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독립적인 단편 소설

에테르 아카데미는 황동과 증기로 빚어진 꿈이었다. 고딕 양식의 거대한 건물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톱니바퀴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첨탑 끝에서는 증기가 쉼 없이 뿜어져 나왔다. 마법과 기계공학이 완벽하게 융합된 이 도시는, 그 자체로 지상에 구현된 이상향 같았다.

카엘은 그런 아카데미의 문제아였다. 천재적인 마법 재능과 기계 다루는 솜씨를 지녔음에도, 그는 정규 수업보다는 금지된 지하실 탐험이나 교수들의 개인 작업실 잠입에 더 흥미를 느꼈다. 특히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카데미 가장 오래된 본관 지하에 감춰진 ‘심연의 기계궁전’에 대한 소문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곳. 하지만 수많은 학생들이 밤마다 들었다는 웅웅거리는 진동과 희미한 푸른빛의 이야기는 카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 그 얘기냐, 카엘? 심연의 기계궁전은 그냥 옛날 학생들이 지어낸 헛소리라고.”
절친한 친구 리나가 두꺼운 마법서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는 늘 카엘의 무모한 도전에 불안감을 표했지만, 결국엔 늘 그를 따랐다.
“헛소리라기엔 너무 많은 증거들이 있어. 100년 전 대재앙 때 사라진 줄 알았던 초대 학장의 비밀 작업실이 바로 그 지하에 있었다는 기록도 있잖아. 그리고 생각해 봐, 이 거대한 아카데미 전체의 에테르 흐름이 어디서 오는 것 같아? 단순한 마법 수정이나 증류탑으로는 어림도 없어. 이 모든 거대한 마법 엔진을 움직이는 근원이 따로 있다는 뜻이지.”
카엘은 스케치북에 복잡한 톱니바퀴 회로도를 그리며 말했다. 그의 눈은 이미 탐험의 불꽃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며칠 밤낮을 비밀리에 탐색한 끝에, 카엘은 단서를 찾아냈다. 본관 지하 서고의 가장 후미진 곳, 닳아빠진 마법 시계탑 모형 아래에 숨겨진 조작 장치였다. 먼지 쌓인 톱니바퀴를 돌리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서고 바닥이 스르륵 갈라졌다. 그 아래는 한 사람 겨우 지나갈 만한 좁고 어두운 통로였다. 차가운 금속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습기가 코끝을 찔렀다.

“리나, 내가 찾았어!”
카엘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미쳤어? 정말 갈 거야? 잡히면 최소 퇴학이야, 카엘!”
리나는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속삭였다.
“네가 안 가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하지만 혼자보단 둘이 낫잖아? 너도 궁금하잖아, 안 그래?”
카엘은 리나의 손목을 잡고 미끄러지듯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리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결국 그를 따랐다.

통로는 생각보다 길고 복잡했다. 눅눅한 돌벽에는 간간이 에테르 램프가 매달려 있었는데, 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어둠을 걷어냈다. 곧 통로는 거대한 지하 공간으로 이어졌다.
“세상에…”
리나는 저절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곳은 거대한 동굴이자 동시에 기계의 심장이었다. 수십 미터 높이의 천장에는 복잡하게 얽힌 황동 파이프와 톱니바퀴들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를 수많은 에테르 도관들이 푸른빛을 내며 지나갔다. 거대한 증기 엔진들이 규칙적인 리듬으로 웅웅거렸고,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어둠 속에서 춤을 추었다. 이곳이야말로 아카데미의 모든 마법 장치에 에테르를 공급하는 근원인 듯했다.

“이게… 심연의 기계궁전이었어?”
카엘은 압도당한 듯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경이로움과 함께 미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기계들 사이를 헤치며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발밑에는 진동이 끊이지 않았고, 간간이 쇠를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거대한 증기 펌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작동하며 무언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들은 마침내 중앙으로 향하는 거대한 황동 문 앞에 다다랐다. 문에는 고대 마법 문양과 함께 알 수 없는 경고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금단의 심장’. 대체 무슨 뜻이지?” 리나가 문에 새겨진 글자를 읽었다.
“들어가 보면 알겠지.” 카엘은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안에서 흘러나오는 푸른빛이 그들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곳은 아카데미의 모든 경이로움을 조롱하는 듯한 끔찍한 광경을 담고 있었다.
거대한 원형 홀 중앙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크기의 복잡한 장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황동 제단 같기도 했고, 정교한 고문 도구 같기도 했다. 수많은 황동 파이프와 에테르 도관들이 사방에서 뻗어 나와 중앙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거대한 마법 구슬도, 빛나는 에테르 결정도 아니었다.
그곳에는 알 수 없는 존재가 묶여 있었다.

거대한 몸집은 어두운 푸른색을 띠고 있었고, 뱀처럼 뒤틀린 형체는 셀 수 없이 많은 촉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촉수들은 장치에 연결된 수많은 족쇄에 묶여 있었고, 그 족쇄에서 뻗어 나온 에테르 도관들이 존재의 몸속 깊이 박혀 있었다. 존재는 간헐적으로 꿈틀거렸지만, 그것은 살아있는 움직임이라기보다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경련에 가까웠다. 존재의 표면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듯 도관을 타고 흘러나갔다. 그 존재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저 서서히, 그러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빼앗기고 있었다.

“저건… 대체 뭐야?”
리나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찢어질 듯 했다.

카엘은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아카데미의 빛나는 마법과 찬란한 과학기술의 이면에 이런 끔찍한 진실이 숨어 있을 줄이야. 저 존재는 에테르의 근원, 살아있는 마법 그 자체를 강제로 추출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졌던 ‘원초의 에테르 정령’일지도 몰랐다.

“이런… 말도 안 돼…”
그때, 정적을 깨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이곳에 올 자격이 없다.”
홀의 그림자 속에서, 에테르 아카데미의 학장, 이그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은 평소의 온화함 대신 강철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뒤에는 여러 명의 교수들과 날카로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자동 기병들이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학장님! 이게 대체 무슨…!”
카엘이 말을 더듬었다.
이그나이트 학장은 고통받는 존재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것이 아카데미의 심장이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지식, 모든 마법, 모든 영광은 이것으로부터 온다.”
그의 손짓에, 존재에게서 에테르가 빨려 들어가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존재는 더욱 격렬하게 경련했다.
“이그나이트 학장님! 이건… 이건 고문입니다! 금기 아닙니까!”
리나가 소리쳤다.

“금기? 금기는 나약한 자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진정한 힘은 대가를 치러야 얻을 수 있는 법.”
학장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아카데미는 이 존재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 수백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죽어가는 세상을 살리기 위해 이 원초의 존재를 붙잡아 에테르를 추출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이것이 없으면, 아카데미는 존재할 수 없다. 아니, 이 대륙의 모든 마법 문명 자체가 붕괴할 것이다.”

카엘은 학장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카데미의 모든 교수들이, 이 찬란한 마법 도시의 모든 이들이, 이 끔찍한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단 말인가? 어쩌면 알지도 못했을 수도 있었다. 이 진실은 소수의 학장단과 기계공학자들만이 공유하는 비밀일 터였다.

“이제, 너희는 이 비밀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너희의 기억은 지워지고, 너희는 이 진실을 영원히 망각할 것이다.”
학장이 손을 들자, 교수들이 일제히 마법을 준비했다. 자동 기병들은 무거운 발소리를 내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안 돼!”
카엘은 본능적으로 저항했다. 그는 재빨리 주변에 널린 파이프들을 해킹하듯 조작하기 시작했다. 증기압이 폭주하고, 톱니바퀴들이 삐걱거리며 멈추는 소리가 홀 전체를 뒤흔들었다.

“리나, 도망쳐!”
카엘은 리나의 손을 잡아끌며, 혼란스러운 틈을 타 다른 통로로 뛰어들었다. 뒤에서는 학장과 교수들의 분노에 찬 외침과 자동 기병들의 금속 발소리가 쫓아왔다.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복잡한 지하 통로를 헤치고, 간신히 지상으로 통하는 비상구를 찾아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그들의 얼굴을 스쳤을 때, 아카데미의 첨탑은 여전히 푸른 에테르 빛을 발하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평화로운 아카데미의 모습은 방금 그들이 목격한 지옥 같은 진실과 너무나도 대비되어 역겨울 정도였다.

카엘과 리나는 아카데미를 떠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배했던 마법과 기계가 만들어낸 이 거대한 기만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끔찍한 금기의 무게가 그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아카데미는 여전히 화려했고, 학생들은 여전히 꿈을 꾸었지만, 카엘의 눈에는 이제 모든 것이 피로 물든 환영처럼 보였다. 그들의 영광이, 누군가의 영원한 고통 위에 세워졌음을 알았으니까. 그날 이후, 그들은 더 이상 에테르 아카데미를 황동과 증기로 빚어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끔찍한 비밀과 절규 위에 세워진 거대한 감옥이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그 감옥의 공범이 되어버린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