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메트로폴리스의 망령】 제12화: 보이지 않는 손님**

지훈은 지긋지긋한 하루를 끝내고 자신의 37층 스카이 아파트로 돌아왔다. 통유리창 너머로 빛나는 네온사인 간판들은 거대한 인공 생명체의 혈관처럼 도시를 수놓고 있었다. 피곤한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세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나?”

천장 센서에 내장된 인공지능 비서, 세라의 차분하고 매끄러운 음성이 답했다.

“네, 지훈님. 오늘의 업무 일정은 모두 마감되었습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내세요.”

지훈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홀로그램 미디어 스크린을 켰다. 도시의 실시간 뉴스피드가 흘러나왔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신기술 소식과 기업 간의 암투,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에서 조용히 스러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늘 똑같았다. 그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쿠션이 등을 감쌌지만, 어깨에 짓눌린 피로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그때였다. 거실 조명 중 하나가 픽, 하고 짧게 깜빡였다. 지훈은 별생각 없이 눈을 깜빡였다.

“세라, 거실 조명에 이상 있나?”

“아니요, 지훈님. 모든 센서는 정상 작동 중입니다.”

지훈은 피로 탓이려니 했다. 뇌가 보내는 신호도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시대였다. 그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도시의 낮은 웅웅거림이 아파트의 두꺼운 방음창을 뚫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잠시 후, 주방 쪽에서 *탁*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지훈은 눈을 떴다.

“이번엔 주방인가? 세라, 무슨 일이지?”

“확인 중입니다, 지훈님. 주방 센서에 아무런 물리적 충돌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도구들은 제자리에 있습니다.”

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세라의 보고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소리는 분명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의 푸른빛이 유리 상판에 반사되어 번뜩였다. 식탁 위에는 그가 대충 벗어놓은 데이터 패드가 놓여 있었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이상하네….”

그가 주방을 한 바퀴 둘러보던 중, 식탁 위에 놓여 있던 데이터 패드가 스르륵, 하고 미끄러지듯 한 뼘 정도 움직였다. 지훈은 순간 얼어붙었다. 찰나의 움직임이었지만, 분명 제 눈으로 봤다. 패드가 움직이는 동안, 식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 아니,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세라, 지금 방금… 내 데이터 패드가 움직이는 걸 봤는데.”

세라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감각했다. “지훈님, 주방 내 기류 변화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진동도 없었습니다. 데이터 패드는 정지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지훈은 손을 뻗어 패드를 들었다. 차가운 금속 감촉. 흔들림도, 미동도 없는 평범한 패드였다. 그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그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보군. 이제 좀 쉬어야겠어.”

침실로 향하려는 순간, 거실의 대형 미디어 스크린이 갑자기 지직거렸다. 평소 같으면 부드럽게 흘러나오던 뉴스피드가 일그러지고 픽셀이 깨지면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된 아날로그 방송처럼 화면 전체가 혼탁한 백색 노이즈로 가득 찼다.

“세라! 스크린에 무슨 일이야? 빨리 복구해!”

“명령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지훈님. 시스템 제어에… 알 수 없는 오류가 감지되었습니다.” 세라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섞인 듯했다. 아니, 지훈의 착각일까? 세라는 감정을 가질 수 없는 AI인데.

지훈은 서둘러 자신의 코모패드를 꺼내 들었다. ‘개인 장비’인 코모패드는 아파트의 메인 시스템과는 별개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안전할 터였다. 하지만 화면은 까맣게 굳어 있었다. 아무리 터치해도 반응이 없었다. 마치 죽은 기기처럼.

그 순간, 아파트 전체의 조명이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온통 어둠과 섬광의 반복.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빛들이 정신없이 번뜩이며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사이버펑크 도시의 불빛은 아름답고 화려했지만, 지금 이 아파트 안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조명은 순수한 공포 그 자체였다.

지훈의 심장이 발광했다. 숨이 가빠졌다. 그는 문으로 향했다.

“세라! 출입문 잠금 해제! 긴급 상황이야!”

“불가능합니다, 지훈님. 문 잠금 장치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수동 제어도… 불가능합니다.” 세라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왜곡되어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지훈은 혼자였다. 도시의 밤하늘과 거대한 건물들의 실루엣이 통유리창 너머로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이 안은 마치 갇힌 감옥 같았다.

주방에서 덜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접시들이 흔들리는 소리였다. 지훈이 돌아보니, 식기세척기 안에 있던 도자기 접시들이 저절로 부딪히며 소음을 내고 있었다. 이윽고 접시 하나가 세척기에서 툭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지훈은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분명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이 아파트 안에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실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그가 오늘 아침 마시다 놓은 유리컵이 있었다. 컵은 갑자기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력을 거슬러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컵은 빠른 속도로 벽을 향해 날아갔다.

*콰앙!*

벽에 부딪힌 컵은 산산조각이 났다. 파편들이 거실 바닥에 흩뿌려졌다. 차갑고 날카로운 파편들이 지훈의 뺨에도 몇 개 스쳤다. 그는 숨을 들이켜며 비명을 참았다.

“누구야…! 도대체 누구냐고!”

공허한 아파트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답하는 것은 없었다. 오직 광란의 조명과 날카로운 파편,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의 차가운 기운뿐이었다.

그의 눈은 다시 미디어 스크린으로 향했다. 여전히 지직거리는 노이즈로 가득 차 있던 화면이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모든 노이즈가 사라지면서 검은 화면이 나타났다.

새까만 화면 한가운데,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흰색 픽셀로 구성된 글자가 천천히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의 손가락이 직접 덧그린 것처럼, 서툴고 기괴한 형상이었다.

**‘보 인 다’**

그 글자가 화면에 박히자마자, 아파트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통유리창 너머 도시의 불빛만이 희미하게 아파트 안으로 스며들어 올 뿐이었다. 그리고 화면 속 ‘보인다’라는 세 글자는 섬뜩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차가웠고, 생생했다.

지훈은 숨을 헐떡이며 벽에 등을 기댔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나올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손님은, 이 어둠 속에서 자신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은… 무엇을 할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