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밀실」
고요했다. 피비린내조차 희미해진 살인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만이 맴돌았다. 강태한은 방 한가운데 쓰러진 고성준 씨의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낡았지만 귀족적인 분위기의 서재. 낡은 원목 책상 위에는 잘 정돈된 서류와 펜꽂이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엔 칼날이 번뜩이는 레터 오프너가 툭 던져져 있었다. 그 레터 오프너, 바로 그것이 고인의 가슴팍을 깊이 꿰뚫은 흉기였다.
“강 팀장님, 정말 미치겠습니다. 문은 안에서 잠겼고, 열쇠는 그대로 꽂혀있고요. 창문은 세 개인데, 모두 안에서 걸쇠가 튼튼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방범창도 그대로고, 환기구는 사람 한 명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작아요. 굴뚝은 이미 막혀있고요. 대체 범인이 어떻게 나간 겁니까?”
오 형사의 목소리는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그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앞에서 밤새도록 머리를 싸맨 모양이었다. 짙은 다크서클이 그의 피로를 증명하고 있었다.
강태한은 아무 대꾸 없이 서재를 천천히 둘러봤다. 그의 눈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하나의 고정된 풍경을 스캔하듯,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었다.
“문부터 확인하죠.”
그의 낮은 목소리에 오 형사는 흠칫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 눈으로만 탐색하던 강태한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묵직한 서재 문 앞으로 다가섰다. 문은 오래된 원목으로 만들어져 두툼하고 견고했다. 그는 잠금쇠를 만져봤다. 안에서 걸쇠가 채워진 채, 놋쇠 열쇠가 제자리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외부 침입 흔적은요?” 강태한이 물었다.
“전혀 없습니다. 문고리나 문틀에 긁힌 자국도 없고, 억지로 연 흔적도 없어요.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오 형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강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방 전체를 다시 한번 시선으로 훑었다. 마치 처음부터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모든 공기와 빛의 흐름까지 읽어내는 듯한 눈빛이었다.
두 개의 큰 창문이 먼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정원 쪽으로 나 있는 창문들은 고급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되어 있었고, 굵직한 나무 걸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다. 외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조작할 수 없어 보였다. 오 형사가 재차 강조했듯, 방범창도 멀쩡했다. 그는 잠시 창문 유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보더니, 이내 발길을 옮겼다.
“이 창문들은 아니네요.” 그가 중얼거렸다.
오 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요? 아무리 봐도 그래 보이긴 하지만….”
강태한은 대답 대신 서재 한쪽 구석, 책장 뒤편에 숨겨진 작은 창문으로 향했다. 그 창문은 다른 두 창문과는 달리 소박하고 단순한 형태였다. 폭이 좁은 골목길과 마주하고 있었고, 오래된 건물의 벽돌이 바로 코앞에 보이는 풍경이었다. 먼지가 뿌옇게 앉아 있었고, 창틀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손에 낀 흰 장갑 위로 창문 걸쇠를 가볍게 눌렀다. 낡은 금속 걸쇠는 역시나 안쪽에서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강태한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걸쇠 아랫부분, 창틀과 유리가 만나는 경계선을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아주 미세한 각도로 창문 아래쪽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 형사는 그의 뒤에 서서 숨을 죽였다. 강태한의 이런 집중은 무언가를 찾아냈을 때 나타나는 전조였다. 그의 시선은 창틀의 가장자리를 따라 끈질기게 움직였다.
“여기….” 강태한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가 가리킨 곳은 낡은 나무 창틀의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 육안으로는 쉽게 식별하기 어려운, 머리카락보다 가는 흠집. 마치 아주 얇고 딱딱한 무언가가 반복적으로 창틀을 파고든 흔적처럼 보였다. 흠집 주위로는 미세한 나무 가루와 칠이 벗겨진 흔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 먼지와 때가 뒤섞여 희미해졌지만, 강태한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게 뭡니까?” 오 형사가 다가서며 물었다. 그의 눈에는 그저 오래된 나무의 자연스러운 흠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강태한은 몸을 일으키지 않은 채, 창틀의 흠집과 걸쇠를 번갈아 응시했다. 그의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처럼, 그의 눈빛은 점차 날카로워졌다.
“이 완벽한 밀실은… 완벽한 척했을 뿐입니다.” 강태한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 작은 흠집에 고정되어 있었다. “범인은 이 창문을 통해 나갔어요. 그리고 나간 뒤에… 다시 잠근 거죠.”
오 형사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나간 뒤에?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안에서 잠긴 걸쇠를요? 외부에서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은….”
“방법은 있었어요.” 강태한의 입술 사이로 차가운 확신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아주 얇고 단단한 철사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 창틀의 틈새로 넣어서, 걸쇠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거죠.”
그의 눈은 이제 그 작은 창문 전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문제는… 왜 이 창문을 택했는가 하는 겁니다.” 그의 시선이 창문 너머의 좁은 골목길로 향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범인은 이 창문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겁니다. 아마도… 이 집에 드나들던, 이 창문의 구조적 결함을 아는 자겠지요.”
오 형사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설사 외부에서 걸쇠를 조작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나가는 과정 자체가 위험하잖습니까? 3층인데….”
강태한은 미소를 지었다. 차갑고도 예리한, 완벽한 이해를 담은 미소였다. “위험했겠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을 각오를 했거나, 혹은… 죽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는 시체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고성준 씨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채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이제 남은 건 하나뿐입니다.” 강태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범인이 나간 후에, 이 3층 창문을 통해 안전하게 도주할 수 있었던… 그 ‘무엇’을 찾는 것. 그것이 다음 퍼즐의 핵심이 될 겁니다.”
오 형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은 강태한이 방금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그 희미한 흠집으로 향했다. 완벽해 보이던 밀실의 환상이, 그 작은 흔적 하나로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강태한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었다. 그는 이미, 이 불가능한 밀실 살인의 범인이 누구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그의 시선은 이제 고성준 씨의 서재가 아닌, 저 너머의 어둠이 깔린 골목을 향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