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광활한 심우주의 어둠 속을, 인류의 최첨단 탐사선 ‘나르실리온 호’는 유영하고 있었다. 수십 년 항해 끝에 도달한 미지의 성계, ‘망자의 장막’이라 불리는 곳. 이름만큼이나 모든 것이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단조로운 엔진 소리만이, 때때로 알 수 없는 잡음처럼 들려오는 기계음만이 유일한 동반자였다.

함장 이수연은 늘 그렇듯 낡은 머그컵을 쥐고 홀로 함교에 앉아 있었다. 반쯤 식은 인스턴트 커피의 쓴맛이 혀끝을 맴돌았지만, 그마저도 옅은 위로가 되는 고독한 시간이었다. 스크린에는 별들의 흩뿌려진 그림자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탐사 임무는 길고 지루했으며, 성과는 전무했다. 인류의 탐사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이 무의미한 항해에, 그녀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함장님, 긴급 보고입니다! 어… 이건… 말도 안 됩니다!”

그때였다. 뒤편 연구실에서 김민준 박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망을 뚫고 들어왔다. 그 목소리에는 흥분과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고, 이수연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미지의 감각에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을 느꼈다.

“김 박사, 무슨 일입니까?”

이수연의 침착한 물음에도 불구하고, 김 박사는 통신을 끊지 않은 채 함교로 뛰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땀으로 축축했고, 격앙된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손에 들린 태블릿 화면에는 기이한 형태의 물체가 떠 있었다.

“저, 저것 좀 보십시오, 함장님! 메인 스크린으로 연결하겠습니다!”

김 박사가 허둥지둥 조작 버튼을 눌렀다. 웅장하게 펼쳐져 있던 심우주의 풍경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거대한 형체가 가득 채웠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박힌, 마치 심연의 눈동자 같았다.

그것은 거대한 크기였다. 마치 작은 행성 하나를 통째로 깎아 만든 듯한 육중함이 느껴졌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하면서도 동시에 불쾌한 위화감을 주는 검은 물질. 어떤 금속 같기도, 돌 같기도 했다. 표면에는 미지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움직임은 미세했지만, 섬뜩한 생명력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수연 함장은 숨을 들이켰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공포의 원초적인 감각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이게 대체 뭡니까, 김 박사?”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긴 항해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그녀의 평정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저희 센서가 포착한 가장 오래된 인공 구조물입니다. 추정 연대는… 측정 불가. 수십억 년 단위는 가볍게 넘어섭니다. 그리고… 이건 이곳에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물질입니다. 주변의 모든 중력장을 흡수하는 동시에, 미지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블랙홀 같아요.”

김 박사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것의 존재 자체로 주변 시공간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 함선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유물이 저희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때였다. 뒤편 통신석에 앉아 졸음에 겨워하던 통신병 최정훈 하사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뭐야! 저… 저게 언제 저렇게 가까이 온 거야?!”

그가 가리킨 주 모니터에는, 방금 전까지 흐릿하게 잡히던 그 기이한 물체가 이제는 선명하게, 나르실리온 호의 바로 앞에 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망원경으로도 포착되지 않던 것이,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함교 안의 모든 승무원들이 홀린 듯 숨을 죽였다.

“전원, 비상 태세! 모든 센서 최대치로 가동! 충돌 경보 발령 준비!”

이수연 함장은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경직되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이것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인류가 마주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온몸의 세포들이 외치고 있었다.

“접근하지 마십시오, 함장님!” 김 박사가 외쳤다. “이 물질에서 나오는 에너지파가… 저희 쉴드를 뚫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생체 신호가…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최정훈 하사는 머리를 감싸 쥐고 신음했다.

“머리가… 머리가 아파요! 뭔가 들려요… 속삭임이… 시커먼 그림자들이… 제 눈앞에서 아른거려요!”

그의 눈은 공포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쾌활했던 그의 얼굴은 이제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었다. 마치 눈앞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떼어내려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 순간, 우주선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동시에 메인 스크린 속의 그 검은 유물이 섬광을 내뿜었다. 그것은 마치 잠자던 거인이 눈을 뜨는 듯한 장엄하고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우주의 모든 빛을 집어삼킬 듯한 압도적인 어둠 속에서 터져 나온 칠흑의 섬광.

섬광은 잠시였지만, 그 여파는 컸다. 모든 전력이 일시적으로 나가버렸다. 함교는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고, 비상등이 깜빡이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기계들의 낮은 신음소리마저 멎었다. 오직 침묵과, 불안한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어둠 속에서, 최정훈 하사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아니야… 보지 마… 제발….”

이수연 함장은 비상등 불빛 아래 희미하게 보이는 최정훈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초점 없는 시선은 허공의 한 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처럼. 그의 입에서는 의미 없는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 수십억 년 동안… 어둠 속에서… 우리를… 기다렸어…”

“최하사! 정신 차려!” 김 박사가 그를 흔들었지만, 최정훈은 반응이 없었다. 그는 그저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의 광기 어린 눈동자가 텅 빈 공간 속을 헤매었다.

그리고 다시, 메인 스크린이 섬광과 함께 켜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스크린 속의 유물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그 칠흑 같은 표면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들이, 마치 살아있는 촉수처럼 꿈틀거리며, 스크린 밖으로 뻗어 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이수연 함장의 눈앞에서, 그 검은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기운이, 물리적인 형태로 변해 함교의 유리창을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환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는 그 환영 속에서, 무수히 많은 눈동자들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주의 모든 공포가 그 눈동자 속에 담겨 있는 듯했다.

“함장님… 들립니까?” 김 박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 유물에서… 무언가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어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함교 전체에 나직하지만 끔찍한 속삭임이 울려 퍼졌다. 그것은 언어라고 할 수 없는 소리였으나, 동시에 모든 언어를 담고 있는 듯했다. 수십억 년의 침묵을 깨고 터져 나온, 태초의 울림. 마치 거대한 짐승이 꿈에서 깨어나 하품을 하는 소리 같기도 했고, 동시에 수많은 영혼이 한꺼번에 비명을 지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소리는 뇌리를 파고들어 존재의 근원을 뒤흔드는 듯했다.

이수연 함장은 차가운 식은땀을 흘리며 그 거대한 심연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무언가가 우주선 전체를 감싸는 듯한 끔찍한 감각. 인류가 결코 마주해서는 안 될 존재와 조우했다는, 섬뜩한 확신. 그 순간, 그녀는 자신들이 발견한 것이 유물이 아니라, 수십억 년 동안 우주를 떠돌다 자신들을 ‘발견’한 재앙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깨어난 그 ‘무엇’이, 이제 막 자신들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인식은, 곧 파멸이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