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붉게 물든 새벽
잔뜩 흐린 하늘 아래, 폐허가 된 도시의 잔해 속에서 한 소녀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붉게 녹슨 철골과 깨진 유리 파편이 또각또각 그녀의 부츠를 때렸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먼지와 함께 과거의 잔상이 흩날렸다. 거대 제국 ‘칼리브’가 세상을 집어삼킨 후, 이곳은 더 이상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조심해, 뒤에 누가 따라올지도 몰라.”
목소리의 주인은 소녀의 오른쪽 어깨 너머에서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검은 후드 자켓을 입은 청년 ‘레오’였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쌍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고, 언제든지 전투 태세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걱정 마, 련. 난 항상 대비하고 있어.”
소녀 ‘련’은 목덜미를 문지르며 씩 웃었다. 그녀의 금발 머리칼은 거친 바람에 휘날렸지만, 맑고 단단한 눈빛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칼리브 제국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이 젊은 반란군은 폐허 속에서 희망을 움켜쥐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
칼리브 제국은 지난 30년간 세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핵전쟁과 환경 재앙, 그리고 권력 싸움의 결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붕괴되었고, 그 공백을 무자비한 군사 독재 국가인 칼리브가 메웠다. 최신 기술과 무자비한 통제로 시민들의 목숨을 짓밟은 그들은 ‘안정’을 명분으로 모든 반대 세력을 철저히 제거했다.
하지만, 지하 어둠 속에서 꺼지지 않은 저항의 불꽃이 존재했다. 그들의 이름은 ‘카르마 레지스탕스’. 사회의 잔재와 제국의 폭정에 고통받은 이들이 모여 조직된 소수의 반란군, 그리고 련과 레오는 바로 그 작은 불씨 중 하나였다.
“여기서 만나기로 한 게 맞지?” 련이 주변을 살폈다.
“응, 저기다.” 레오가 몸을 돌려 손짓했다. 멀리서 희미하게 빛나는 낡은 네온 사인이 보였다. ‘아우로라’라는 예전에 번창했던 술집이었다. 이제는 사람 대신 침묵과 거미줄만 가득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폐허를 가로지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서로의 준비 상태를 확인했다. 레오는 전선에서 주워 온 낡은 무전기를 꺼내 주파수를 맞추고, 련은 반쯤 낡은 지도를 보며 경로를 점검했다.
“카르마의 새 무기 공급처가 이 근처야. 제국 경비대가 예전보다 더 촘촘히 배치돼 있지만, 우리가 이번 기회만 살리면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좋아. 이번에는 무조건 성공해야 해.”
두 사람의 눈빛은 굳게 다져졌다. 이 전투가 단순한 생존 싸움이 아니라, 잃어버린 미래를 되찾기 위한 싸움임을 누가 모를 리 없었다.
***
그들이 향한 곳은 오래전부터 통신마저 끊긴 ‘알칸 시티’의 중심부였다. 과거 거대 상업도시였던 그곳은 이제 제국이 만든 ‘연합기지’로 바뀌었다. 칼리브의 핵심 군사허브로, 신형 무기와 병력의 집결지였다.
“여길 뚫지 못하면 앞으로도 칼리브의 그림자에서 헤어날 수 없어.”
련의 목소리가 조용하지만 분명했다. 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의 어둠을 경계했다. 갑자기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다. 경비 정찰병들이 그들의 근처를 순찰 중이었다.
“시간이 없어. 빠르게 움직이자.”
그들은 폐허 속의 뒷길을 따라 기습 공격을 준비했다. 숨 가쁜 함성과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 거대한 제국에 맞서는 작지만 뜨거운 반란이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붉게 물든 새벽빛과 함께, 한 줄기 희망이 어둠을 가르기 시작했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 채.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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