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도시의 썩은 내음은 언제나 같았다. 눅눅하고 축축한 폐허의 냄새, 그리고 이따금 바람에 실려 오는 시체 썩는 비린내. 강태준은 그 익숙한 지옥의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시며 멈추지 않고 걸었다. 낡은 작업화가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을 밟으며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그의 살아있는 증거였다.

“찾았다, 박선우.”

입 밖으로 나온 이름은 차가운 돌멩이처럼 굴렀다. 일 년 전, 그 이름은 믿음이었고, 형제애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이름은 태준의 심장을 파고드는 얼음 송곳이요, 매 순간 그를 짓누르는 저주였다.

목표는 멀리 보이는 작은 공동체였다. 높은 철조망과 임시 벽으로 둘러싸인, 어딘가 불균형하게 평화로워 보이는 곳. 그곳이라면 박선우가 숨어 지낼 만했다. 기생충처럼 남의 피를 빨아먹고 자기만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만드는 재주 하나는 예전부터 탁월했으니까.

태준은 낡은 라이플을 고쳐 메고, 허리춤의 칼날 손잡이를 한 번 쥐었다 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굳은살로 뒤덮여 있었다. “그때와는 달라. 네가 버렸던 약골 태준은 없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마치 닳고 닳은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의 움직임은 더욱 유령처럼 변했다. 폐허를 감싸는 그림자 속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공동체 주변을 둘러싼 임시 초소에 경계병 두 명이 보였다. 피곤에 절어 축 늘어진 어깨,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 목소리. 태준의 입술이 비틀렸다. 저런 안일함으로 이 지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첫 번째 경계병. 태준은 뒤편의 덤불을 이용해 접근했다. 그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그림자처럼 소리 없었다. 경계병이 하품을 하며 뒤를 돌아보는 찰나, 태준의 손에서 번뜩인 칼날이 그의 목덜미를 깊게 갈랐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기 전에, 태준은 이미 경계병의 입을 틀어막고 몸을 지탱했다.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남자는 축 늘어졌다.

두 번째 경계병은 동료가 쓰러지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태준은 쓰러진 시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곧바로 다음 목표에게 향했다. 이번에는 정면이었다. 경계병이 어둠 속의 움직임을 겨우 눈치챘을 때, 태준은 이미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묵직한 권총 개머리판이 남자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는 고꾸라졌다. 태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칼날에 묻은 핏방울을 옷자락에 닦아냈다. 그의 눈동자는 깊은 심연처럼 고요했다.

내부 진입은 예상보다 쉬웠다. 안쪽은 더 안일했다. 아마 이곳 사람들은 외부의 위협보다는 내부의 안락함에 더 신경 쓰는 모양이었다. 썩어빠진 자들의 둥지. 태준은 낡은 창고 건물의 옥상으로 기어올라가 내부를 살폈다. 얼마 안 되는 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 하나. 저곳이 아지트일 터였다.

지붕과 벽을 타고 조용히 이동했다. 한때 도서관이었을 거대한 건물의 찢긴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따뜻한 불빛 아래, 건장해진 박선우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식탁 위에는 숯불에 구운 고기 같은 것이 놓여 있었고, 꽤나 멀쩡한 옷을 입은 다른 남자와 여자가 선우의 말에 웃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일 년 전보다 훨씬 살이 붙어 있었고, 근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편안한 표정이었다. 태준의 심장 속 깊은 곳에서 차가운 분노가 들끓었다.

선우는 자신을 등진 채였다. 완벽한 기회였다.
태준은 창문 프레임을 잡고 조용히 안으로 내려섰다. 그의 발은 소리 없이 바닥에 착지했다. 방 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태준은 느리게, 그리고 집요하게, 선우에게 다가갔다. 그의 그림자가 선우의 어깨를 덮었다.

문득, 웃고 있던 선우의 표정이 굳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척 때문이었을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태준을 봤다.

선우의 얼굴에서 피가 싹 가셨다. 입을 벌린 채, 눈은 경악과 공포로 가득 찼다.
“태… 태준…? 네가… 네가 어떻게…” 그의 목소리는 덜덜 떨렸다. 옆에 있던 남녀는 상황 파악도 못 한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살아 있었냐고?” 태준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선우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네가 날 미끼로 던져버린 그날부터, 난 매일 죽었다 살아났다, 선우.”

일 년 전, 그날의 악몽이 태준의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좀비 떼가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 아비규환의 비명 소리. 그리고 유일하게 잠겨 있던 철문 너머로, 자신을 향해 절규하던 동료들의 얼굴과— 그 철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달아나던 박선우의 비겁한 뒷모습. 거대한 철창 사이로 뻗어 나오던 수많은 좀비의 손아귀, 그리고 그 속에서 발버둥 치던 자신의 찢어지는 비명. 선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어… 어쩔 수 없었어! 태준아! 다 같이 살려면… 그… 그때는…” 선우가 허둥대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남자가 불쑥 끼어들었다. “누구십니까? 여기는 함부로…”

태준은 고개를 살짝 돌려 남자를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에 서린 광기와 냉기는 남자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남자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살아남아?” 태준은 다시 선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넌 나만 버린 게 아니지. 우리 모두를 버렸어. 널 믿었던 모든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어.” 태준은 느릿하게 선우에게 다가갔다.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들자 칼날이 불빛을 받아 섬뜩하게 번뜩였다.

선우는 공포에 질려 의자에서 떨어져 나갔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뒷걸음질 쳤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 태준아, 우리 예전처럼 힘을 합치자! 내가 널 도와줄게! 이곳을 다스릴 수 있어!” 그의 목소리는 간절함을 넘어 처절했다.

“네가 나에게 준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태준은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그의 그림자가 선우를 완전히 덮었다. “그 기회를, 네가 직접 날 죽음으로 몰아넣는 데 썼지.”

칼날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선우의 왼손 손목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선우는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내 손! 내 손목!”

옆에 있던 여자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미친놈! 살인자!”

태준은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직 선우에게만 집중했다. 피 흘리는 선우의 손목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태준이 말했다. “난 네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선택’을 해줄 거야, 선우.”

“선… 선택?” 선우는 피를 철철 흘리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태준은 빙긋 웃었다. 비릿하고 잔인한 미소였다. “그래. 네가 그날 나를 좀비 떼 속에 던져 넣었을 때, 내가 느꼈던 공포를 네게도 느끼게 해 줄게. 하지만 난 더 친절하니까. 넌 ‘선택’할 수 있어. 온몸이 찢겨 죽을지, 아니면…”

태준은 선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네 목숨을 구걸하며 죽을지.”

선우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공포와 고통이 뒤섞여 그의 정신을 잠식하는 듯했다. 그는 살려달라며 울부짖었지만, 태준의 눈에는 그저 메마른 웃음만이 걸려 있을 뿐이었다.

칼날은 다시 움직였다. 섬뜩한 정확성으로 선우의 팔과 다리, 그리고 다른 손목을 파고들었다. 선우의 비명 소리는 더욱 격렬해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그 끔찍한 피의 향연에 옆에 있던 남녀는 혼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태준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박선우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일 년간 쌓아 올린 지옥 같은 고통을 하나하나 돌려주듯, 무자비하게 칼날을 휘둘렀다.

마침내, 선우의 비명이 멎었다. 그의 몸은 피범벅이 되어 축 늘어졌고, 눈은 공허하게 천장을 응시했다.

태준은 피 묻은 칼을 낡은 옷자락에 닦아냈다. 아무런 감정 없이, 그저 일상적인 동작처럼 보였다. 창밖으로는 희미한 새벽빛이 번지고 있었다. 밤의 어둠이 물러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끝났나.”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너무나도 허탈했다. 복수를 이뤘다는 짜릿함도, 분노가 해소되었다는 후련함도 없었다. 그저 깊은 공허함만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절대.

태준은 죽은 선우를 마지막으로 한 번 돌아봤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창문을 넘어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도시의 썩은 내음은 여전했고, 태준은 그 익숙한 지옥 속에서 다음 그림자가 되었다. 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지옥이었고, 그 지옥 속에서 그는 아직 해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