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독립적인 단편 소설

강민은 늘 배가 고팠다. 도시의 변두리, 흑석 골목의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 나는 벽 틈에서 잠이 들고 흙먼지와 함께 깨어나던 나날이었다. 희망은 사치였고, 내일은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만이 그를 지탱했다. 오늘은 운이 좋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늘 그렇듯이 운이 없었다. 며칠째 주운 것이라곤 썩은 사과 조각과 닳아 빠진 가죽 조각뿐이었다. 굶주림이 위장을 갉아먹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흑석 골목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허물어진 검은 사원 터였다. 옛날, 이 도시가 아직 번성했을 때, 저 사원이 어떤 신을 모셨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남아있는 것이라곤 검게 그을린 돌무더기와 불길한 그림자뿐. 강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늘 그렇듯, 버려진 곳에는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사원 내부는 삭막했다. 무너진 기둥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어 바닥은 질척거렸고, 썩은 나무와 흙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발소리가 울림 없이 사라지는 공간, 그 한가운데에 버려진 제단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강민은 제단을 훑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서려던 찰나, 그의 발끝에 무언가 걸렸다. 무너진 제단 뒤편에서, 흙먼지로 뒤덮인 석판들 사이, 유독 한 석판이 미묘하게 들떠 있었다. 마치 제자리를 찾지 못한 이빨처럼.

호기심보다는 절박함이 그를 움직였다. 닳고 닳은 쇠붙이 조각으로 석판 틈을 쑤셨다. 퀴퀴한 흙먼지와 함께 낡은 석판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들려 올라갔다. 어둡고 축축한 아래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통로였다. 망설일 틈도 없이 강민은 몸을 구겨 넣었다. 새로운 절망보다는, 차라리 미지의 어둠이 나았다.

통로는 예상보다 길었다. 지하 깊숙이 파고드는 듯한 길은 미지근하고 축축했으며, 그가 내쉬는 숨소리만이 벽에 부딪혀 희미하게 되돌아왔다. 끝에 다다르자,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였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동굴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원형의 제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벽에는 정교하면서도 기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으나, 오랜 세월 탓에 희미해져 알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있었다.

검고, 투명한 액체. 그것은 물처럼 흐르지도, 기름처럼 끈적이지도 않았다. 마치 정지된 어둠 그 자체처럼, 공간 속에 박제된 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액체 안에서는 셀 수 없는 미세한 빛들이 춤을 추는 듯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강민의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거부할 수 없는 존재감. 두려움과 함께 알 수 없는 갈증이 밀려왔다. 그의 굶주린 몸이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 같았다.

홀린 듯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검은 액체에 닿는 순간, 차가움도, 뜨거움도 아닌, 차라리 ‘무(無)’에 가까운 감각이 엄습했다. 이내 그 ‘무’가 격렬한 파동으로 변했다. 손가락을 통해 온몸으로 파고드는 무언가.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몸이 굳어버렸다. 피부 아래로 검은 실핏줄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핏줄이 지나가는 곳마다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 몰아쳤다. 근육이 경련하고, 뼈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그는 알 수 없는 쾌감과 함께 엄청난 힘이 자신에게 깃드는 것을 느꼈다. 귓가에는 수천 년의 세월이 응축된 듯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것은 언어도 아니었고, 형체도 없었지만, 강민은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갈망해라. 획득해라. 그리고 지배해라.*

숨을 헐떡이며 몸을 일으켰다. 이전의 지독한 굶주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세포 하나하나가 활활 타오르는 듯한 에너지가 그의 몸을 가득 채웠다. 그의 눈동자는 이전과는 다르게,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듯 검게 번뜩였다. 손바닥을 폈다. 손 안에서 검은 안개가 희미하게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힘이었다. 굶주림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종류의 갈증이 찾아왔다.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싶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갈증.

그의 시선이 천장을 훑었다. 낡고 듬성듬성한 돌 틈 사이로, 거미줄에 매달린 거미 한 마리가 보였다. 강민의 시선이 거미에게 닿자, 순간, 그의 눈이 번뜩였다. 거미는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묶인 것처럼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그리고 이내, 핏방울이 맺히며 축 늘어졌다.

강민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어떤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자신이 해낸 일이라는 것을. 동시에 섬뜩한 예감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이 힘은… 과연 자신만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이 힘의 도구가 된 것일까?

어둠 속에서 그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이제 흑석 골목의 강민은 더 이상 예전의 강민이 아니었다. 그의 앞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굶주린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세상에서 가장 굶주린 포식자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