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저택의 묵직한 공기는 죽음의 무게를 짊어진 채 숨 막히게 가라앉아 있었다. 강서진은 삐걱거리는 마루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재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의 시선은 섬세한 메스를 든 외과의처럼, 어지럽혀진 현장을 냉정하게 훑었다. 최형사는 그의 옆에서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보시다시피, 강 탐정님. 완벽한 밀실입니다.”
서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대한 고가구 책상 위에 쓰러져 있는 시신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피해자 한 노인, 희귀하고 기이한 유물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던 은둔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죽어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레터 오프너 한 자루가 깊이 박혀 있었다.
서재는 요새와 같았다. 이제는 활짝 열려 있지만, 애초에 육중한 참나무 문은 안쪽에서 빗장이 걸리고 잠겨 있었다. 열쇠는 한 노인의 차가운 손에 단단히 쥐여 있었다. 무성한 정원을 내려다보는 세 개의 키 큰 창문들은 낡았지만 굳건한 쇠창살로 안쪽에서 고정되어 있었다. 그 아래로는 돌 깔린 안뜰까지 아찔한 높이였다. 굴뚝도 없었고, 숨겨진 벽장이나 통로도 없었다. 그저 견고한 벽들과 퇴색한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천장뿐이었다.
서진은 아직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다. 그는 방 안을 한 바퀴 돌며, 빛줄기 속에서 춤추는 먼지들, 마루의 미세한 삐걱거림, 그리고 핏비린내 너머에 희미하게 감도는 금속성 냄새까지,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장갑 낀 손가락으로 창틀의 안쪽 모서리를 쓸어본 다음, 문 잠금장치를 살펴보았다.
“최형사님, 시신은 건드리지 않았습니까?”
“당연합니다.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키를 발견한 것 외엔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서진은 시신 옆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한 노인의 손에 꽉 쥐여 있는 열쇠를 보았다. 죽은 사람의 손치고는 지나치게 단단한 악력이었다. 책상 위, 흩어진 양피지들과 먼지 쌓인 고서들 사이에서 서진은 작고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인형 하나를 발견했다. 어둡게 윤을 낸 돌로 만들어진 인형의 눈이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리고 양피지들… 기이한 곡선의 글자와 섬뜩한 도해들로 뒤덮여 있었다. 특히 나선형 소용돌이 모양의 상징 하나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작은 블랙홀처럼 보이는 그것은 마른 피로 그려진 듯했다.
서진은 일어섰다. 다시 문으로 걸어갔다. 육중한 황동 잠금장치와 문틀을 자세히 살폈다.
“이 문은 꽤 오래된 것 같군요.” 서진이 중얼거렸다. 그는 잠금장치 바로 옆 문틀에 희미하게 나 있는 긁힌 자국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수리 흔적이 있습니까?”
최형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글쎄요. 특별히 수리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워낙 낡은 저택이라… 부분적인 보수는 있었겠지만요.”
서진은 더 묻지 않았다. 그는 창문으로 돌아갔다. 쇠창살을 눌러보며 강도를 확인했다. 굳건했다. 아래 안뜰을 내려다보았다. 너무 멀고, 너무 높았다.
그는 다시 시신으로 돌아왔다. 레터 오프너를 보았다. 상처는 깨끗하고 정확했다. 피해자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이 문, 일반적인 나무가 아니군요.” 서진이 문틀을 가볍게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아주 특수한 수지로 코팅되어 있습니다. 방음이 주 목적이었을 겁니다.”
최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한 노인께서는 소리에 아주 민감하셨습니다.”
서진은 문틀에 나 있는 거의 보이지 않는 긁힌 자국을 다시 한번 더듬었다. 그는 문 위쪽 가장자리와 아래쪽 가장자리를 번갈아 보았다. 그의 눈이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듯했다.
“최형사님, 이 문의 틈새를 자세히 보셨습니까?” 서진이 최형사를 불렀다.
최형사가 눈을 깜빡였다. “틈새요? 낡은 문이니 조금의 틈이야 있겠지만, 그렇게 특이할 만한 건 없었습니다.”
서진은 그에게 더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여기, 이 부분 말입니다. 아주 미세한 홈이 파여 있지 않습니까? 마치 실 같은 것이 오랫동안 스쳐 지나간 듯한 자국이요.”
그가 가리킨 곳은 잠금장치가 들어가는 문틀의 가장자리였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주변 나무보다 아주 미묘하게 어둡고 매끄러운 수직선이 희미하게 그어져 있었다. 너무나 작고 얇아서, 그저 오래된 문의 자연스러운 마모나 흠집으로 착각하기 쉬웠다.
“그리고 이 문, 방음용 수지 코팅 덕분에 외부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죠.” 서진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안에서 나는 미세한 소리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습니다. 아주 얇은 도구를 쓰는 소리 같은 것도요.”
서진은 잠시 말을 멈추고 방 안의 싸늘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피 냄새 너머에 희미하게 느껴지던 금속성과 더불어, 미묘하게 끈적이는, 마치 오래된 기름 같은 냄새가 떠올랐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 복도에서 아주 약하게 맡았던 냄새였다.
“한 노인께서는 살해당하신 후, 범인은 열쇠로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서진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리고는… 특수한 도구를 이용해 문 위쪽이나 아래쪽 틈으로 열쇠를 다시 방 안으로 집어넣어, 의자에 기대어 있는 시신의 손에 쥐여준 겁니다.”
최형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정교한 작업을? 저 미세한 틈으로요? 말도 안 됩니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 복도에서 희미하게 맡았던 냄새 기억하십니까? 아주 약하게 코팅제 비슷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건 이 문의 방음 수지가 아니라, 범인이 사용한 특수 도구에 발라져 있던, 마찰을 줄이는 윤활제일 겁니다. 흠집을 감추고 소리를 없애기 위해서요.”
서진은 죽은 한 노인의 손에 쥐여 있는 열쇠를 다시 보았다. “열쇠를 시신의 손에 쥐여주기 위해서는, 사후경직이 오기 전에 이루어졌거나, 혹은 사후경직이 풀린 후에 이루어졌을 겁니다. 범인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 모든 것을 계산했을 테죠. 이 방의 완벽한 방음, 그리고 낡은 문의 미세한 틈새까지 모두 이용한 겁니다.”
그는 책상 위의 기이한 인형과 피로 그려진 소용돌이 문양을 힐끗 보았다. “이런 기이한 유물들과 섬뜩한 상징들은 전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연극이었을 겁니다. 밀실 살인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환영을 만들어내기 위한.”
최형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논리적으로는 완벽했지만,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수법이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실로 조종당한 듯한 살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치밀한 준비와 비인간적인 끈기.
서진은 방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범인의 트릭은 간파했지만, 그 트릭 속에 숨겨진 광기와 집념은 또 다른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밀실은 깨졌지만, 그 안에서 피어난 악의는 여전히 저택의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