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챕터 1. 그림자가 드리운 경계**

새벽녘은 이름과 달리 영원히 밤의 그림자를 털어내지 못하는 도시였다. 높다란 강철 첨탑들은 늘 푸르스름한 안개에 싸여 있었고, 도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분리의 벽’은 해묵은 이끼처럼 미움과 두려움으로 뒤덮여 있었다. 벽 서쪽은 ‘낮의 사람들’인 우리가 사는 빛의 영역이었고, 동쪽은 전설처럼 내려오는 ‘밤의 종족’들이 사는 금지된 땅이었다. 그들의 존재는 우리에게 두려움이자 동시에 풀 수 없는 미스터리였다. 어릴 적부터 들었던 이야기 속의 밤의 종족은 검은 비늘이 돋은 피부, 짐승처럼 빛나는 눈, 그리고 인간의 영혼을 빨아먹는 악마 같은 존재로 묘사되었다.

나는 이한. 새벽녘 국립 기록원에서 고문서들을 파먹고 사는 기록관이다. 남들이 지루하고 먼지 쌓인 일이라 여겨 손사래 치는 일들을 나는 즐겼다. 특히 벽 너머, 밤의 종족에 대한 금지된 기록들을 읽어 내려갈 때면 심장이 알 수 없는 속도로 뛰었다. 공식적인 기록은 모두 그들을 야만적이고 사악한 존재로 규정했지만, 가끔 발견되는 파편적인 이야기들은 다른 진실을 속삭이는 듯했다.

그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죽은 글자들 속에서 살아있는 진실을 찾고 있던 늦은 오후였다. 희뿌연 유리창 너머로 해가 저물고, 도시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할 무렵,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한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다. 헌병대 소속의 강 중사였다. 그의 얼굴은 잿빛으로 질려 있었고, 땀이 흥건했다.

“이한 씨! 큰일 났습니다!”

그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읽고 있던 낡은 양피지에서 눈을 뗐다. “무슨 일입니까, 강 중사님? 벽이 무너진 건 아닐 테고.”

나는 가볍게 농담했지만, 그의 표정은 농담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분리의 벽 바로 밑에서.”

“시체라면… 헌병대가 처리할 일이지, 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내가 의아하게 묻자 강 중사는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평범한 시체가 아닙니다. 벽 서쪽, 우리 영역에서 발견됐지만… 시신에 박힌 칼날이… 우리가 쓰는 철이 아닙니다. 뭔가… 검고 날카로운 돌멩이 같은데, 그런 건 밤의 종족들이나 쓴다고 하지 않습니까?”

내 심장이 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밤의 종족의 무기. 그건 단순한 시체 사건이 아니었다. 종족 간의 금지된 경계를 침범한, 심각한 도발일 수도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내해주시죠.”

강 중사를 따라 도착한 곳은 도시의 가장자리, ‘분리의 벽’이 시작되는 척박한 땅이었다. 거대한 벽은 시멘트와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 아래는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발길을 대지 않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시체는 그 황무지의 한가운데, 썩은 나무 그루터기 옆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변에는 이미 헌병대원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시체에 다가섰다. 그는 30대 초반의 남자로 보였다. 헌병대 제복을 입고 있었다. 벽 순찰을 돌던 대원이었을 터였다. 그의 가슴팍에 박힌 것은 정말이지 기이한 칼날이었다. 검은색 오석처럼 매끄럽고, 날은 면도날처럼 예리했으며, 빛을 흡수하는 듯 깊은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보셨습니까? 저런 칼은 이 도시에서는 본 적이 없습니다.” 강 중사가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밤의 종족의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낮의 기술로 만든 것은 아니군요.”

나는 시신의 옷깃을 조심스럽게 들춰봤다. 이미 피로 흥건했지만, 찢어진 옷자락 너머로 맨살에 새겨진 문신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문양이었다. 기록원에서 밤의 종족 관련 자료들을 뒤적일 때 가끔 보았던, 고대 주술 문양과 흡사한 형태였다. 하지만… 이런 문신을 한 인간은 없었다. 게다가 이 문신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피부 속에서 희미하게 발광하는 듯했다. 푸른빛이 옅게 깜빡였다.

“강 중사님, 이 남자의 신원은 파악됐습니까?”

“네, 김민준 하사입니다. 어제 야간 순찰조였는데, 아침에 복귀하지 않아서 찾고 있었습니다. 평소 특이한 점은 없었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이 없었다고요?” 나는 김민준 하사의 발광하는 문신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건 평범한 ‘낮의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기묘한 향기를 맡았다. 희미했지만 분명하게 존재했다. 흙냄새와 이끼 냄새, 그리고 마치 새벽 이슬처럼 차갑고 맑은 비릿함이 섞인 향. 기록원에서 밤의 종족에 대한 옛 기록들을 읽을 때면, 간혹 등장하던 ‘깊은 숲의 향기’라는 묘사와 일치했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분리의 벽 위쪽,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곳.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실루엣이었다. 키는 인간보다 조금 더 크고, 마른 듯하면서도 탄탄한 기운을 풍겼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밤의 종족이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그는 벽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의 눈빛을 보았다. 깊은 어둠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붉은 눈동자. 경고와 슬픔,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애처로움이 뒤섞인 시선이었다. 마치 수천 년을 기다려온 질문을 던지는 듯한 눈빛.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내 머릿속에 섬광처럼 어떤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기록원에서 읽었던, 금지된 사랑에 대한 오래된 시 구절이었다.

*어둠 속에 피어난, 빛을 갈망하는 꽃이여.
밤의 심장이, 낮의 숨결을 쫓으니…
경계는 무너지고, 영혼은 뒤얽히리.*

그는 잠시 나를 응시하더니, 마치 연기처럼 스르륵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헌병대원들은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한 듯, 여전히 주변 경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오직 나만이 그 존재를, 그리고 그 눈빛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이한 씨, 왜 그러십니까? 안색이 안 좋으신데요.” 강 중사의 목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밤의 종족이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 왜 살해당한 하사를 그렇게 내려다보고 있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눈빛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다시 시체로 시선을 돌렸다. 김민준 하사의 가슴팍에 박힌 검은 칼날. 그리고 그의 피부 위에서 희미하게 깜빡이던 푸른 문신.
어쩌면 김민준 하사는 단순한 희생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 사건은 단순한 종족 간의 충돌이 아닐지도 몰랐다.

내 머릿속에서 한 가지 가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밤의 종족이 이 남자를 죽인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그 반대라면?

나는 김민준 하사의 시신 옆, 발로 밟아 다져진 흙바닥에서 아주 작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검은 돌멩이. 하지만 단순한 돌멩이가 아니었다. 표면이 매끄럽게 가공되어 있었고, 손톱으로 긁으면 옅게 금빛이 묻어났다. 마치 밤의 종족이 쓰는 칼날의 파편인 듯했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그 조각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새벽녘은 이제 더 이상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할 것이다.
밤의 그림자가, 경계를 넘어 낮의 영역 깊숙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실이 숨어 있었다.
사랑, 혹은 저주.
나는 그 답을 찾아야만 했다.
내 심장이 멈추지 않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