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EPISODE 1: 균열의 밀실**

**장면 1: 펜트하우스 입구**

* **컷 1:** (밤, 고급 아파트 펜트하우스 입구. 싸이렌 불빛이 번쩍이고 경찰차 몇 대가 엉킨 채 서 있다. 폴리스 라인이 처진 너머로,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는 주민들이 보인다. 도시는 고요하지만, 이곳만은 비현실적으로 소란스럽다.)
* **내레이션:** 밤은 모든 것을 감춘다. 겹겹의 어둠 속에서 수많은 비밀이 움트고 또 스러진다. 하지만 어떤 밤은, 그 어떤 은폐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의 완벽한 틈을 품고 있다. 마치 세계의 법칙 그 자체가 잠시 숨을 멈춘 것처럼, 완벽하게 왜곡된 틈.

* **컷 2:** (검은색 세단에서 내리는 강서진. 먼지 한 톨 앉지 않은 깔끔한 짙은 회색 코트 차림이다. 그의 시선은 이미 건물의 가장 높은 층, 어둠 속에서도 위압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펜트하우스를 향하고 있다. 그의 옆에 이 형사가 급히 다가선다.)
* **이 형사:** 강서진 씨, 오셨군요! 여기입니다. 아,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 **강서진:** (눈을 가늘게 뜨며 건물 꼭대기를 꿰뚫어 보듯 올려다본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지성이 번득인다.) …완벽한가요?
* **이 형사:** (숨을 고르며 한숨 쉬듯 말한다.) 완벽하다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밀실, 그 자체입니다.

**장면 2: 엘리베이터 안**

* **컷 3:**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거울처럼 반사되는 벽면에 비친 강서진의 무표정한 얼굴. 그 옆에서 이 형사가 조급하게 상황을 설명한다.)
* **이 형사:** 피해자는 한태수 씨. 40대 중반의 은둔형 자산가입니다. 이 펜트하우스가 그의 유일한 안식처였죠. 취미는 희귀 고미술품 수집이고, 최근에는 뭔가 비범한 수집품에 골몰했던 것 같다는 주변 진술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가사 도우미가 발견했어요.
* **강서진:** (눈을 감았다 뜬다. 그의 눈동자에 잠시 푸른빛이 스쳤다가 사라진다.) 발견 당시의 상태는?
* **이 형사:** 서재에서 쓰러져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책상에 엎어져서… 흉기에 의한 단일 자상입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상처의 깊이나 형태가 보통 칼에 의한 것 같지가 않다고 부검의가 그랬습니다. 뭔가 ‘파고든’ 듯한 느낌이랄까요. 구멍을 낸 것 같은…
* **강서진:** 밀실의 상태는.
* **이 형사:** (머리를 긁적이며) 그게 문제입니다. 서재는 펜트하우스 최상층에 위치해 있고, 창문은 특수 강화 유리로 완벽하게 봉인되어 있습니다. 안에서 밖으로 열린 흔적 전혀 없고, 외부 침입도 불가능해요. 문은 안에서 걸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요. 가사 도우미가 마스터 키로 열었는데… 그마저도 밖에서 부수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안에서는 열 수 있지만 밖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었단 거죠.

**장면 3: 사건 현장 – 펜트하우스 내부 복도**

* **컷 4:** (복도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고, 몇몇 경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 형사가 앞장서서 강서진을 안내한다.)
* **내레이션:** 이 형사의 설명은 흔히 듣던 밀실 살인 사건의 정형적인 서술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강서진은 알고 있었다. 완벽한 밀실이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미 ‘세계’의 법칙을 거스른 기묘한 왜곡에 불과할 테니. 그리고 그런 왜곡이야말로, 강서진의 영역이었다.

* **컷 5:** (강서진이 서재 문 앞에 선다. 문은 이미 열려 있지만, 그는 잠시 문틀과 벽 사이의 공간을 응시한다. 그의 눈에만 보이는 듯, 아주 미세한 공간의 ‘잔영(殘影)’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린다. 마치 공간 자체가 흐릿하게 숨을 쉬는 듯한.)
* **강서진:** (손을 뻗어 허공을 스치는 시늉을 한다. 손끝에 아무것도 닿지 않지만, 그의 표정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미묘하게 변한다.) …들어갈 수밖에 없겠군요.

**장면 4: 사건 현장 – 서재 내부**

* **컷 6:** (서재 내부 전경. 고급스러운 원목 책장 가득한 서재. 고서와 함께, 묘한 형상의 조각품, 오래된 지도, 그리고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진 돌들이 보인다. 중앙 책상에 피해자 한태수가 엎드려 쓰러져 있다. 주변은 놀랍도록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바닥에 혈흔은 최소화되어 있다.)
* **이 형사:** (뒤따라 들어오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피해자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최대한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 **강서진:** (방 안을 천천히 훑어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미세한 공간의 왜곡, 마치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잔영’들이 그의 눈에 포착된다. 특히 문틀 주변과 창문 주변에 짙게 남아있다. 다른 경찰관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만의 시야.)
* **독백:** 이 공간, 어딘가 일그러져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알아채지 못할, 아주 미세한 균열… 하지만 나에게는, 불협화음처럼 거슬리는 잔상으로 남는다.

* **컷 7:** (강서진이 책상에 엎드린 피해자 한태수의 뒷모습을 본다. 그의 등 뒤, 셔츠가 찢겨 나간 곳에 기묘한 상처가 선명하다. 마치 날카로운 칼이 아니라, 무언가 ‘진동하며’ 파고든 듯한, 정교하고도 흉측한 상처.)
* **강서진:** (가까이 다가가 상처를 응시한다. 상처의 단면이 일반적인 칼날 자상과는 다르다. 마치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만들어진 듯한 미세한 주름.) …이 상처, 일반적인 자상이 아니군요.
* **이 형사:** 그렇죠? 부검의도 고개를 젓더군요. 뼈는 건드리지 않고, 장기만 정밀하게 꿰뚫었다고… 아주 숙련된 살인범이거나, 아니면… 상식 밖의 무기거나.
* **강서진:** (피해자의 손 주변을 유심히 살핀다.) 피해자의 오른손, 잡고 있던 것이 있었습니까?
* **이 형사:** 아뇨,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그냥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고요.

* **컷 8:** (강서진이 서재를 한 바퀴 돈다. 그의 시선은 책장, 바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창문과 문에 집중된다. 그의 눈에 보이는 잔영들이 점차 선명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 **독백:** 밀실. 모든 것이 닫혀 있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이 안에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사라졌다. 어떻게?

* **컷 9:** (강서진이 창문 앞으로 다가간다. 강화유리는 완벽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창문 유리의 미세한 진동, 공기 중의 습기가 유달리 뭉쳤다가 사라지는 작은 패턴이 보인다. 보통 사람이라면 빛의 반사나 먼지로 착각할 법한 현상.)
* **강서진:** (손가락을 들어 창문 유리에 아주 살짝 댄다.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지만, 그의 표정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미묘하게 변한다.) …여기였군요. 가장 옅지만, 가장 깊은 흔적.
* **이 형사:** (의아한 듯 강서진을 본다.) 뭐가 말입니까, 강서진 씨?
* **강서진:** 이 밀실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누군가에게는’ 완벽한 밀실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통로였을 뿐입니다.

**장면 5: 강서진의 추리 – 재구성**

* **컷 10:** (강서진의 시선이 창문에서 서재 문으로 옮겨간다. 그의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재구성되기 시작한다. 빠른 컷으로, 창문 유리 표면이 잠시 물결처럼 흔들리고, 희미한 인영이 그 틈을 통과하는 듯한 잔상이 스쳐 지나간다.)
* **강서진:** 범인은 이 방에 들어왔고, 나갔습니다. 밀실처럼 보인 것은 그저 하나의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 **이 형사:** (어리둥절해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눈속임이라뇨?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은 특수 강화유리인데요!

* **컷 11:** (강서진이 서재 문을 가리킨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확신에 차 있다.)
* **강서진:** 이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잠금’은 범인이 나가면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 문은 ‘잠겨 있었던 것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 **독백:** 공간의 틈새. 차원의 미약한 왜곡. 일반적인 시야와는 다른, 나의 눈에만 보이는 ‘잔영’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방에 남아있는 희미한 아지랑이들은, 공간이 잠시 뒤틀렸다가 복원된 흔적이다. 마치 물속에 손을 넣었다가 빼면 남는 물결처럼.

* **컷 12:** (피해자 한태수의 얼굴 클로즈업. 그의 눈은 놀란 듯 크게 떠져 있다. 그 눈동자에 잠시 비치는,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는 듯한 공간의 굴절. 죽음의 순간, 그가 본 마지막 광경에 대한 암시.)
* **강서진:** 한태수 씨는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죽이러 온 자가 ‘어떻게’ 이 공간을 넘나들었는지. 아니, 어쩌면 그 자신도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거나, 그것을 연구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수집품 목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비현실적인 재료나 형태를 가진 것들. 단순한 고미술품이 아닌, 공간의 틈새를 여는 ‘열쇠’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야 합니다.

* **컷 13:** (강서진이 피해자의 손을 다시 유심히 본다. 그의 손가락 끝에 아주 미세한, 마치 건조한 피부처럼 보이는 비늘 같은 물질이 붙어 있다. 너무 작아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특수 장비로 확대해야 겨우 보일 만한 그것.)
* **강서진:** (나직이 중얼거린다.) 이 비늘은… 공간을 이동하는 자들이 남기는 흔적. 그들의 ‘피부’는 일반적인 생체 물질과는 다르죠. 순간적인 공간 도약으로 인한 마찰열을 견디기 위해 특수하게 진화한…

* **컷 14:** (강서진이 서재 한편에 놓인, 고대 유물처럼 보이는 기묘한 조각상을 바라본다. 조각상은 미완성처럼 보이지만, 그 형태는 마치 흐릿한 인간의 형체가 공간 속으로 사라지는 듯한 모습이다. 그 조각상의 표면에서도 희미한 잔영이 느껴진다.)
* **강서진:** 이 조각상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한태수 씨는 단순한 수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다른 세상’의 문을 열려 했던 겁니다. 혹은, 그 문을 열 수 있는 존재들을 불러내려 했거나.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른 거죠.
* **독백:** 그들은 우리 세상의 틈새에 존재한다. 평범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간의 뒤틀림을 타고 다니는 존재들. 그리고 오늘 밤, 그들 중 하나가 이 밀실을 만들었다. 존재하지 않는 벽을 만들어내고, 존재하지 않는 문으로 사라졌다.

* **컷 15:** (강서진이 창문 밖을 내다본다. 펜트하우스 아래로 펼쳐진 도시의 야경. 수많은 불빛과 건물들. 그 도시 속 어딘가에, 여전히 ‘균열’을 타고다니는 존재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
* **강서진:** 범인은 ‘공간 이동 능력자’입니다. 문을 잠그거나, 창문을 닫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에게 이 방의 벽은, 그저 잠시 흐릿해지는 공기였을 뿐이니까요. 살인 후, 그는 창문을 통해 ‘사라졌습니다’. 남은 ‘잔영’과 피해자 손에 묻은 ‘비늘’이 그 증거죠.
* **이 형사:** (경악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강서진의 확신에 찬 눈빛과 그가 가리킨 미세한 증거들에서 뭔가 범상치 않은 진실을 직감한다.) …말도 안 되는…
* **강서진:** (피식 웃음. 아주 희미한 미소.) 이 세계에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단지 당신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죠.

* **컷 16:** (강서진의 옆모습. 그의 눈동자에 도시의 불빛이 반사되어 빛난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마치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세계의 짐을 짊어진 것처럼.)
* **강서진:** 이제, 그가 왜 한태수 씨를 죽였는지, 그리고 그 ‘능력’을 어떻게 획득했는지 밝혀낼 차례입니다. 밀실은 깨졌지만, 진실은 여전히 어둠 속에 감춰져 있군요.
* **내레이션:** 세계는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어떤 비밀은, 공간의 틈새에 숨겨져 있고, 어떤 탐정은, 그 틈새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이 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EPISODE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