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1. 잿빛 도시의 첫 사냥**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허가 된 도시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지혁은 낡은 방수포로 덮인 창고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밤을 보냈다.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 온 세상이 숨죽인 듯 고요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건 오직 바람 소리뿐이었다. 녹슨 철골 구조물 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은 마치 수만 명의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기이한 비명을 토해냈다.

“하아….”

지혁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입김이 허공에서 찰나의 흔적을 남기고 사라졌다. 얇은 가죽 장갑으로 감싼 손으로 낡은 배낭을 고쳐 멨다. 배낭 속에는 녹슨 칼날이 번뜩이는 짧은 마체테, 몇 개의 깡통, 그리고 한 병의 정수된 물이 전부였다. 며칠 전 겨우 얻은 귀한 보급품이었다. 그의 목표는 오늘, 그보다 더 귀한 것을 찾는 것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방수포를 걷고 밖으로 나섰다. 회색빛 여명이 서서히 지평선을 물들이고 있었다. 과거 ‘강남’이라 불리던 이 지역은 이제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이었다. 하늘을 찌르던 빌딩들은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서로를 지탱하고 있었고, 아스팔트는 갈라지고 뒤틀려 풀과 넝쿨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잊힌 문명의 잔해들 속에서 자연은 끈질기게 자기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지혁은 발소리를 죽인 채 움직였다. 흙먼지로 뒤덮인 구부러진 가로등, 부서진 차량의 잔해들, 그리고 어디선가 흘러나온 폐기물 더미. 모든 것이 그에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는 도시의 지형을 손금 보듯 꿰고 있었다. 수년간 이 잿빛 미궁을 헤치며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옛 도서관 터였다. 소문으로는, 아니, 그가 우연히 들은 정보로는 그곳에 아직 쓸만한 연료 전지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전기는 사치였다. 하지만 최소한의 전력은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어둑한 거리 모퉁이를 돌자, 거대한 건물의 잔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는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현대적인 건축물이었겠지만, 이제는 거대한 이빨 빠진 성채처럼 보였다. 붕괴된 외벽에는 넝쿨 식물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창문들은 모두 깨져 텅 빈 눈동자처럼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젠장, 예상보다 더 심한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건물 입구는 거대한 잔해 더미로 막혀 있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지혁은 주변을 살폈다. 무너진 건물 잔해들이 가파른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그 위를 조심스럽게 타고 오르면, 아마도 내부로 통하는 통로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는 배낭 끈을 고쳐 매고 무너진 외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삐걱거리는 철근과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디뎠다. 그의 눈은 주변을 끊임없이 살폈다. 이런 폐허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예측 불가능한 붕괴가 아니었다. 바로 ‘다른 생존자들’이었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그는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날카로운 시선이 아래쪽, 자신이 방금 지나온 골목길 끝을 향했다.

‘방금… 움직였나?’

그의 심장이 쿵, 하고 크게 울렸다.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 번쩍였다. 금속성 섬광. 그리고 뒤이어 희미하게 들려오는, 돌멩이에 흙먼지가 쓸리는 듯한 소리.

지혁은 몸을 바짝 웅크렸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즉시 마체테를 뽑아들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새벽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났다. 그의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 수많은 밤을 공포 속에서 지새우며 단련된 감각은 한 번도 그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기다렸다. 심장 박동 소리마저 들릴 듯한 정적 속에서, 그는 오직 감각에만 의존했다. 바람 소리, 멀리서 무너지는 잔해 소리, 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설마… 착각이었나?’

그러나 그는 쉽게 믿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착각은 곧 죽음이었다. 지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아래를 살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삭막한 건물 벽에, 핏빛으로 그려진 거친 문양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오래된 벽돌 위에 덧칠된 붉은 페인트. 단순한 그림 같았지만, 그에게는 섬뜩한 경고로 읽혔다. 세 개의 원이 겹쳐진 형상. 그는 저 문양을 알고 있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 도시의 가장 위험한 영역을 지배하는 자들의 표식이었다. ‘세 개의 눈’이라 불리는 약탈자 집단의 상징.

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여기에 있었다. 자신이 들어오기 전에, 혹은 지금도 이 근처에 숨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료 전지 같은 건 그들에게는 하찮은 물건일 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생존자 그 자체였다. 노동력으로, 혹은 그보다 더 잔혹한 용도로.

지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곳을 포기하고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갈 것인가?

그의 눈은 다시 폐허가 된 도서관 내부를 응시했다. 무너진 천장 사이로 언뜻 보이는 빛. 그곳에 아직 남아있는 희망이 있을지 모른다. 포기하고 돌아간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 안전이란, 결국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었다.

“젠장….”

그는 짧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결심한 듯 몸을 움직였다. 마체테를 다시 배낭 옆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허리춤에 찬 낡은 권총을 한 번 쓸어보았다. 실탄은 단 세 발. 아껴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목숨을 지킬 최후의 수단이기도 했다.

폐허 속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이제는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었다. 잿빛 도시는 그를 집어삼키려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세 개의 눈이 번뜩이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생존의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