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아카데미의 그림자: 제1화 심연의 문턱

**[장면 1] 폐허가 된 도시 외곽**

**배경:**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빌딩 잔해들이 뼈대처럼 앙상하게 서 있다. 바람은 녹슨 철근 사이를 휘저으며 삭막한 소리를 낸다. 빛바랜 간판 조각들이 간간이 눈에 띄고, 바닥에는 깨진 유리 파편과 먼지가 뒤섞여 발자국을 남긴다. 주인공 ‘리온’과 ‘세라’가 조심스럽게 폐허 속을 걷고 있다. 리온은 낡은 가죽 재킷을 입고 등에 투박한 배낭을 메고 있으며, 한 손에는 날이 무뎌진 도끼를 들고 있다. 세라는 조금 더 가벼운 복장에 손목에 작은 마법 지팡이를 매달고 있다.

**리온:** (작게 읊조리듯) “젠장, 이쪽 구역은 매번 허탕이군. 벌써 세 시간째 아무것도 없어.”

**세라:** (주변을 경계하며 허공에 작은 섬광 마법을 터뜨려 어두운 골목을 비춘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마, 리온. 지난번엔 이 폐허 병원에서 운 좋게 보존된 식량 캔 몇 개를 찾았잖아. 오늘은 약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누가 알아?”

**리온:** (피식 웃음) “너처럼 긍정적인 애가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는 게 기적이지, 세라. 하긴, 네 마법 실력이 아니었으면 난 벌써 몇 번은 끔찍한 괴물 밥이 됐을 거야.”

그때, 멀리서 철근이 무너지는 굉음이 들려온다. 동시에,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건물 잔해 사이를 가로지른다. 몸집이 크고 기괴하게 변형된 짐승의 실루엣이다.

**세라:** (목소리가 굳어진다) “리온, 저거……!”

**리온:** (도끼를 꽉 움켜쥔다) “망할, 이쪽까지 내려왔잖아! 젠장, 서둘러! 몸을 숨겨!”

두 사람은 가장 가까운 무너진 상점 안으로 몸을 던진다. 먼지 가득한 내부, 깨진 진열대 뒤에 바짝 엎드린다. 밖에서는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낡은 콘크리트 바닥이 쿵, 쿵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라:** (숨을 죽이며 속삭인다) “저 소리…… 이틀 전에 봤던 그 변종 ‘사냥꾼’이야. 아카데미에서 이쪽 구역은 안전하다고 했었는데….”

**리온:** (차갑게 중얼거린다) “아카데미의 ‘안전’이란 건, 그 높은 벽 안에서만 통하는 소리야. 밖은 언제나 지옥이지. 조용히 해, 지나갈 거야.”

쿵! 쿵! 짐승의 발소리가 상점 앞을 지나쳐 멀어진다. 긴장이 풀린 리온과 세라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본다.

**세라:** (안도의 한숨) “휴…… 무사히 지나갔네. 오늘도 수확은 없지만, 살아남았으니 됐어.”

**리온:** (쓰게 웃으며 일어선다) “살아남는 게 제일 중요하지. 자, 이제 돌아가자. 오늘 졸업 시험은 이걸로 끝내야 할 것 같다.”

**[장면 2] 엘리트 마법 아카데미 ‘헤르메스’**

**배경:** 폐허가 된 도시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웅장한 아카데미의 전경. 높은 마법 장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고, 그 안에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 푸른 잔디밭과 잘 가꾸어진 정원, 활기찬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은 마치 재앙 이전의 세상 같다. 리온과 세라가 아카데미의 육중한 정문을 통과한다. 학생들의 옷차림은 깔끔하고 표정에는 생기가 돈다.

**세라:** (환한 미소) “역시 아카데미 안은 평화로워. 밖이랑은 너무 달라.”

**리온:**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런 낙원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밖에서 뭘 해야 하는지 매일 상기시켜주는 것 같군.”

두 사람이 중앙 광장에 다다르자, 거대한 석탑 아래 마련된 연단에 ‘엘라’ 교수가 서서 학생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엘라 교수는 우아하지만 단호한 표정의 중년 여성으로, 아카데미의 최고위 마법사 중 한 명이다.

**엘라 교수:** (단호한 목소리) “모든 졸업반 학생들은 주목하라! 오늘부로 ‘생존과 탐색’ 실기 시험이 종료된다. 지난 세 달간 폐허를 누비며 너희는 아카데미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살아남는 것의 의미를 알았으리라 믿는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리온과 세라도 그들 사이에 섞여 교수에게 집중한다.

**엘라 교수:** “그리고 이제, 너희가 진정한 아카데미의 일원이 될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심연의 의식’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커진다. 리온은 미간을 찌푸린다. ‘심연의 의식’이라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졸업 절차다.

**학생 1:** “심연의 의식이라고요? 교수님, 그게 뭔가요?”
**학생 2:** “저희는 지하 연구실 깊은 곳에는 가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엘라 교수는 조용히 손을 들어 학생들의 질문을 멈추게 한다.

**엘라 교수:** “그래, 너희가 아는 대로, 아카데미 지하 가장 깊은 곳, 제7구역은 오랜 세월 봉인되어 왔다. 그곳은 아카데미의 뿌리이자 동시에 가장 위험한 심장부다. 고대 문명의 유산이자… 금기된 지식이 잠들어 있는 곳이지.”

학생들의 얼굴에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표정이 떠오른다. 리온 역시 마찬가지다. 아카데미의 지하 깊숙한 곳에 ‘금기’가 존재한다는 소문은 늘 있었지만, 실제 언급은 처음이다.

**엘라 교수:**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바깥세상은 더욱 거칠어지고,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심연의 의식’은 너희가 아카데미의 가장 깊은 지식과 마주하고, 그 에너지를 이해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해 봉사할 것을 맹세하는 의식이다. 각 학과 대표들은 나를 따라오라. 나머지 학생들은 내일 정오, 이곳에서 모여라.”

엘라 교수는 말을 마치고 엄숙한 표정으로 석탑 뒤편의 문으로 향한다. 학생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세라:** (리온에게 속삭인다) “리온, ‘금기된 지식’이라니… 대체 뭘까? 난 항상 그 지하 구역이 그냥 폐쇄된 연구실인 줄 알았는데….”

**리온:** (표정을 굳힌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아카데미는 늘 모든 걸 감추는 데 익숙했으니까. ‘생존’이라는 명목으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곳이야.”

**[장면 3] 지하로의 길**

**배경:** 다음 날 정오. 아카데미 중앙 석탑 아래의 문은 굳게 닫혀 있던 어제와 달리 활짝 열려 있다. 그 안은 어둡고 습한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수백 명의 졸업반 학생들이 줄지어 계단을 내려간다. 공기 중에 희미한 먼지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습기가 감돈다. 마법으로 밝혀진 벽면에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지만, 그 의미는 알 수 없다.

**세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우와… 정말 깊다. 이런 곳이 아카데미 지하에 있었다니. 차갑고… 묘한 기운이 느껴져.”

**리온:** (계단 난간을 짚으며) “묘한 기운이라기보단, 불쾌한 기운에 가깝지. 봐, 저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 단순한 장식이 아니야. 뭔가 경고하는 것 같아.”

실제로 벽면의 문양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괴하고 복잡해지며, 왠지 모를 불안감을 자아낸다. 어떤 문양은 마치 끔찍하게 비명 지르는 얼굴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눈알이 가득한 촉수 같기도 하다.

점점 더 깊이 내려갈수록 온도는 낮아지고, 습기는 피부에 닿아 소름 돋게 만든다. 학생들의 대화 소리는 잦아들고, 웅성거림은 불안한 침묵으로 바뀐다. 발소리만이 메아리치며 지하의 깊이를 증명한다.

**[장면 4] 제7구역 입구**

**배경:** 마침내, 계단의 끝에 다다른다. 눈앞에는 거대한 광장이 펼쳐진다. 광장 중앙에는 육중한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검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문은 고대의 상형문자와 알 수 없는 마법진으로 뒤덮여 있다. 문을 감싸고 있는 마법진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이며,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광장 주변에는 이미 도착한 엘라 교수를 비롯한 몇몇 교수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엄숙하다.

**엘라 교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진다) “모두 도착했군. 이곳이 바로 제7구역의 입구다. 너희가 오늘 마주할 ‘심연의 문’이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모두가 숨을 죽인다. 리온은 문에 새겨진 문양들을 유심히 살핀다. 다른 마법진과는 다르게, 이 문양들은 외부의 것을 가두는 봉인의 마법진이라기보다, *내부의 것을 억누르기 위한* 마법진처럼 느껴졌다.

**세라:** (얼굴이 창백하다) “리온… 저 문에서 뭔가…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와. 그리고 이상한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

리온은 귀를 기울인다. ‘이상한 소리’라… 세라가 듣는 건 단순한 지하의 울림일까, 아니면 정말로…

**엘라 교수:** “이 문 안에는 우리가 이 세상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근원적인 에너지가 잠들어 있다. 하지만 그 에너지는 동시에 너무나도 위험하여,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으면 이 아카데미는 물론, 바깥세상까지 파멸시킬 힘을 지니고 있지. 너희는 오늘 이 문을 통해 그 힘을 ‘경험’하고, ‘맹세’할 것이다.”

엘라 교수가 거대한 문 앞으로 걸어간다. 그녀는 지팡이를 들어 문에 새겨진 마법진 중 하나를 가리키고, 그곳에 강력한 마력을 불어넣는다.

우우웅─!

문 전체가 흔들리며 거대한 굉음을 낸다. 푸른빛 마법진이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동시에 문이 아주 미세하게, 정말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안쪽으로 깊이 밀려 들어간다. 그 틈새에서 차가운 바람이 새어 나오고, 리온은 그 바람 속에서 섬뜩한 것을 느낀다.

**리온:** (눈을 크게 뜨며) “방금… 뭐지?”

그 바람 속에는 단순한 지하의 냉기가 아니었다. 축축하고 역겨운 비린내가 섞여 있었고, 마치 수십만 마리의 곤충이 동시에 울부짖는 것 같은, 아주 희미한 *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 소리는 마치 듣는 자의 정신을 파고드는 듯한 불쾌한 진동을 일으켰다.

학생들 중 몇몇은 공포에 질린 듯 얼굴을 굳히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엘라 교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문에 마력을 불어넣어 그 틈새를 닫는다. 굉음이 잦아들고, 문은 다시 견고하게 닫힌다.

**엘라 교수:** (냉정하게 말한다) “놀랄 것 없다. 단순히 문이 지닌 고대의 압력이 잠시 해방된 것뿐이다. 자, 이제 의식을 시작한다.”

하지만 리온은 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금 그 짧은 순간, 문이 밀려들어갔을 때, 그는 문틈 너머로 아주 희미하게, 검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형체 없는 그림자 같았지만, 동시에 수많은 눈동자들이 자신을 응시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순간, 리온의 귀에 직접적으로 들려오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속삭임이 울렸다.

**???:** (환청처럼 들려오는 기괴한 목소리) *…어리석은 아이들… 너희가 봉인이라 믿는 것은… 곧 나의 문이 될지니…*

리온은 공포에 질려 숨을 들이켰다. 그의 옆에 있던 세라는 엘라 교수의 설명을 듣고 안도하는 듯 보였지만, 리온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리온:** (숨 막히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금기… 이곳에 잠든 건…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야….”

엘라 교수는 학생들에게 다가와 그들의 손을 잡고 맹세를 시키기 시작한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하고 단호했지만, 리온의 눈에는 그녀의 눈동자 한구석에 깊은 피로와 함께, *알 수 없는 체념*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이곳은 낙원이 아니었다. 이곳은 거대한 감옥이었다. 그리고 문 너머의 ‘금기’는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장면 5] 엔딩 크레딧**

**배경:** 닫힌 문 앞에서 의식을 치르는 학생들과 엘라 교수, 그리고 홀로 싸늘한 공포에 휩싸인 리온의 얼굴이 교차된다. 문 뒤의 어둠 속에서 수많은 눈동자가 리온을 응시하는 듯한 환영이 섬뜩하게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