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크툴루 신화 : 1204호의 망상

**[프롤로그]**

**[장면 전환]**
어두운 도시의 스카이라인. 수많은 아파트 건물들이 마치 거대한 비석처럼 솟아 있다. 그중 하나, 낡았지만 여전히 견고해 보이는 한 아파트 건물에 카메라가 줌인한다. 12층, 1204호 창문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지시문]**
밤의 정적, 도시의 미미한 소음만이 배경에 깔린다.

**1. 일상 (The Mundane)**

**[장면 전환]**
**[아파트 1204호 – 밤]**

**[지시문]**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준혁(30대 초반)의 뒷모습. 그의 방은 평범하고 소박하다. 책으로 가득 찬 책장, 한쪽에는 커피잔과 인스턴트 식품 포장지가 쌓여 있다. 모니터 화면에는 미완성된 웹소설 원고가 떠 있다.

**내레이션 (이준혁의 독백):**
“서울 한복판, 낡은 아파트 1204호. 프리랜서 웹소설 작가인 나, 이준혁에게 이 공간은 성역이자 감옥이었다. 밤낮없이 글을 쓰고, 고뇌하고, 때로는 허공을 응시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곳. 세상과 단절된 나만의 작은 우주.”

**[지시문]**
준혁이 키보드를 두드리다 잠시 멈추고 기지개를 켠다. 목에서 ‘뚝’ 소리가 난다. 그는 쌓여 있는 종이컵 중 하나를 집어 물을 마신다.

**이준혁:** (혼잣말)
“젠장, 또 막혔네. 소재 고갈이라니, 프리랜서 작가한테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인데.”

**[지시문]**
준혁이 한숨을 쉬며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순간, 컵이 책상 위에서 미세하게 ‘덜그럭’거린다.

**이준혁:**
“…응?”

**[지시문]**
준혁은 눈을 비빈다. 피곤해서 착각했나 싶어 다시 컵을 응시하지만, 컵은 아무런 미동도 없다. 그는 고개를 젓는다.

**이준혁:** (혼잣말)
“피곤하긴 피곤한가 보다. 별게 다 움직이네.”

**[지시문]**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리려는 순간, 책상 한구석에 놓여 있던 펜 하나가 스르륵,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진다. ‘딱’ 하는 소리가 정적을 깬다.

**이준혁:**
“…뭐야?”

**[지시문]**
준혁은 허리를 굽혀 펜을 줍는다. 펜은 굴러떨어질 만한 경사도 없는 평평한 책상 위, 그것도 모니터 옆에 놓여 있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준혁:** (혼잣말, 작게)
“요즘 피곤해서 그런가. 왜 이렇게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듣지?”

**[지시문]**
준혁은 펜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모니터를 응시하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마음속을 맴돈다.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진 것 같은 느낌에, 그는 팔을 문지른다.

**2. 균열 (The Cracks)**

**[장면 전환]**
**[아파트 1204호 – 며칠 후, 새벽]**

**[지시문]**
준혁은 침대에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인다.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다. 며칠째 잠을 설친 탓이다.

**내레이션 (이준혁의 독백):**
“사흘 밤낮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착각이라 여겼던 현상들이 점차 대담해졌다. 컵은 덜그럭거리는 것을 넘어 제자리를 벗어나 식탁 끝으로 이동했고, 문은 닫혀있었는데도 저절로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냈다.”

**[지시문]**
거실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준혁은 화들짝 놀라 이불을 부여잡는다.

**이준혁:** (속삭이듯)
“…또야?”

**[지시문]**
준혁은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와 거실로 향한다. 거실 한복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유리잔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다. 방금까지 테이블 위에 멀쩡히 놓여 있던 잔이었다.

**이준혁:** (떨리는 목소리로)
“말도 안 돼…”

**[지시문]**
준혁이 주저앉아 조각들을 응시한다. 유리 조각들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그림자. 착각인가 싶어 눈을 비비지만, 그림자는 잠시 후 사라진다. 그때, 등 뒤에서 싸늘한 한기가 느껴진다.

**[지시문]**
준혁이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시선이 느껴진다. 벽에서, 혹은 천장에서, 아니면 바로 등 뒤 허공에서.

**[지시문]**
그의 귀에 아주 희미한, 마치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웅얼거리는 속삭임 같기도 한 소리가 들려온다. 너무 작아서 무엇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그의 신경을 갉아먹듯 불쾌하다.

**이준혁:** (두려움에 질린 채)
“누구… 누구 없어요? 장난치지 마세요!”

**[지시문]**
정적.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웅얼거림은 점점 커지는 듯하다가, 이내 사라진다. 준혁은 공포에 질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든다.

**[장면 전환]**
**[아파트 1204호 – 다음 날 아침]**

**[지시문]**
준혁은 친구 김민준(30대 초반)과 통화 중이다. 그의 얼굴은 피로와 공포로 창백하다.

**이준혁:** (떨리는 목소리)
“야, 민준아… 나 진짜 미칠 것 같아. 우리 집이… 우리 집이 이상해. 어제는 유리잔이 저절로 떨어져 깨지고, 누군가 계속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김민준 (OFF):**
“이준혁, 너 요즘 밤새 글 쓴다고 잠도 제대로 못 잤잖아. 피곤해서 헛것 보는 거 아니야? 스트레스 받으면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도 있다니까.”

**이준혁:**
“헛것이 아니야! 진짜라니까? 누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고… 웅얼거리는 소리도 들려. 벽 속에서.”

**김민준 (OFF):**
“야, 그 아파트 지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유령이 나오냐? 네가 워낙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런 거 아니야? 너무 소설에 몰입했거나.”

**이준혁:**
“…아니야.”

**[지시문]**
준혁은 더 이상 말해도 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입을 다문다. 민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로 “쉬어, 쉬어” 하며 전화를 끊는다.

**[지시문]**
준혁은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본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고립감이 그를 덮친다. 그의 시선이 거실 한쪽 벽면으로 향한다.
벽지 무늬 사이로, 아주 미세하게,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하기 어려운 균열이 보인다. 어제는 없었던 것이다. 마치 거미줄처럼 불규칙하게 뻗어 나가는 균열은 곧 사라져 버릴 것처럼 흐릿했지만, 준혁의 눈에는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3. 침식 (Erosion)**

**[장면 전환]**
**[아파트 1204호 – 며칠 후, 한낮]**

**[지시문]**
아파트 안은 온통 어둠에 잠겨 있다. 창문에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고, 탁한 공기가 맴돈다. 준혁은 거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수염은 덥수룩하고, 눈은 완전히 맛이 간 상태다. 그의 손에는 낡은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화면에는 ‘초자연 현상’, ‘폴터가이스트’, ‘환청’ 등의 검색 결과가 떠 있다.

**내레이션 (이준혁의 독백):**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세상과 단절된 채 이 낡은 아파트 안에 갇혔다. 잠은 사치가 되었고, 이성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모든 것은 더욱 대담해지고, 더욱 기괴해졌다.”

**[지시문]**
천장 중앙의 전등이 ‘찌이잉’ 소리를 내며 깜빡거린다.

**이준혁:** (중얼거리듯)
“날 보고 있어… 날 보고 있다고.”

**[지시문]**
주방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준혁은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이미 익숙해진 소리인 듯하다.

**내레이션 (이준혁의 독백):**
“어느 날 아침에는 냉장고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 있던 식료품들이 전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누가 봐도 사람의 소행이 아니었다. 주먹으로 후려치기라도 한 듯 찌그러진 우유팩, 칼로 도려낸 듯한 치즈 조각들… 그리고 거실의 액자는 벽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액자 속 행복했던 내 모습은 이제 의미 없는 파편이 되었다.”

**[지시문]**
준혁의 눈이 흐릿한 초점을 잡고 천천히 거울이 있는 벽 쪽으로 향한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핼쑥하고 초췌하다. 그런데 순간, 거울 속 그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진다. 눈꼬리가 치솟고, 입꼬리가 찢어지며, 피부는 푸르죽죽하게 변한다. 흡사 악마와 같은 형상이다.

**이준혁:** (비명 같은 신음)
“흐읍… 흐으윽…”

**[지시문]**
준혁이 눈을 감았다 뜨자,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다시 평범한, 그러나 지친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방금 본 끔찍한 환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내레이션 (이준혁의 독백):**
“이제는 환각인지, 현실인지 구분조차 어려웠다. 벽에서 들려오는 웅얼거림은 점점 더 선명해져 갔고, 이젠 명확하게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이… 준… 혁…’ 마치 거대한 그림자가 내 뇌리에 직접 속삭이는 것처럼.”

**[지시문]**
준혁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방 한가운데 선다. 그는 방 전체를 천천히 둘러본다.
그의 눈에는 방의 구조가 어딘가 미묘하게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복도의 끝이 조금 더 길어진 것 같고, 벽에 걸린 시계의 숫자들이 이상하게 뒤틀려 보인다. 심지어 벽지 무늬의 꽃들이 꿈틀거리는 듯한 환시까지 보인다.

**이준혁:** (히죽거리며)
“하하… 내가 미쳤구나. 미쳤어. 그래, 미친 거지.”

**[지시문]**
그의 웃음소리는 공포에 질린 비명처럼 들린다. 방 안의 어둠이 더욱 깊어진다.
어둠 속에서, 가구들의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일렁이는 듯하다.

**4. 심연 (The Abyss)**

**[장면 전환]**
**[아파트 1204호 – 한밤중, 절정]**

**[지시문]**
모든 전등이 일제히 ‘팟!’ 하는 소리와 함께 깜빡이다 완전히 꺼진다. 아파트는 암흑 속에 잠긴다. 준혁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이준혁:**
“아아아악! 싫어! 싫어!”

**[지시문]**
어둠 속에서 가구들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묵직한 소파가 바닥을 긁으며 밀려나고, 책장에서는 책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린다. 식탁 의자들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다니고, ‘쿵!’, ‘탁!’ 하는 둔탁한 소리들이 난무한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이 방 안에서 몸부림치는 듯하다.

**[지시문]**
벽면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온다. ‘으드득, 쩌어억!’ 살이 찢어지는 듯한, 나무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
준혁의 눈에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이는 환각이 펼쳐진다.
벽지가 부풀어 오르고 찢어진다. 그 찢어진 틈새로, 검은 심연이 드러난다.
그것은 단순히 벽 너머의 공간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색채와 형태가 뒤섞인, 혼돈 그 자체의 공간.
그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마치 이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비유할 수 없는 형상.
형체 없는 촉수들이 어둠 속에서 뻗어 나오는 듯하다.

**이준혁:** (울부짖듯)
“안 돼… 보지 마… 보지 마!”

**[지시문]**
준혁은 필사적으로 기어가 현관문을 향해 달려간다. 그의 손이 문고리에 닿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그는 문고리를 잡아 돌리려 하지만, 문고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잠겨 있던 것처럼. 아니, 처음부터 ‘문’이 아니었던 것처럼.

**내레이션 (이준혁의 독백):**
“문고리가 내 손에서 녹아내리는 듯했다. 차갑던 금속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가 다시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문은… 문은 그저 평평한 벽으로 변한 듯했다. 나는 갇혔다.”

**[지시문]**
어둠 속에서, 그 기괴한 존재의 ‘목소리’가 준혁의 뇌리에 직접 울려 퍼진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준혁은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열어라… 열어라… 이 곳은 이제 네가 살 곳이 아니다. 우리의 문이 될지어다. 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알 수 없는 존재의 파괴적인 의지가 그의 정신을 짓누른다.

**[지시문]**
준혁은 이제 발버둥 치는 것을 멈춘다. 그는 넋이 나간 듯 바닥에 주저앉아, 마치 홀린 것처럼 거실 벽면을 응시한다.
방금 전까지 그를 공포에 떨게 했던 기괴한 그림자와 찢어진 벽의 틈새는 사라지고, 대신 벽 전체에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고대 상형문자 같기도 하고, 우주의 성운 같기도 한, 하지만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문양들이다.
문양들은 희미하게 빛을 발하며 맥동한다. 마치 아파트 전체가 거대한 생명체처럼 숨 쉬는 듯하다.

**[지시문]**
준혁의 눈동자가 서서히 변색된다. 공포와 절망을 넘어선, 어떤 초월적인 이해와 깨달음으로 가득 찬 눈빛.
더 이상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심연을 들여다본 자의 눈.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진다. 희미하고, 섬뜩한 미소.

**이준혁:** (아주 희미한 목소리, 속삭이듯)
“…문… 열쇠…”

**[지시문]**
아파트 1204호 전체가 희미하게 진동한다. 도시의 소음도, 밤의 정적도 모두 사라지고, 오직 아파트 벽면에서 발산되는 알 수 없는 에너지의 맥동만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운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순간적으로 일렁이는 듯하다.

**[장면 전환]**
**[아파트 외부 – 밤]**

**[지시문]**
1204호 창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이제는 단순한 실내등의 불빛이 아니다.
희미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일렁이는 보랏빛과 검푸른빛이 어둠 속으로 새어 나온다.
그 빛은 마치 이세계의 심연이 살짝 열린 것처럼, 불길하고 섬뜩한 아름다움을 띠고 있다.

**내레이션 (이준혁의 독백, 아주 차분하고 무감각한 목소리):**
“나는 이제 안다. 이 1204호는 단순한 아파트가 아니었다. 낡은 벽돌과 시멘트 속에 잠들어 있던 것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태고의 존재가 이 세계로 건너오기 위한 ‘문’이었다.”

**내레이션 (이준혁의 독백):**
“그리고 나는… 그 문의 ‘열쇠’가 되었다. 내 몸과 정신은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나는… 문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지시문]**
1204호 창문의 빛이 더욱 강렬해진다. 주변 아파트 건물들 위로 희미한 그림자들이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카메라가 도시의 스카이라인 전체를 비추며 천천히 멀어진다.
수많은 불빛들 속에서, 1204호의 기묘한 빛은 마치 작은 상처처럼, 그러나 점점 커져가는 검은 멍처럼 도시의 밤을 뒤덮기 시작한다.

**[에필로그]**

**[지시문]**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마지막 순간,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검은 화면 속에서, 알 수 없는 형상의 문양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며 사라진다.

**[장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