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균열 (The Rift)

헬리오스호의 심장부에 위치한 제1연구실은 칠흑 같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중앙의 강화 유리 케이스 안에 자리 잡은 검은 팔면체는 여전히 완벽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녀석의 표면은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듯, 그 어떤 반사광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우주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공허의 파편 같았다.

유진은 팔면체 앞에 놓인 홀로그램 패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틀 전, 심우주 탐사 중 우연히 발견된 이 유물은 모든 과학적 상식을 배반했다. 분석 장비들은 녀석의 구성 물질을 규명해내지 못했고, 그 어떤 에너지 반응도 감지되지 않았다. 오직 아주 미세한, 그러나 뼈 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낮은 진동음만이 함내를 은은하게 감돌 뿐이었다. 그 소리는 명확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신경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했다.

“함장님, 유진 박사님 상태가 좀….”

옆에 서 있던 의료 담당 김지영이 강태준 함장에게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유진의 눈 밑은 이미 검게 그늘져 있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그녀는 지난 이틀간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했다. 팔면체 앞을 떠나려 하지 않았고, 밤새도록 홀로그램 데이터를 분석하며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을 반복했다.

“괜찮습니다.” 유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건조하고 날카로웠다. “이제 곧… 무언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녀석은… 정보를 교환하려 하고 있어요. 다만, 그 방식이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를 뿐이죠.”

강태준 함장은 유진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함장은 거친 심해를 누빈 베테랑이었지만, 지금껏 이런 종류의 위압감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팔면체가 발산하는 진동은 헬리오스호 전체에 스며들어 있었다. 승무원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대고, 밤마다 악몽을 꾸게 만들었다. 지난 24시간 동안 함내에는 사소한 다툼과 불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평소 유쾌했던 통신병은 작은 실수에도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고, 늘 냉정했던 항법사는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설마, 단순한 심리적인 현상만은 아닐 거야.*

강태준은 자신의 손바닥을 폈다 쥐었다. 자신의 감정 역시 미묘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 그리고 이 미지의 존재가 불러오는 원초적인 공포.

그때, 유진이 홀로그램 패널 위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허공을 더듬자, 팔면체를 둘러싼 데이터의 파형이 격렬하게 춤추기 시작했다. 보통 같으면 함내 컴퓨터가 경고음을 울렸겠지만, 지금은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유진 박사!” 김지영이 경고하려 했지만, 유진은 이미 팔면체에 완전히 몰입된 상태였다.

“보여요… 보인다고요.”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팔면체의 흑색 표면에 완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이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어요. 우주의 시작과 끝, 생명의 진화, 그리고… 망각된 문명들의 그림자….”

홀로그램 파형이 절정에 달했을 때, 유진은 갑자기 비틀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손에서 홀로그램 패널이 떨어지며 깨지는 소리가 연구실의 침묵을 갈랐다.

“박사님!” 김지영이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몸은 마치 격렬한 고통에 시달리는 듯 경련했다. 강태준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단순한 과로가 아니었다. 팔면체가 유진의 신경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미치고 있었다.

“괜찮아… 요.” 유진은 간신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미 이전의 유진이 아니었다. 혼란과 공포, 그리고 기이한 광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팔면체를 노려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팔면체 안의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헬리오스에 침투했어요.” 유진이 중얼거렸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균열을 찾아서….”

강태준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유진이 말하는 ‘그들’이 누구인지, 그녀가 보고 있다는 ‘균열’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듣는 사람마저 미쳐버릴 것 같은 현실적인 공포가 담겨 있었다.

그때, 연구실 문이 쾅 하고 열렸다. 보안팀장 박정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잔뜩 신경질적인 기색이 역력했다.

“함장님, 큰일 났습니다! 식량 창고에서… 누군가 장비를 부수고 물품을 훼손했습니다. 보안 로그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는데… 누가 그랬는지 아무도 모르고 서로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정우의 말은 유진의 기괴한 중얼거림과 겹쳐지며 강태준의 불안감을 극대화시켰다. 함내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헬리오스호를 안에서부터 잠식하는 것 같았다.

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팔면체에서 박정우에게로 옮겨갔다. 그녀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봤죠? 균열은 이미 시작됐어요. 이제 숨겨진 것들이… 모두 밖으로 나올 시간이에요.”

그 순간, 연구실 내의 모든 조명이 깜빡이며 꺼졌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팔면체의 흑색 표면이 마치 심해의 눈동자처럼 섬뜩하게 빛나는 듯했다. 이어서, 함내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과 함께, 모든 통신이 끊어졌다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강태준은 이를 악물었다. *침투했다고? 균열이라고? 대체 무엇이?*

어둠 속에서, 그는 섬뜩한 진동이 자신의 심장을 직접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잊고 싶었던 과거의 어느 장면이 생생하게 속삭이는 듯했다.

_네가 그때… 제대로 막았어야 했어._

그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공포였다.

어둠 속, 김지영의 흐느낌과 박정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모든 소리 위로, 유진의 조용한 웃음소리가 스며들었다.

“늦었어요… 함장님. 이미, 우리 모두는….”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해졌다. 강태준은 손을 뻗어 유진을 찾으려 했지만, 손에 닿는 것은 차가운 허공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진동이 느껴졌다.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고, 명확하며, 그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듯한… 날카로운 울림.

헬리오스호는 이제 더 이상 우주의 미지를 탐사하는 함선이 아니었다.

완벽한 어둠과 침묵 속에서, 녀석은 거대한 블랙박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승무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위험한 미지의 존재가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