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는 익숙한 쇳소리와 증기 끓는 소리에 눈을 떴다. 창밖은 아직 푸른 새벽이었지만, 시계태엽이 감기는 소리와 함께 침대 머리맡의 자명 종이 쨍하는 맑은 소리를 냈다. 육중한 황동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그것은 늘 오차 없이 지우를 깨웠다. 그는 투박한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일어섰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시 풍경은 그 자체로 거대한 기계 같았다. 짙은 회색 강철과 빛바랜 황동으로 덮인 고층 건물들이 스모그 낀 하늘을 뚫고 솟아 있었고, 거대한 증기 비행선들이 묵직한 굉음을 내며 구름 사이를 유영했다. 이른 아침부터 거리의 노면 기차는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지우의 아파트는 그 복잡한 기계 도시의 한가운데, 수십 층짜리 강철 아파트 단지 중 하나에 박혀 있었다.
부엌으로 향하며 그는 천천히 움직였다. 발밑의 마루는 삐걱거렸고, 벽에 걸린 압력계는 새벽의 차가운 공기 탓인지 미묘하게 흔들렸다. 부엌에 들어서자, 자동 증기 커피포트가 미지근하게 데워진 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우는 익숙하게 볶아진 원두를 넣고 레버를 당겼다. 쉬이익, 치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진한 커피 향이 부엌을 채웠다.
그는 커피잔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중앙의 황동 테이블 위에는 어제 저녁 읽던 에테르-수신기 기반의 ‘전동서’가 펼쳐져 있었다. 지우는 그것을 집어 들려다 멈칫했다. 책갈피가 분명 어제 꽂아둔 페이지가 아니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마 잠결에 자신이 옮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밤, 이상한 일은 다시 일어났다.
지우는 침대에 누워 천장에 달린 가스등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은한 오렌지색 불빛이 벽에 기이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때였다. 저절로 움직이는 태엽인형처럼, 탁자 위 에테르-수신기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저절로 켜졌다.
“뭐야?”
지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분명히 자기 전에 전원을 껐었다. 화면에는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았다. 잠시 후, 노이즈 사이로 낯선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쉬익, 탁. 쉬익, 탁. 마치 기계가 숨 쉬는 소리 같기도 하고, 톱니바퀴가 마모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지우는 몸을 일으켰다. “고장 났나?” 그는 에테르-수신기에 다가가 전원 버튼을 눌렀다. 틱,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꺼졌다. 그러나 그 순간, 거실 한구석에 세워져 있던 자동 청소 기기가 움찔거리더니, 아무도 누르지 않은 시작 버튼이 안으로 깊숙이 눌렸다.
위이잉- 덜커덕! 청소 기기는 밤늦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거실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이런 제기랄.”
지우는 마지못해 청소 기기에 다가가 전원을 뽑았다. 그의 손은 순간적으로 차가운 금속을 만져 소름이 돋았다. 분명 기기가 스스로 작동한 것이었다.
다음 날부터 기괴한 현상은 더욱 빈번해졌다.
아침에는 증기 보일러의 압력계가 붉은색 한계선을 넘어 요동쳤고, 자동 조리 기기는 식탁 위에 생전 본 적 없는 기묘한 기계 부품들을 올려놓았다. 얇게 썰린 황동 조각들과 낡은 태엽 스프링, 그리고 알 수 없는 액체에 절여진 작은 톱니바퀴들. 지우는 젓가락으로 그것들을 쿡쿡 찔러 보았다. 그는 소름이 돋아 아침 식사를 거르고 출근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대수롭지 않게 이 일을 얘기하려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의 아파트는 분명 어딘가 고장 난 것이 분명했다. 혹은…
퇴근 후, 지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아파트 문을 응시했다. 현관문의 복잡한 태엽 잠금장치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천천히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젠장…!”
지우는 육성으로 비명을 지를 뻔했다.
아파트는 엉망진창이었다. 거실의 모든 시계 장치들이 제멋대로 풀려 있었고, 태엽 스프링들이 바닥에 뒹굴었다. 가스등은 깜빡이며 위태롭게 불꽃을 토해냈고, 벽에 걸린 모든 액자들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식탁 위에 놓여 있던 황동 접시에 검은 기름 같은 것으로 기묘한 기호가 그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또 다른 원을 그린 다음, 알 수 없는 각도와 선들로 가득 채워 넣은 듯한 형상이었다.
지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니었다. 누군가 침입했다고 보기에도 너무 이상했다. 물건을 훔친 흔적도 없었고, 오로지 모든 기계 장치들이 ‘훼손’되어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황동 접시를 들었다. 기이한 기호에서 낡은 기계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그때, 뒤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달칵, 달칵. 달칵.
자동 청소 기기였다. 전원을 뽑아두었던 그것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기기는 지우의 발치로 굴러오더니 멈춰 섰다. 그리고는 윗부분에 달린 작은 증기 분사구에서 하얀 증기를 피식, 하고 내뿜었다. 그 증기가 공기 중으로 사라지기 전,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 아… 와…”*
지우는 경악하여 뒤로 나자빠졌다. 기기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그것은 기계음이었지만, 분명 사람의 목소리와 같은 억양이 담겨 있었다.
청소 기기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위이잉. 마치 그르렁거리는 짐승 같았다. 기기의 작은 카메라 렌즈가 지우를 응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너… 대체 뭐야…?”
지우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벽에 부딪히자, 벽에 걸려 있던 압력계가 쿵, 하고 크게 흔들렸다. 붉은 바늘이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리더니, 이내 정지했다. 그런데 정지한 곳이 심상치 않았다. 압력계의 표면에는 숫자와 문자 외에 ‘눈금’처럼 표시된 구간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기괴하게도 ‘존재하지 않는’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아파트 전체의 모든 기계 장치들이 한꺼번에 작동하기 시작했다.
덜컥, 덜컥! 부엌의 자동 조리 기기가 굉음을 내며 알 수 없는 요리를 시작했고, 증기 커피포트에서는 뜨거운 증기가 제멋대로 뿜어져 나왔다. 거실의 태엽 시계들은 미친 듯이 종을 울렸고, 벽에 박힌 송풍구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지우가 떨쳐낸 에테르-수신기는 화면에 노이즈를 뿜어내며 기괴한 형상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희미한 사람의 형체, 알 수 없는 기계들의 잔상, 그리고 황동 접시에 그려져 있던 그 기호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지우는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아파트 전체가 거대한 악몽으로 변한 것 같았다. 모든 금속들이 소리를 질렀고, 증기가 비명처럼 새어 나왔다.
“그만해… 제발…!”
그가 고통스럽게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벽의 압력계에서 다시 한번 섬뜩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훨씬 선명하고, 차가웠다.
*“떠나… 지… 마…”*
지우의 등골에 한기가 스쳤다. 그 목소리는 마치 벽을 뚫고 나온 듯,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이 아파트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아파트가 자신에게 무언가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는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다. 모든 기계의 굉음 속에서, 오직 그 차가운 목소리만이 뚜렷하게 울렸다.
지우는 깨달았다. 이 아파트의 기계들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다. 어떤 존재가 이 오래된 황동과 강철의 심장부를 점령한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는… 그가 이 아파트에서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문득, 지우는 아파트 창밖의 도시를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증기 비행선들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계 속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 같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아파트에서, 기계들의 절규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우는 자신이 결코 이 아파트를 떠날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 쿵, 쿵.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불규칙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