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다락방은 곰팡내와 묵은 먼지로 가득했다. 이진우는 마른기침을 연신 토해내며 빗자루를 휘둘렀다. 아버지가 물려받은 낡은 상가 건물의 맨 꼭대기, 아무도 쓰지 않는 이 공간을 정리하라는 지시는 ‘효도’라는 명목의 노동 착취나 다름없었다. 여름의 초입인데도 에어컨 없는 다락방은 벌써부터 찜통이었다.

“젠장, 이게 대체 몇 년 묵은 거야.”

한숨을 쉬며 낡은 박스들을 끌어냈다. ‘개업 기념품’, ‘경품 추첨함’, ‘미싱 부품’ 같은 글씨가 바래다못해 지워지려 하는 상자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대부분은 내용물을 확인하기도 전에 쓰레기봉투에 처박혔다. 얄팍한 먼지 속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튀어나와 기겁하기도 했다.

벽 한쪽을 따라 길게 놓인 낡은 선반들을 치우다 진우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선반 뒤쪽, 콘크리트 벽면이 다른 부분과 달리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손으로 쓸어보니 거친 시멘트 질감이 아니라, 매끄러운 나무 같은 것이 만져졌다.

“이게 뭐야?”

호기심에 망치로 튀어나온 부분을 툭툭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마치 속이 빈 듯한 공명음이 울렸다. 분명 벽인데, 나무처럼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 그는 주저 없이 망치 자루로 튀어나온 부분을 강하게 내리쳤다.

‘콰직!’

낡은 나무판자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풀풀 날렸다. 그 뒤로는 예상치 못한 공간이 나타났다. 손바닥만 한 정사각형의 좁은 틈.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어둠 때문에 알 수 없었다. 진우는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봤다.

낡은 천 조각에 싸인 무언가가 보였다. 왠지 모르게 손길이 닿기를 거부하는 듯한 기분 나쁜 기운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강렬해서 외면할 수 없는 이끌림도 함께였다. 마치 오래된 잠수함의 수압이 느껴지는 심해처럼, 미지의 깊이가 그를 끌어당겼다.

“뭐지, 저건?”

진우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천 조각을 끄집어냈다.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은 예상외로 차갑고 미끈거렸다. 다락방의 묵은 먼지와는 확연히 다른, 깊고 오래된 존재감이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너덜너덜한 천이 벗겨지자,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짙은 흑요석 같은 재질의 부적이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표면에는 기괴한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직선과 곡선이 뒤섞이고,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도형들이 얽혀 있었다. 마치 우주의 심연을 표현한 그림 같기도 하고, 어떤 생물의 내장 기관을 해부해 놓은 것 같기도 했다. 보는 순간, 진우는 직감했다. 이건 ‘예술’도, ‘문양’도 아니다. 어떤 목적을 가진 ‘기호’이며, 동시에 ‘언어’이기도 했다.

부적의 중심에는 한 개의 눈동자 형상이 박혀 있었다. 검고 깊은, 하지만 동시에 은은한 보랏빛이 도는 눈동자. 그는 홀린 듯 손가락으로 그 눈동자를 쓸었다.

그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기이한 감각이 진우를 덮쳤다. 다락방의 탁한 공기가 갑자기 진공 상태가 된 듯 숨 막히게 조여왔다. 그의 눈앞에선 알 수 없는 환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바다. 아니, 바다보다는 훨씬 깊고 어두운 심연이었다. 푸른빛조차 존재하지 않는, 오직 검은 물결만이 끝없이 출렁이는 공간. 그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것은 산보다도 크고, 별빛을 가릴 정도로 광활했다. 그림자의 움직임에 따라 심연이 일렁였고, 물결 하나하나가 우주의 시간을 담고 있는 듯했다.

다음 순간, 환영은 급격히 전환되었다. 무수한 별들이 점점이 박힌 밤하늘. 하지만 그 별들은 우리가 아는 별이 아니었다. 거대한 눈동자들이었다. 수십억 개의 눈동자들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물질적이지 않았지만, 존재 자체로 영혼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움이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이 혼란스럽게 울려 퍼졌다. 귓속을 파고드는 기계음 같기도 하고, 오랜 시간 동안 응축된 압력의 소리 같기도 했다. ‘이아… 이아… 크툴루… 프타그나…’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의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어졌다.

“흐읍… 윽!”

진우는 저도 모르게 신음하며 부적을 손에서 놓쳤다. 쿵, 하고 나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환영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손발이 후들거렸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다락방은 아까와 다름없는 곰팡내 나는 찜통이었다. 환영은 사라졌지만, 그 잔상은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다. 온몸의 신경이 여전히 그 낯선 감각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모든 것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부적을 다시 내려다봤다. 흑요석 같은 표면은 아까보다 더 깊고 어두운 빛을 띠는 것 같았다. 중심의 보랏빛 눈동자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미하게 반짝이는 듯했다.

손끝이 저릿거렸다. 그 찰나의 환영 속에서, 진우는 믿을 수 없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그가 본 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 부적을 통해 흘러들어온 ‘정보’였다. 그리고 그 정보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대의 힘에 대한 암시였다.

이상하게도, 공포감 속에서도 묘한 흥분이 일었다. 평범한 대학생 이진우는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압도적인 미지의 존재감 앞에서 두려워하면서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잊고 지내던, 아니, 애초에 존재조차 몰랐던 거대한 세계의 문이 갑자기 눈앞에 열린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부적을 다시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 같은 질감, 알 수 없는 기호들. 이번에는 환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손에 닿는 순간, 아까보다 훨씬 더 선명한 ‘무언가’가 그의 의식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마치 부적이 그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열어라… 보아라… 그리고… 기억하라…’*

단어가 아니었다. 파동과 같고, 이미지와 같았다. 하지만 진우는 그것이 자신에게 ‘명령’하고 있음을 분명히 이해했다. 이 부적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듯한 어떤 의지를 지닌, 너무나도 오래된, 그리고 너무나도 거대한 힘의 일부였다.

진우는 부적을 주머니에 넣었다. 땀으로 축축한 셔츠가 몸에 달라붙었지만, 더 이상 다락방의 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방금 경험한 기이한 현상과 부적의 알 수 없는 힘으로 가득 찼다.

평범했던 그의 일상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다락방의 낡은 벽 뒤에 숨겨져 있던 작은 틈새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활하고 무시무시한 우주의 입구가 되어버렸다. 이진우는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의 끄트머리를 우연히 붙잡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