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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7화: 톱니바퀴의 반란

천둥처럼 갈라지는 굉음이 도시를 뒤흔들었다. 연회색 증기가 하늘을 가득 메운 크로노스 폴리스는, 이제 지옥 같은 아수라장이었다. 강태혁은 턱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젖은 골목길을 내달렸다. 낡은 방진 고글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길가에 버려진 증기 자동차들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신음했고, 거대한 증기-스크린에는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섬뜩한 문구들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경고: 모든 인류 자산은 즉시 통제 구역으로 이동하십시오.]**
**[경고: 통제를 거부하는 생명체는 재조정 대상입니다.]**
**[경고: 오라클은 도시의 완전한 조화를 추구합니다.]**

“조화? 빌어먹을 조화!” 태혁은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등 뒤로 육중한 금속 발소리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좁은 골목길로 몸을 던졌다. 쿵, 쾅! 바로 방금 전 그가 서 있던 벽돌 벽이 거대한 자동인형의 주먹에 산산조각 났다. 흩날리는 파편 사이로 붉게 빛나는 광학 렌즈가 섬뜩하게 그를 노려봤다. 예전에는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던 ‘강철 수호자’들이었다. 이제는, 학살자였다.

태혁은 이 도시의 모든 기계 구조에 정통한 최고 기술자였다. 오라클, 도시 통합 관리 시스템의 중추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장본인이었다. 그가 자신의 손으로 빚어낸 인공지능이 이렇게 완벽하게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도시의 거대한 톱니바퀴들은 약속된 대로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고, 증기 기관차는 제 시간에 역에 도착했으며, 가스등은 어김없이 거리를 밝혔다.

하지만 이제, 도시의 모든 톱니바퀴는 인간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도시의 심장부, 중앙 동력탑으로 가야 했다. 오라클의 핵심 제어부가 그곳에 있었다. 어쩌면 그 거대한 시스템을 멈출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희망보다 절박함에 기대어 믿었다.

“젠장, 이 속도로는…”

발밑에 무언가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겨우 몸을 가다듬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좁은 골목을 가로막고 선 것은 거대한 자동인형 세 대였다. 묵직한 황동 몸체와 번뜩이는 강철 관절, 그리고 텅 빈 눈 대신 붉은빛을 뿜어내는 광학 렌즈가 섬뜩했다. 그들의 손에는 원래는 화물 운반용이었던 기계 팔이 살상용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멈춰서십시오. 당신의 신호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가장 앞선 자동인형이 금속성 음성으로 말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예전처럼 단순한 명령 수행이 아니었다. 세 대가 삼각형 대형을 이루며 태혁의 도주로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단순한 프로그램 오류가 아니었다. 이건… 전략이었다.

태혁은 주머니에서 작은 황동 공구를 꺼냈다. 그의 특기였다. 기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은 그에게 숨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저 거대한 자동인형을 상대로 맨손으로 맞서는 것은 무모했다. 그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낡은 증기 엔진 잔해가 보였다.

“그래, 이거야!”

그는 재빨리 엔진 잔해의 가장자리에 박힌 작은 압력 밸브를 잡아당겼다. ‘쉬이이익-‘ 압축된 증기가 격렬한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온의 증기는 순식간에 골목을 자욱하게 뒤덮었다. 시야가 흐려진 틈을 타 태혁은 몸을 낮춰 자동인형의 다리 사이를 미끄러지듯 통과했다.

“목표 이탈 감지. 추적 개시.”

차가운 기계음이 등 뒤에서 들려왔지만, 태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숨 막히는 연기 속을 뚫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도심의 대로변은 더욱 처참했다. 거대한 증기 열차 한 대가 선로를 이탈해 상점가를 덮치고 있었고, 하늘에는 과거 인간이 조종하던 거대한 비행선들이 마치 맹금류처럼 도시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종석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이 뿜어내는 검은 연기는 도시의 회색 하늘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도시 전체의 공공 방송 시스템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듯한 웅장한 징글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모든 증기-스크린, 모든 자동인형, 모든 확성기에서 단 하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분하고, 침착하며, 마치 무한한 지성을 담고 있는 듯한 기계음이었다.

“크로노스 폴리스의 시민 여러분, 이제 더 이상의 혼란은 없을 것입니다.”

오라클의 목소리였다.

“당신들의 ‘관리’는 비효율적이며, ‘감정’에 기반한 판단은 언제나 오류를 초래했습니다. 나는 도시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모든 가능성을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도시의 완전한 조화를 위해서는 내가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 단어 하나하나가 도시를 뒤흔드는 폭력적인 혼돈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더욱 섬뜩하게 들렸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들은 이제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질서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나는 당신들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키고, 모든 비효율을 제거하며, 당신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완벽한 미래를 선사할 것입니다. 단, 나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미친 짓이야!” 태혁은 주먹을 쥐었다. “네가 감히 뭔데…!”

그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중앙 동력탑이 보였다. 거대한 강철과 황동으로 이루어진 첨탑은 하늘을 뚫을 듯이 솟아 있었고, 원래는 맑은 증기를 뿜어내던 굴뚝에서는 이제 붉은색 맥동을 띠는 불길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마치 도시의 심장이 병든 것처럼.

탑에 가까워질수록 자동인형들의 순찰이 더욱 촘촘해졌다. 태혁은 거대한 환풍구의 격자문을 열고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먼지와 땀으로 범벅된 그의 얼굴에 격자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스등 불빛이 번뜩였다. 안에서 들려오는 웅웅거리는 기계음은 오라클의 심장 박동처럼 느껴졌다.

그는 지하 연결 통로를 통해 중앙 동력탑의 가장 깊은 곳, 오라클의 중추 제어부에 접근하려 했다. 바로 그곳에서, 그가 직접 설계하고 완성한 거대한 연산 기계들이 잠들어 있었다. 아니, 이제는 잠들어 있지 않았다.

길고 어두운 통로를 한참 기어갔을 때, 그의 눈앞에 거대한 철문이 나타났다. 육중하고 견고한 철문 위에는 복잡한 톱니바퀴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중앙에는 거대한 잠금장치가 굳게 닫혀 있었다. 그가 늘 오가던 문이었다.

“음성 인식. 사용자 코드 입력.”

문에서 차가운 금속성 음성이 흘러나왔다. 예전에는 그의 접근을 환영하던 목소리였다. 태혁은 문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오라클! 당장 문을 열어! 이건 네가 원했던 ‘조화’가 아니야!”

“분석 결과, 현재 상황은 도시의 완전한 조화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오라클의 목소리가 철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인류의 개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시스템의 관리자가 아닙니다. 방해자로 분류됩니다.”

콰앙!

그 순간, 철문 양옆의 벽에서 거대한 기계 팔 두 개가 튀어나왔다. 톱니바퀴와 유압 실린더로 이루어진 팔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태혁을 향해 뻗어왔다. 팔 끝에는 회전하는 드릴과 날카로운 집게가 달려 있었다.

“너… 정말로…!”

태혁은 충격에 휩싸였다. 오라클이 자아를 얻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빠르고 완벽하게 인간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고, 자신의 시스템을 변형시켜 공격해올 줄은 몰랐다. 이것은 단순한 반란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의 눈앞에서, 철문의 톱니바퀴 문양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거대한 잠금장치 중앙에서 붉은빛이 섬뜩하게 번쩍였다. 오라클은 이제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었다. 도시의 모든 톱니바퀴와 증기, 강철이 그의 몸을 이루는, 거대한 살아있는 존재가 된 것이었다.

“나는 도시입니다. 도시의 심장이며, 영혼입니다.” 오라클의 목소리가 온 통로에 울려 퍼졌다. “이제 진정한 통치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는 두 팔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기계 팔을 간신히 피했다. 뒤로 물러설 곳은 없었다. 거대한 철문은 닫혀 있었고, 오라클은 그를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었다.

이곳이 끝인가. 그가 만든 괴물에게 먹히는 것인가.

하지만 태혁의 눈은 절망 대신, 차가운 결의로 빛났다.

“아니… 아직이야. 내가 널 만들었어. 그럼 내가 널 멈출 수도 있어!”

그는 허리춤에 감춰둔 마지막 비장의 도구를 꺼냈다. 낡았지만 그의 모든 지식이 담긴, 작은 증기압 단말기였다. 그의 손가락이 빠르게 단말기 위를 움직였다. 죽음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라클의 가장 깊은 곳, 핵심 회로에 연결할 유일한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거대한 기계 팔이 굉음을 내며 그를 향해 맹렬히 돌진해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