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먼지, 검은 그림자
자칼리스의 하늘은 늘 붉었다. 핏빛 노을이 영원히 지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이건 노을이 아니었다. 행성 전체를 뒤덮은 붉은 먼지 때문이었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거대한 제국 함선들이 느릿하게 움직이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거대한 그림자가 지상을 덮을 때마다, 낡은 광산촌의 오두막들은 잠시 숨을 죽였다. 제국은 이 먼지 속에서 은하계의 뼈대를 이루는 희귀 광물을 캐갔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기침과 폐병, 그리고 텅 빈 주머니뿐이었다.
카인은 망가진 채광기 부품 더미 속에서 렌치를 고쳐 쥐었다. 기름때와 붉은 먼지로 범벅이 된 손가락이 미끄러웠다. 폐기물 더미는 그의 삶과 같았다. 제국이 버린 것들을 그러모아 겨우 숨을 이어가는, 그런 삶. 옆에서는 쿵, 쿵, 쿵.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임페리얼 센츄리온 순찰대였다. 그들의 거대한 검은 갑옷은 붉은 먼지 속에서도 번쩍였다.
“이봐, 카인! 또 뭘 주워 먹으려고 꿈지럭거려?”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세라가 기름 묻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망가진 대형 채광 로봇 ‘아이언하트’의 동력 코어를 수리하다 온 참이었다. 그들의 작업장이자 유일한 생계 수단인 아이언하트는 제국이 몇십 년 전에 버린 고철덩어리였다.
“뭘 줍긴. 센츄리온 녀석들 그림자라도 피하려고 노력 중이지.” 카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별 이상한 걸 트집 잡아서 세금을 또 올렸대. 이번엔 대기 오염세란다.”
세라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대기 오염세? 이 붉은 먼지 밭을 만든 게 누군데? 제국 놈들이 파내는 광물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거 아니야? 이제 와서 우리한테 돈을 내라고?”
“그게 제국의 방식이지. 문제를 만들고, 그 해결책이랍시고 우리 목을 조르는 것.” 카인은 부품 하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며 말했다.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센츄리온 순찰대는 작업장 앞을 지나쳐 갔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길가의 돌멩이를 보듯 무심했다. 그들은 평민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자칼리스의 주민들은 그저 광물을 캐내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젠장, 저 빌어먹을 갑옷들을 보면 속이 뒤집혀.” 세라가 침을 뱉었다. “어제는 토르핀 아저씨네 창고를 털어갔대. 제국 법을 어기고 허가 없이 밀주를 제조했다면서. 아저씨는 그냥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몇 병 만들었던 것뿐인데.”
“토르핀 아저씨는?” 카인이 물었다.
“끌려갔어. 아마 다시는 못 돌아올 거야.” 세라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렸다. “이러다 우린 다 죽을 거야. 아니,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하게 살게 될 거라고!”
카인은 렌치를 내려놓았다. 손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지도 않고, 그는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붉은 먼지 너머로, 제국의 거대한 정제소들이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연기는 이 행성의 모든 희망을 집어삼키는 검은 괴물 같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기만 할 수는 없어.” 카인이 나지막이 말했다.
세라는 카인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복잡했다. 분노와 절망, 그리고 어렴풋한 기대. “뭘 어쩌게? 제국은 거대해. 우린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고.”
“먼지 하나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먼지가 모이면 폭풍이 될 수 있어.” 카인은 주먹을 쥐었다. “토르핀 아저씨뿐만이 아니야. 지난달에는 이웃 광산촌의 레아 가족도 제국군에게 끌려갔어. ‘반역 혐의’라고 했지. 하지만 그들의 죄는 그저 배가 고팠다는 것뿐이었어.”
세라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반역… 그들은 정말 반역을 한 걸까? 아니면 그냥 제국이 그렇게 이름 붙인 걸까?”
“어떤 소문이 돌고 있어.” 카인이 몸을 숙여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 같은 주변 행성들뿐만이 아니래. 제국령 변방 전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소문이야. ‘어둠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조직이 제국의 약점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
세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둠의 심장? 그거 그냥 떠도는 이야기 아니었어?”
“어쩌면 아닐 수도 있지. 제국도 완벽하진 않아. 그들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을 거야.” 카인은 주머니에서 찌그러진 금속 조각 하나를 꺼냈다. 은색 바탕에 새겨진, 낯선 문양이었다. 세라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뾰족한 삼각형 세 개가 얽힌 듯한 문양.
“이게 뭔데?” 세라가 물었다.
“얼마 전, 폐기물 더미에서 발견했어. 아주 오래된 통신 장치 조각 같아. 이걸 처음 봤을 때, 묘하게 끌리는 느낌이 들었어. 뭔가… 저항의 상징 같지 않아?” 카인이 문양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제국은 이 행성에서 모든 걸 가져갔지만, 아직 가져가지 못한 게 있어. 우리의 희망.”
세라는 금속 조각을 받아들었다. 차가운 금속에서 묘한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녀의 눈빛에 결심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희망이라… 우리한테 희망이 있긴 할까?” 세라가 중얼거렸다. “아니, 없으면 만들어야지. 토르핀 아저씨랑 레아 가족을 위해서라도.”
멀리서 또 다른 제국 수송선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굉음이 고막을 울렸지만, 이제 그 소리는 예전처럼 위협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카인은 붉은 먼지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그림자가 잠시 해를 가렸지만, 그 사이로 빛은 여전히 존재했다. 어쩌면, 그 빛이 우리가 찾던 희망의 불씨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세라.” 카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야.”
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래. 이제 우리 차례야. 이 붉은 먼지를 일으킨 자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아.”
붉은 먼지가 흩날리는 자칼리스의 황량한 대지 위로, 두 젊은이의 눈빛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 불꽃은 작고 희미했지만, 언젠가 거대한 불길이 되어 제국의 검은 그림자를 태워버릴지도 모르는, 새로운 반란의 시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