악: 긴장감 속에서 서서히 멜로디가 바뀌는, 미스터리하면서도 슬픈 피아노 선율]

미나는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힘을 준다. 언제든 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제로,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순간, 그의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미나는 놓치지 않는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다 만 것처럼.

그리고는, 제로의 시선이 미나의 눈을 떠나, 그녀의 어깨 뒤쪽, 덩굴 너머의 깊은 숲 속을 향한다.
제로의 눈빛에 미세한 변화가 스친다. 경고, 혹은… 염려?

그가 갑자기 몸을 돌려 숲 속으로 사라진다. 다른 감염자들이 사라진 방향과는 반대였다.
미나, 혼란스럽다.

**미나:** (작게 중얼거린다)
“…뭐지? 왜 날 공격하지 않았지?”

그녀는 제로가 사라진 곳을 한참 바라본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바라봤던, 깊고 어두운 숲 속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SCENE 3**
**INT. 폐허가 된 식물원 – 숲 속 깊은 곳 – 낮**

[음악: 긴장감 유지, 그러나 더 조용하고 탐색적인 분위기]

미나,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제로가 사라진 곳을 응시하다가, 그가 마지막으로 바라봤던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직감적으로 그쪽이 더 위험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발밑에는 썩은 낙엽과 부러진 나뭇가지가 뒹굴고, 이끼 낀 돌들이 미끄럽다.
어둠 속을 헤치고 나아가던 미나의 눈에, 부서진 온실의 벽 틈새로 보이는 희미한 빛이 들어온다.

그곳은 한때 식물원의 연구실이었을 법한 공간이었다. 유리창은 깨져 있고, 낡은 책상과 장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미나, 숨을 들이켠다.

낡은 철제 캐비닛에 기대어 쓰러져 있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여성이다. 상처투성이지만, 감염자는 아니었다. 아직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미 의식이 희미한 듯, 가늘게 숨만 쉬고 있다. 옆구리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고, 그 옆에는 찢어진 붕대가 널브러져 있다.

**미나:** (경악하며)
“이런…!”

그때, 여성의 발치에 놓인 작은 나무 조각이 미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뭇조각에는 조악하게 깎인 꽃 모양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핏물에 얼룩진 손바닥 자국이 선명했다.

바로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미나, 소총을 돌려세우며 즉시 자세를 취한다.

**미나:**
“누구…!”

그곳에는 조금 전 헤어졌던 제로가 서 있었다. 그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그의 손에는 방금 전 여성이 떨어뜨렸을 법한, 또 다른 나무 조각이 들려 있다. 그 나무 조각에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형태의 작은 꽃이 새겨져 있었다.

미나, 혼란스럽다. 제로의 핏발 선 눈동자가 미나와 여성, 그리고 자신이 들고 있는 나무 조각을 번갈아 응시한다. 그의 행동은 마치… 여성을 ‘보호’하려 했던 것처럼 보인다.

**미나:**
“너… 저 여자를 알고 있나?”

제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저 미나를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어딘가 애처로운 빛을 띠고 있었다.
여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미나를 보며, 제로의 앙상한 손이 천천히 움직인다. 그가 들고 있던 나무 조각을, 조심스럽게 미나의 발치에 놓는다.

[음악: 연민과 의문을 담은 멜로디로 전환]

미나는 그 나무 조각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다시 제로를 올려다본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간절한 부탁을 하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았다.
미나, 직감한다. 이 감염자는… 이 여성을 살리고 싶어 한다.

**미나:** (믿을 수 없다는 듯)
“네가… 날 이곳으로 유인한 거야? 이 여자를 구해달라고?”

제로는 고개를 숙인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침묵. 하지만 미나는 그것이 긍정임을 안다.
그 순간, 여성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 상처가 악화되고 있었다.

**미나:**
“젠장…!”

미나는 결심한다. 이 괴물을 믿을 수는 없지만, 눈앞의 생명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미나는 배낭을 내려놓고 의료 키트를 꺼낸다. 소독약과 붕대, 바늘과 실.

제로는 미나의 움직임을 묵묵히 지켜본다. 그의 눈빛은 단 한 번도 미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미나는 여성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한다. 능숙하게 소독하고, 바늘로 살점을 꿰매고, 붕대로 감싼다.

[효과음: 천을 찢는 소리, 실로 꿰매는 소리, 고통에 신음하는 여성의 소리]

그 과정 내내, 제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지켜본다.
치료가 끝나자, 미나는 지친 한숨을 내쉰다. 여성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숨소리는 한결 고르게 들렸다.

미나, 다시 제로를 바라본다.
제로는 이제 더 이상 애처롭거나 간절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의 눈빛에는… 아주 미세한 안도감, 그리고 어쩌면… 감사의 빛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음악: 잔잔하고 따뜻한 피아노 선율이 희미하게 흐른다]

그때, 숲 속 깊은 곳에서 또 다른 감염자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까보다 훨씬 더 가까이, 그리고 많았다.

**미나:** (깜짝 놀라며)
“이런, 들켰나 봐!”

미나는 소총을 움켜쥔다. 여성을 데리고 이 상황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여성은 당분간 이곳에 숨겨두고, 자신은 감염자들을 유인해야 한다.
하지만 제로는 미나의 앞을 막아선다.

**미나:**
“비켜! 내가 유인할게. 저 여자는… 네가 지켜야지!”

제로는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을 보여준다. 찢어진 피부 아래로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몸은 다른 감염자들에게서 나는 끔찍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미나, 깨닫는다. 제로는 ‘같은 편’이었다. 그는 감염자 무리의 일원이었기에, 그들의 냄새를 이용하여 다른 감염자들을 유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반 감염자들보다 훨씬 빠르고 기민했다.

제로는 미나의 손에 마체테를 쥐여준다. 그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접촉에서 미나는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는, 제로가 여성에게 다가가, 여성의 얼굴에 자신의 앙상한 손을 아주 조심스럽게 갖다 댄다. 마치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한참을 머무른다.

[음악: 애잔함이 고조된다]

제로, 이내 뒤돌아 선다. 그리고는 미나에게 마지막으로 시선을 던진다. 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부탁, 희망, 그리고… 알 수 없는 슬픔.

그리고 제로는, 감염자들이 몰려오는 숲 속 깊은 곳으로, 미련 없이 달려들어 사라진다.
[효과음: 제로가 달려가는 거친 발소리, 멀리서 들리는 감염자들의 광기 어린 울부짖음]

미나는 제로가 사라진 곳을 한참 바라본다. 마체테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미나:**
“…살아남아, 제로.”

[음악: 비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이 최고조에 이른다]

미나는 다시 여성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여성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미나는 여성의 옆에 앉아, 조용히 숲 속에서 들려오는 감염자들의 소리와, 그 사이를 헤집는 제로의 움직임을 듣는다.
이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괴물이 인간을 구한다? 그것도 자신을 희생하면서?
하지만 미나의 심장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어쩌면, 이 황폐한 세상 속에서…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희미한 희망의 빛을 본 것일지도 모른다.

카메라, 미나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경계심으로 가득하지만, 그 깊은 곳에는 새로운 의문과, 아주 작은 기대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내레이션 (미나의 속삭이는 목소리):**
_세상은 여전히 지옥이었다. 하지만 지옥의 심장부에서, 나는 한 줄기 빛을 보았다. 그것은 어둠 속을 헤매는 괴물의 눈빛에서 시작된, 금지된 흉터였다. 그리고 그 흉터는, 알 수 없는 심장 박동을 만들어내고 있었다._

**FADE OUT.**

### **에필로그 (추후 전개 예상):**

미나는 여성을 치료하고, 여성이 의식을 되찾자 그녀가 제로의 여동생, 혹은 연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제로는 감염 초기, 가족을 지키려다 자신도 감염되었지만, 강한 의지력으로 이성을 완전히 잃지 않은 ‘특수 개체’였다. 그는 언젠가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올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으며, 인간과 감염자의 경계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미나와 제로는 여러 번 조우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아간다. 제로는 인간의 언어를 조금씩 회복하고, 미나는 그의 고독과 인간성을 알아본다. 다른 생존자들은 제로를 위험한 괴물로 취급하며 둘을 위협하고, 일반 감염자들은 제로의 이질적인 존재를 감지하고 공격하려 한다.

결국, 미나는 제로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그와 함께 종족을 뛰어넘는 도피를 시작한다. 그들의 사랑은 황폐한 세상 속에서 가장 위대하고도 비극적인 꽃을 피울 것이다. 과연 그들은 이 세상에서 금지된 사랑을 지켜내고,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혹은, 둘 중 하나는, 혹은 둘 다, 이 잔혹한 세상의 먹이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