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밀실 속의 시간
새벽 세 시 정각,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낡은 건물의 다락방 창문에 비친 달빛이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쫓겨온 바람이 먼지 섞인 창틈 사이로 스며들었지만, 내부의 기묘한 정적을 깬 것은 진앙처럼 고요한 침묵뿐이었다.
“여기, 분명 밀실이 맞습니다.”
서른을 갓 넘긴 형사 이한솔이 수첩에 적힌 그날의 사건 기록을 들춰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는 뒤쪽 문고리를 두드리며 내부를 확인했다. 문의 잠금장치는 안에서만 열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밖에서 아무리 돌려도 절대 열리지 않았다. 수사는 오래 걸렸다. 현장은 완벽해 보였다. 창문은 안쪽에서 모두 잠겨 있었고, 건물 자체가 30년 전 안전 감시를 위해 개조된 후 단 한 번도 외부인이 들어오지 않은 곳이다.
“범인이 어떻게 들어갔고, 도대체 어떻게 나왔을까요?”
이한솔은 창문 아래 카펫 위에 흩어진 작은 유리 조각을 눈여겨보았다. 단순하지 않은 흔적이었다. 밀실 살인, 이미 만들어진 퍼즐에 들어맞지 않는 조각들이 그의 뇌리를 계속 괴롭혔다.
“아직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그때, 그의 손목시계가 불현듯 진동했다. 푸른 불빛이 깜빡였고, 평소와는 다른 패턴의 알람음이 울렸다. 서류 가방에서 꺼낸 디지털 타임 스캔 기기가 고장 난 줄 알았지만, 화면에는 3시 정각이 아닌 ‘1985년 11월 19일, 3:00AM’이라는 날짜와 시간이 찍혀 있었다.
“이게 뭐야…?”
혼란스러운 마음에 손을 뻗던 순간, 갑자기 다락방 바닥 아래에서 이상한 진동이 느껴졌다. 천장이 부서진 것 같더니, 눈앞이 빛으로 가득 찼다. 이한솔의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정신이 흐려지면서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깊은 어둠이 걷히자, 그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같은 다락방이었지만, 벽면의 페인트가 새하얗고, 낡은 나무 기둥도 언제나보다 훨씬 단단해 보였다. 전화기에는 다이얼 번호가 붙어 있었고, 그의 손에 쥔 스마트폰은 증발한 듯 흔적조차 없었다.
“내가… 1985년에 온 거야?”
그가 마루 위를 조심스레 걸어가며 낮은 음성으로 말을 내뱉었다. 손에 잡힌 것은 당시의 장식품과, 아직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아날로그 전화기뿐이었다. 갑자기 창밖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범인은 바로 당신입니다.”
뒤돌아보니 벽 한쪽에 삐딱하게 걸린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남자가 권총을 들고 다가오는 그림자와 마주하고 있었고, 그는 분명 그 곳에 살았던 사람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밀실을 푼 열쇠는 시간에 숨겨져 있어. 그걸 찾지 않으면 영원히 갇히게 될 거야.”
속삭임과 함께 문이 헛기침하듯 삐걱거렸다. 이한솔은 긴장된 눈으로 문 손잡이를 잡았다. 하지만 다시 문이 닫히며 그는 낯선 과거 속에 갇히고 말았다.
그 순간, 그의 뇌리에 떠오른 한 가지 의문.
‘밀실이 열리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와 현재, 시간의 틈 속에서 펼쳐질 진실을 향한 첫걸음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시간마저 꼬아놓은 이 퍼즐의 복잡한 실타래.
그 해답은 오직 이한솔, 그뿐이다.
—
짙은 안개 같은 미스터리가 밀실과 함께 점차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시간이란 감옥 속에서, 그가 마주할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다음 편에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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