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1장: 균열의 시작

밤 11시, 지훈은 모니터 불빛에 질린 눈으로 자판을 두드리다 허리를 폈다. 텅 빈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지 불과 한 시간. 좁디좁은 원룸 침대에 몸을 던지고 싶었지만, 마감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과제는 그의 등짝을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아, 대학생의 삶이란.

“젠장, 피곤해 죽겠네.”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천장을 올려다봤다. 깔끔하게 도배된 하얀 벽지. 형광등은 어김없이 밝았다. 몇 년 전 지어진 신축 아파트라더니, 흠 잡을 데 없는 인테리어와 조용한 환경이 마음에 들어 무리해서 대출까지 받아 전세 계약을 했다. 적어도 밤에는 다른 집 소음 걱정 없이 온전히 쉴 수 있다는 게 이곳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탁.

작은 소리가 그의 귓가를 스쳤다. 지훈은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어둠이 짙게 깔린 거실 쪽이었다. 창문 밖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스며들어와,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잡동사니들의 윤곽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뭐지?”

다시 작업에 집중하려 했지만, 불현듯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에 시선이 계속 거실 쪽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딸랑.

이번엔 좀 더 선명한 소리. 쇠붙이가 부딪히는 듯한, 아주 작고 가벼운 소리였다.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어지럽게 널린 잡지 몇 권과 마시다 만 컵, 그리고 어제 택배로 받은 물건을 뜯고 남은 칼날 등이 보였다. 그런데 그 사이로, 지훈의 눈에 낯선 것이 들어왔다.

아니, 낯선 건 아니었다. 어딘가 익숙한, 하지만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테이블 한가운데에 놓인 그것은 낡고 녹슨 열쇠였다. 손잡이 부분은 손때로 까맣게 변색되어 있었고, 열쇠 뭉치 부분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듯 뿌옇게 녹이 슬어 있었다. 도대체 언제적 물건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투박한 모양새였다.

“이게 왜 여기에…?”

지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이런 열쇠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살짝 떨리는 손을 뻗어 열쇠를 집어 들었다. 차갑고 거친 금속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어둠 속에서도 묵직하게 느껴지는 무게감은 진짜 물건임을 증명했다.

아침에 나갈 때까지 테이블 위에는 이런 열쇠는 없었다. 돌아와서도 작업에 몰두하느라 거실에는 거의 오지 않았으니, 누가 몰래 두고 갔을 리도 만무했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현관문은 이중 잠금장치까지 완벽하게 걸려 있었다.

“꿈인가? 내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보나?”

지훈은 눈을 비볐다. 다시 봐도 열쇠는 그대로였다. 낡고 오래된, 정체불명의 열쇠.

그 순간, 거실의 스탠드 등이 *팟* 하고 깜빡이더니 이내 완전히 꺼져버렸다.

“아악!”

갑작스러운 암전과 함께 지훈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방금 전까지 멀쩡히 켜져 있던 등이었다. 그는 서둘러 스위치를 찾았다. 몇 번 껐다 켰지만, 스탠드 등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귓가를 맴도는 섬뜩한 속삭임.

*–돌아가야 해…–*

아주 낮고 희미한 소리였지만,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지훈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몸이 굳어버렸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다. 이 넓은 아파트에 자신 혼자뿐이었다.

“누, 누구세요? 장난치지 마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어디선가 불어오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그의 뺨을 스쳤다. 분명 창문은 닫혀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낡은 열쇠가 갑자기 뜨거워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동시에 열쇠에서 옅은 푸른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착각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의 눈은 분명히 그 빛을 포착했다. 푸른빛은 아주 잠시 반짝이더니 이내 사라졌다.

“이건, 말도 안 돼…”

이성은 이건 꿈이라고, 혹은 과도한 피로로 인한 환각이라고 외쳤지만, 몸은 이미 공포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지훈은 뒷걸음질 쳤다. 열쇠를 든 손이 축축하게 땀으로 젖었다.

그때였다. 주방 쪽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가 울렸다. 분명 유리컵이 깨지는 소리였다.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턱밑까지 치솟아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컵이 깨졌다고? 저절로? 그는 본능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열쇠를 던져버렸다. 열쇠는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제발… 제발…!”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주방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덜그럭, 덜그럭.* 마치 누군가 주방 기구들을 마구잡이로 흔드는 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이내, *쿵!* 하는 굉음과 함께 싱크대 상부장이 활짝 열리더니, 안에 있던 접시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훈은 벌벌 떨며 몸을 웅크렸다. 그의 눈에는 이미 공포에 질린 눈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이건 단순히 피곤해서 보는 환각이 아니었다. 분명 현실이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아파트에, 정체 모를 무언가가 함께 있었다.

주방의 소동이 잠잠해지자, 이번엔 안방에서 *삐걱, 삐걱* 하는 침대 스프링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침대에 앉는 듯한 소리였다. 뒤이어, 아주 느릿느릿하게 옷장 문이 열리는 소리, 옷걸이가 부딪히는 소리까지.

“안 돼… 안 돼…!”

지훈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이건 폴터가이스트였다. 분명 그랬다. 하지만 왜? 왜 갑자기? 그리고 저 낡은 열쇠는 도대체 뭐였을까?

그때, 거실 테이블 위에서 아까 던져버렸던 낡은 열쇠가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강렬한 푸른빛이었다. 열쇠는 공중에 떠오르더니, 지훈의 눈앞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점점 강해지면서, 열쇠의 낡은 표면이 마치 새로운 금속처럼 매끄럽게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녹이 사라지고, 손때가 벗겨지고, 열쇠 뭉치 부분이 섬세한 문양으로 바뀌는 것을 지훈은 분명히 보았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열쇠가 회전을 멈추자, 푸른빛은 더욱 거세졌다. 빛은 순식간에 그의 시야를 집어삼켰다. 지훈은 눈을 감으려 했지만, 눈꺼풀조차 말을 듣지 않았다. 온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갑자기, 그의 눈앞에 한 장면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빽빽한 빌딩 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즈넉한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
자신이 서 있는 아파트 대신, 넓은 마당을 가진 흙벽 집이 서 있는 모습.
그리고 그 마당 한가운데에 서서,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흐릿한 형체의 *누군가*.

“으아아악!”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눈을 뜨자, 푸른빛은 사라져 있었다. 주방도, 안방도, 모든 소란이 멈춘 듯 고요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거실 테이블 위를 쳐다봤다. 낡은 열쇠는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아주 미세한 균열이 테이블 표면에 나 있었다. 마치 투명한 막이 깨진 것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실금 하나가 테이블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그 균열을 만져보려 했다. 손가락이 닿으려는 순간, 균열에서 미세한 전기 스파크가 *찌릿* 하고 튀어 올랐다. 그는 화들짝 놀라 손을 거두었다.

온몸의 세포들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그는 지금,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기묘한 현상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이건 단순히 귀신 들린 집이 아니었다. 사라진 열쇠, 시간의 역행을 보여준 듯한 변화, 그리고 눈앞에 나타났던 과거의 환영.

그 모든 것이, 이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단서였다.
현대 도시의 평범한 아파트, 그 익숙한 공간에, 시간이 만들어낸 균열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균열은, 이제 막 벌어지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지훈은 숨을 헐떡이며 벽에 등을 기댔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와 혼란, 그리고 미약한 호기심으로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