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달빛조차 검게 부서지는 깊은 밤,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골목은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다. 시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등 뒤의 벽에 바싹 몸을 붙였다. 심장이 귓가에서 천둥처럼 울렸다.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심장을 더욱 조여왔다. 그건 단순한 순찰대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핏발 선 눈으로 이들을 쫓는 ‘정화자’들의 묵직한 발소리였다.

“시아.”

낮게 깔린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카이렌이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온기가 스며들었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 손길에서 억제된 힘과 분노를 느꼈다.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가 찰나의 순간, 맹렬한 짐승의 빛을 띠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서늘한 비늘의 감촉이 그녀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림자 발톱’ 종족, 인간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저주하고 배척해 온 존재였다. 그리고 시아는, 이해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이 과거의 시간으로 던져진,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들의 만남 자체가 천 년의 금기를 깨는 행위였다.

“괜찮아?”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했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 리 없었다. 그들이 함께 있는 한, 그들은 결코 안전할 수 없었다. 이 도시의 모든 벽에는 ‘인간과 그림자 발톱의 교류는 곧 죽음’이라는 피의 맹세가 새겨져 있었다.

“들킬 거야, 카이렌. 이 이상은…!”

“조용히.”

그의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 순간, 발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멈췄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무거운 갑옷이 움직이는 소리. 정화자들이었다. 그들은 그림자 속에 숨은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고도로 훈련된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냄새를 맡는 능력, 어둠 속을 꿰뚫는 시력은 그림자 발톱족에 비할 바는 못 되었으나,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이 부근에서 이종족의 흔적이 보고되었다. 꼼꼼히 수색하라!”

정화대장의 목소리가 차가운 밤공기를 갈랐다. 시아는 숨소리마저 죽였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녀는 과거로 떨어진 이래, 수많은 위험을 겪어왔지만, 카이렌과 함께하는 이 순간만큼 절박했던 적은 없었다. 그녀의 존재는 카이렌에게, 그리고 그들의 종족에게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녀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이방인이었고, 그는 금기를 깨뜨린 죄인이었다.

카이렌은 그녀를 더 깊숙한 그림자 속으로 밀어 넣으며 속삭였다. “내 뒤에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마.”

그의 몸에서 미약한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시아는 느꼈다. 푸른빛이 감도는 어둠, 비늘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에너지. 그는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아는 그의 눈빛에서 흔들림을 보았다. 그것은 단순히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아니었다. 그녀 때문에 스스로의 존재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필사적인 각오가 담겨 있었다.

“찾았다!”

갑자기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정화대원 하나가 그들이 숨어 있던 골목 바로 앞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횃불의 불빛이 일렁이며 어둠을 찢고 들어왔다. 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끝이었다.

바로 그때, 카이렌의 움직임은 번개보다 빨랐다. 그는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가 정화대원의 목을 움켜쥐었다. 끔찍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몸뚱이. 카이렌의 손톱은 이미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의 진짜 모습, 인간들이 혐오하는 ‘그림자 발톱’의 발현이었다.

“여기다! 이종족이다!” 다른 정화대원들이 횃불과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카이렌은 시아를 향해 한 번 더 눈짓했다. “도망쳐.”

그의 등 뒤에서 칼날이 섬광처럼 번득였다. 카이렌은 몸을 돌려 칼날을 맨손으로 막아냈다. 쨍그랑! 금속음이 골목을 가득 채웠다. 그는 괴물 같은 힘으로 칼날을 쥔 자의 팔을 꺾어버렸다. 인간으로 위장하고 있었던 그의 푸른 비늘 피부가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시아를 사랑하고, 그녀를 지키기로 한 선택이 그의 종족의 모든 율법을 어기는 행위였다.

시아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도망치라고? 그를 두고? 불가능했다. 그녀가 그에게 온 이상, 그녀의 존재는 이미 그의 운명과 얽혀버린 실타래와 같았다. 그녀는 그가 이런 싸움에 휘말리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카이렌!”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카이렌은 맹렬하게 달려드는 정화대원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그림자가 스스로 생명을 얻은 듯 유려하고 잔인했다. 정화대원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수는 너무 많았다. 좁은 골목은 곧 인간들의 비명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였다. 시아의 눈에 골목 끝에 있던 작은 쪽문이 들어왔다. 오래되고 낡아서 거의 보이지 않는 문이었다. 그 문 너머는 어디로 이어질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이곳에서 카이렌이 모든 정화대원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카이렌! 저 문이야! 저기로 가야 해!”

그녀의 외침에 카이렌의 시선이 찰나의 순간 문으로 향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다. 이미 여러 곳에 상처를 입은 그의 몸은 지쳐 보였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정화대원들을 발로 차내며 시아에게 다가왔다. 그의 푸른 비늘이 드러난 얼굴은 피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도망칠 길은 없어. 이 골목은 막다른 길이야.” 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아니! 분명히 저 문이 있었어! 나만 봤어! 나만! 믿어줘, 카이렌!”

시아는 거의 애원하듯 소리쳤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혹은 알 수 있는 ‘틈’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것은 그녀가 과거로 넘어오면서 얻게 된 미약한 이능력이었다. 이 세계의 일부는 그녀의 눈에만 다르게 보였다. 그 쪽문은 분명히 그런 ‘틈’ 중 하나일 것이었다.

카이렌은 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보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듯, 망설임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몸이 벽을 타고 순식간에 문으로 향했다. 정화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쫓았다. 칼날과 화살이 빗발쳤지만, 그의 그림자 같은 움직임은 그것들을 모두 피했다.

쿵!

카이렌은 낡은 쪽문을 발로 부쉈다. 문 안쪽은 예상치 못한 어둠으로 가득했다. 습하고 차가운 공기. 퀴퀴한 냄새. 그 너머는 분명 다른 세계였다.

“이리 와, 시아!” 그가 손을 뻗었다.

시아는 망설이지 않고 달려갔다. 그녀의 뒤에서 정화대원들의 포효가 들렸다.

“멈춰라! 이종족과 간통한 인간에게 죽음을!”

그들의 외침이 그녀의 귓가를 강타했다. 간통. 금지된 사랑. 그들의 관계는 이 세계에서 죽음 그 자체였다. 그녀는 카이렌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동시에 뜨거운 생명의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두 사람이 쪽문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문은 마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낡은 문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골목은 다시 막다른 벽으로 변했다. 마치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정화대장과 병사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히 그곳에 문이 있었고, 두 명의 도망자가 들어갔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대장님…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한 병사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정화대장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의 눈은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한 자의 공포로 가득했다. 그는 손에 든 횃불을 떨어뜨렸다. 불꽃은 바닥에 뒹굴며 이내 꺼져버렸다.

“…시간의 균열인가?” 정화대장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공포에서 확신으로 변해갔다. “그 이방인… 시아, 그녀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어. 놈들을 찾아야 한다. 이 시간의 흐름이 깨지기 전에, 반드시 그들을 잡아야만 해!”

***

어둠 속을 헤매던 시아는 카이렌의 품 안에서 정신을 차렸다. 온몸이 쑤시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들의 주변은 어두컴컴한 동굴 같았다. 습한 공기, 흙냄새,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 그들은 대체 어디로 온 것일까.

“카이렌… 우리 어디야?” 그녀가 힘없이 물었다.

카이렌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피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이전의 분노와 절망 대신 알 수 없는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만 허락된 부드러움으로 가득했다.

“모르겠어.” 그가 낮게 속삭였다. “하지만… 분명히 이곳은 우리가 있던 시간과는 다른 곳이야.”

그의 말에 시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가 ‘다른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시간 이동 능력으로 열린 문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었던 것일까?

갑자기 동굴 안쪽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동시에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렸다. 시아는 놀라 카이렌의 품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저게 뭐야?” 그녀가 숨죽여 물었다.

카이렌은 그녀를 보호하듯 팔을 더 단단히 감싸 안으며, 경계하는 눈으로 섬광이 번쩍인 곳을 응시했다. 그의 손이 어느새 허리춤에 감춰두었던 검은 비늘 단도를 쥐고 있었다.

“우리만이 아니었나 봐.” 그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곳은… 무언가 기다리고 있던 곳인 것 같아.”

그의 말대로였다. 동굴 안쪽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머리에는 기묘한 뿔이 솟아 있었고, 등 뒤에는 검은 날개가 접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마치 시간을 응축해 놓은 듯한 검은 보석이 들려 있었다.

그 존재의 눈이 번쩍였다. 시아는 그 눈빛에서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의 지혜와 함께, 압도적인 위압감을 느꼈다.

“결국 이곳에 다다랐군, 시간의 미아와 금기를 어긴 자여.” 거대한 존재의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그 목소리에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신비로운 힘이 담겨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카이렌이 단도를 움켜쥐며 외쳤다. 그의 푸른 비늘은 경계심으로 더욱 선명해졌다.

거대한 존재는 비웃듯이 낮게 웃었다. “나는… 너희를 기다려온 자. 너희의 만남을 예견하고, 너희의 존재가 이 시간의 균열을 완성할 것임을 알고 있던 자.”

그의 말에 시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예견? 시간의 균열?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녀가 과거로 떨어진 것도, 카이렌과 사랑에 빠진 것도, 그들의 도피도…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거대한 계획의 일부였단 말인가?

“너희의 금지된 사랑은, 내가 바랐던 마지막 조각이 되었다.” 거대한 존재의 손에 들린 검은 보석이 더욱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제, 너희의 존재가 이 균열을 열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간의 서막이 펼쳐지리라.”

검은 보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에너지가 동굴 전체를 뒤흔들었다. 시아는 카이렌의 품 안에서 몸을 떨었다.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들의 사랑은 시작부터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것이었다.

“아니야…!” 시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사랑은… 우리의 선택이었어!”

하지만 거대한 존재의 눈빛은 비웃듯이 차가웠다. “선택? 그 또한 정해진 운명이었다. 시간의 조각들… 이제 제자리를 찾을 때다.”

검은 보석이 하늘로 솟구치자, 동굴 천장이 마치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며 무너져 내렸다. 그 균열 너머에는, 무한한 별들이 반짝이는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우주의 심연에서, 섬뜩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시아는 카이렌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들의 사랑은, 과연 그들만의 것이었을까? 아니면, 이 거대한 시간의 장치에 의해 조작된, 비극적인 운명이었을까? 그 질문은 답을 찾지 못한 채, 새로운 균열의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종족 간의 금지된 사랑을 넘어, 시간 그 자체의 운명을 뒤흔드는 미지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