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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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잿빛 숨**

지혁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 숨조차 잿빛 먼지와 금속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낡은 방독면이 콧등을 짓눌렀지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은 막을 수 없었다. 눈앞에는 거대한 강철 뼈대가 스카이라인을 찢어놓고 있었다. 한때 번성했을 도시의 심장이었을 건물들은, 이제는 녹슨 이빨처럼 하늘을 향해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늘은 언제나 그랬듯 먹구름에 갇힌 채 짙은 갈색이었다. 햇살은 희미한 그림자조차 드리우지 못했다.

“젠장, 또.”

그가 중얼거렸다. 등 뒤의 커다란 배낭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안에는 며칠간의 식량과 최소한의 공구들, 그리고 어쩌면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를 빈 공간이 있었다. 지혁의 시선은 망원경 너머로 녹슨 비계와 위태로운 강철 기둥들을 훑었다. 목표는 저 너머, 마치 철제 괴수의 심장처럼 웅크린 옛 발전소의 굴뚝이었다. 정확히는 그 굴뚝에 연결되어 있던 증기 압력 조절 밸브. 그의 거처, 아니 그의 생존을 유지시켜주는 조그만 증기기관의 고동을 다시 뛰게 할 유일한 희망이었다.

강철 발판을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작 한 칸에 불과한 틈바구니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자, 수천 개의 녹슨 파편들이 모래처럼 쌓여있는 지옥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추락은 곧 죽음이었다. 지혁은 망설임 없이 균형을 잡고 한 발 한 발 옮겼다. 그의 손은 닳고 닳은 가죽 장갑 안에서도 굳은살이 박혀 투박했지만, 그 어떤 정교한 기계공보다 섬세하게 움직였다. 이 황량한 철의 황무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모든 감각이 날카로워야 했다. 시야는 넓게, 소리는 미세하게, 그리고 직감은 언제나 죽음의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 했다.

오랜 등반 끝에 그는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옛 발전소의 거대한 배기관이 얽히고설킨 곳이었다. 이곳은 과거의 영광을 잃고 덩그러니 남은 기계들의 무덤이었다. 거대한 증기 보일러들은 차갑게 식어 거대한 관들만 드러내고 있었고, 낡은 압력 게이지들은 바늘이 부러진 채 멈춰 있었다.

지혁은 주위를 둘러보며 숨을 골랐다. 공기는 이곳에서 더욱 탁했다. 금속성 재와 오래된 기름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그의 방독면 필터가 마지막 힘을 다해 싸우는 소리가 귓가에 작게 들렸다. 시간이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녹슨 철골을 밟고 다가가, 목표로 삼았던 밸브를 찾아냈다. 거대한 황동 덩어리가 아직 제자리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앉았지만, 그의 눈에는 보석처럼 빛났다.

“찾았다.”

그는 작은 기계 공구를 꺼내 들었다. 녹슨 볼트를 푸는 작업은 인내를 요했다. 꽉 조여 있던 나사들이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때였다.

크으윽… 덜그럭… 덜그럭…

등 뒤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지혁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는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저편, 어둠 속에 잠겨 있던 거대한 증기기관 잔해들 사이에서, 녹슨 강철 파수꾼 하나가 삐걱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 발전소의 경비를 맡았던 구식 자동 장치였다. 몸통에는 톱니바퀴와 스프링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외장 갑옷은 여기저기 부서지고 녹슬어 너덜거렸다. 하지만 한때 푸른빛을 뿜어냈을 두 개의 감시등은 이제 붉고 희미하게 깜빡이며 지혁을 향해 있었다. 마치 죽지 않는 망령처럼, 파수꾼은 느리지만 거대한 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젠장, 아직도 작동하고 있었어?”

지혁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파수꾼은 본래 침입자를 막기 위한 존재였지만, 수십 년의 방치 속에서 제 기능을 상실하고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조건 공격하는 괴물이었다. 저 파수꾼의 주먹 한 방이면 그의 몸은 납작한 강철 덩어리가 될 것이다. 밸브를 포기해야 할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 밸브 없이는 그의 공기 정화 시스템은 멈출 테고, 결국 느리지만 확실하게 질식해 죽을 것이다.

파수꾼의 증기 동력원이 힘겹게 움직이며 ‘쉬이이익’ 하는 소리를 냈다. 육중한 강철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지혁은 간발의 차이로 몸을 숙여 피했다. 그의 눈은 빠르게 주변을 스캔했다. 도망칠 곳은 마땅치 않았고, 파수꾼의 느린 움직임은 그 크기에 비례해 예측 불가능했다.

‘약점… 약점은 어디지?’

그는 파수꾼의 움직임을 따라 눈을 굴렸다. 낡은 모델은 확실히 약점이 있었다. 과열된 증기 배출구, 닳아버린 동력 전송 케이블, 아니면…

파수꾼이 다시 한번 웅장한 소리를 내며 돌진했다. 지혁은 가까스로 밸브가 있는 철골 구조물 위로 몸을 던졌다. 쿵! 거대한 주먹이 방금 그가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고, 철골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다.

그때 그의 시야에 파수꾼의 팔뚝 안쪽, 녹슬었지만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수많은 톱니바퀴가 보였다. 그중 하나의 톱니가 다른 것보다 더 빠르게, 불규칙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오작동의 증거였다.

‘저기다!’

지혁은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묵직한 강철 너트 몇 개를 꺼냈다. 파수꾼이 다시 몸을 돌려 다가오는 순간, 그는 있는 힘껏 너트 하나를 던졌다. 캉! 경쾌한 금속음과 함께 너트는 정확히 불규칙하게 돌아가던 톱니를 강타했다.

파수꾼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붉은 감시등이 빠르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파수꾼의 삐걱거리는 몸체가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몸통에서 굵은 증기 기둥이 ‘퓨슈슈슉!’ 하고 솟구쳤다. 과부하가 걸린 것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혁은 다시 밸브로 달려들었다. 마지막 볼트를 풀고, 밸브를 조심스럽게 들어냈다. 묵직하고 차가운 황동 덩어리가 그의 손에 쥐어졌다. 성공이었다.

파수꾼은 이제 붉은 감시등마저 꺼진 채 축 늘어져 있었다. 거대한 몸체는 간헐적으로 ‘덜그럭’ 소리를 낼 뿐, 더 이상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지혁은 밸브를 배낭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리고 이대로 돌아갈까 하다가, 문득 파수꾼이 쓰러진 곳 너머의 어둠 속으로 시선이 닿았다. 녹슨 기계 잔해들 사이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호기심은 위험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때때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지혁은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어둠 속으로 발을 디뎠다.

반짝이는 것은 낡은 황동판이었다. 세월의 먼지를 걷어내자, 표면에 정교하게 새겨진 문양들이 드러났다. 복잡한 기계 장치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거대한 증기 탑이 하늘을 뚫고 솟아오르는 그림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증기 탑 꼭대기에서는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탑 주변은 희미하게나마 초록색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정화탑.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진, 오염된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만들어낸다는 거대한 정화 장치. 그 황동판은 마치 낡은 지도처럼, 거대한 증기 탑을 향해 뻗어 있는 희미한 선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들은, 한결같이 ‘위로’ 향하고 있었다.

지혁은 황동판을 소중히 챙겼다. 그의 마음속에 잿빛 먼지 같은 희미한 희망이 피어올랐다. 단순히 생존을 넘어선, 다른 종류의 열망이었다. 그는 낡은 방독면을 고쳐 쓰고, 황량한 풍경을 등진 채 다시 철의 황무지를 가로질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배낭 안에는 오늘 얻은 생명의 밸브와 함께, 미지의 희망을 품은 낡은 지도가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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