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명: 탐정님은 오늘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 로맨틱 코미디 / 미스터리]**
**등장인물:**
* **한설 (HAN SEOL)**: 20대 후반.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종종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언행으로 주변을 당황시키는 사립 탐정. 사건 해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긴 다리와 시크한 외모 덕분에 인기는 많으나, 본인은 오직 사건에만 관심이 있는 척한다.
* **윤채아 (YOON CHAE-AH)**: 20대 후반. 강단 있고 정의로운 강력계 형사. 한설의 비범한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괴팍한 행동에 늘 이마를 짚는다. 한설의 유일한 ‘인간적인’ 연결고리.
* **강 회장 (CHAIRMAN KANG)**: 60대. 대기업을 운영하는 미술품 수집가. 사건의 피해자.
* **강태민 (KANG TAE-MIN)**: 30대 초반. 강 회장의 조카.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
* **박미경 (PARK MI-KYUNG)**: 40대 후반. 강 회장의 비서. 냉정하고 유능하다.
* **최진우 (CHOI JIN-WOO)**: 30대 후반. 유명한 미술품 딜러. 강 회장과 오랜 거래 관계.
* **김아줌마 (MRS. KIM)**: 50대 후반. 강 회장 저택의 가사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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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밀실의 그림자]**
**#1. 거대한 저택의 외경 – 밤**
폭우가 하늘을 찢을 듯 쏟아지는 밤.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 고풍스러운 대저택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거대한 저택의 실루엣이 마치 살아있는 괴물처럼 음산하게 드러난다.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NARRATION: 한설]**
세상에 완벽한 밀실은 없다. 오직 미처 보지 못한 틈새, 감히 의심하지 못한 상식, 그리고 기발한 착시만이 존재할 뿐.
**#2. 저택 서재 안 – 밤**
화면은 서재 내부로 전환된다. 으리으리한 고서들과 값비싼 골동품들이 가득한 방 한가운데, 강 회장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그의 눈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고, 가슴에는 날카로운 송곳이 깊숙이 박혀 있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고통과 함께 알 수 없는 의문이 서려 있는 듯하다. 서재 문은 안에서 견고하게 잠겨 있고, 창문들은 두꺼운 쇠창살로 굳게 막혀 있다. 빗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윤채아 (O.S)]**
말도 안 돼…
**#3. 서재 문 앞 복도 – 밤**
경찰 통제선이 쳐진 서재 문 앞에, 강태민, 박미경, 최진우, 김아줌마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들은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곁눈질하며 불안해한다. 윤채아 형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굳게 닫힌 문을 응시하고 있다. 다른 경찰들은 현장 보존에 여념이 없다. 윤채아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는다.
**윤채아**
(혼잣말처럼, 그러나 단호하게)
내부에서 걸어 잠근 문, 쇠창살이 박힌 창문. 아무도 드나들 수 없었다는 건… 용의자는 이 방 안에 이미 있었거나, 아니면…
그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당혹감이 역력하다.
**[NARRATION: 한설]**
혹은 상식을 깨부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말이죠.
**#4. 서재 문 앞 복도 – 클로즈업**
윤채아의 옆으로 갑자기 길고 시원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빗물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시크하게 서 있는 한설이 보인다. 그의 검은 코트 자락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한 손에는 다 식은 아메리카노 컵을 들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는 기묘한 흥미가 깃들어 있다.
**윤채아**
(미간을 찌푸리며, 한설의 코트를 보며 질색하는 표정)
탐정님, 또 멋대로 현장에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여기 경찰 통제선이에요!
한설은 그녀의 잔소리에는 아랑곳없이 고개를 살짝 기울여 서재 문을 훑어본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듯.
**한설**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흠… 이 묘한 밀실의 향기. 사건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이군요. 제게는 비 온 뒤 흙내음처럼 신선하게 다가오는군요.
**윤채아**
(피곤한 듯 한숨 쉬며, 한설의 코에서 나는 물방울을 보며)
아니, 그놈의 ‘향기’는 좀 그만하세요. 제가 여기 오라고 전화한 건 맞지만… 굳이 비를 쫄딱 맞고 오실 것까지는… 비맞은 생쥐 꼴이잖아요.
**한설**
(눈을 더욱 빛내며, 윤채아의 표정에는 아랑곳없이)
천만에요, 윤 형사님. 범죄는 언제나 저를 부르죠. 특히 이런 완벽에 가까운 밀실 살인이라니! 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군요.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는 이 기분, 마치…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윤채아는 불안한 눈빛으로 다음 비유를 기다린다.
**한설**
…막 튀겨낸 바삭한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황홀함과 같달까요? 겉바속촉의 향연!
**윤채아**
(결국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설을 등지고 고개를 젓는다)
제발… 지금 사람이 죽었다고요. 제발 그 비유 좀 그만하세요…!
**#5. 서재 안 – 한설의 시점**
현장 감식을 마친 경찰들이 서재 안에서 수군거린다. 한설은 그들의 어깨너머로 서재 내부를 천천히 응시한다. 그의 눈동자가 방 안을 훑는 동안, 화면은 줌인/줌아웃을 반복하며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의 눈에 비친 것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 쓰러진 강 회장. 그의 눈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다.
– 가슴에 박힌 송곳. 날카로운 광택이 번뜩인다.
– 벽에 걸린 값비싼 그림들.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듯하다.
– 빼곡한 책장. 수많은 지식 속에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 닫힌 창문. 쇠창살이 굳건하다.
– 바닥에 떨어진 낡은 만년필. 평범해 보이지만, 그의 시선은 그곳에 잠시 머문다.
– 그리고… 미묘하게 뒤틀린 책꽂이의 한 부분. 아주 미세한, 그러나 한설의 눈에는 명확히 보이는 불균형.
**[NARRATION: 한설]**
아, 그리고 저 만년필은 굳이 떨어져 있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 꼭 제 발목을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듯이…
**#6. 서재 문 앞 복도 – 윤채아와 한설**
한설이 갑자기 문 쪽으로 다가가더니, 문틈을 유심히 살핀다. 그의 눈은 마치 현미경처럼 미세한 흔적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날카롭다. 윤채아는 한설의 뒤를 쫓아가 그의 행동을 주시한다.
**윤채아**
뭘 보시는 거죠? 특이한 거라도 있나요?
**한설**
음… 굳게 닫힌 문은 때로는 가장 솔직한 증인이 되죠. (그는 문고리에 코를 가까이 대고 킁킁거린다.) 흐음… 은은한… 금속성 냄새. 그리고 아주 미세한… 오렌지향?
**윤채아**
(기가 막힌다는 듯, 허탈한 웃음)
오렌지향이요? 탐정님, 방금 저 앞에서 오렌지 주스 마시고 오셨어요? 또 어디 가서 감자튀김에 오렌지 주스를 드셨다는 둥 하는 건 아니겠죠?
**한설**
(진지하게, 단호한 표정으로)
윤 형사님, 제 코는 세계 최고의 정밀 센서와 같습니다. 살인 현장의 미세한 흔적조차 놓치지 않죠. 범인의 심장 박동수까지 읽어낼 수 있을지도… (눈을 가늘게 뜬다,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앗, 죄송합니다. 그건 좀 과장이었네요. 코로 심박수를 읽는 건 무리겠죠. 하하.
윤채아는 이마를 짚지만, 한설의 눈빛은 이미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그의 뇌 속에서는 수많은 가설들이 빠르게 교차하고 있을 것이다.
**#7. 용의자 대기실 – 밤**
조명이 어둑한 대기실. 강태민, 박미경, 최진우, 김아줌마가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시선을 교환한다. 불안과 의심이 공기 중에 가득하다.
한설과 윤채아가 들어온다. 한설은 각 용의자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본다. 그의 시선은 마치 영혼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한설**
(의자에 털썩 앉으며, 다리를 꼬고 여유로운 자세로)
자, 이제 흥미진진한 탐정놀이 시간입니다. 저를 위해 기꺼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실 분? 슬픔이 너무 커서 말이 나오지 않는 분도 괜찮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테니.
**강태민**
(짜증 섞인 목소리로, 한설의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탐정놀이라뇨! 지금 저희 삼촌이 돌아가셨는데! 이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건 예의가 아니죠!
**한설**
(눈도 깜빡하지 않고, 차분하게)
네, 그 사실은 저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이 혹시… ‘연기’는 아니신지, 제가 잘 지켜볼 예정이죠. 슬픔의 연기는 오스카상감일 수도 있으니, 흥미롭겠군요.
강태민이 움찔한다. 그의 얼굴에 당황과 분노가 스쳐 지나간다.
**윤채아**
(작게 한설의 옆구리를 찌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탐정님! 그렇게 도발적으로 말씀하시면…
**한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윤채아에게 귓속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로맨틱 코미디에서 빌런의 첫 등장은 항상 인상적이어야 하는 법이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감초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단 말입니다.
윤채아가 결국 이마를 짚는다. 한설은 그런 윤채아의 반응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본다.
**한설**
(다시 용의자들에게로 시선, 표정을 바꾸며 진지하게)
좋습니다. 일단 사건 전말부터 듣죠. 강 회장님은 왜 서재에 혼자 계셨고, 그 방은 어떻게 잠겼습니까? 그날 밤의 모든 것을 말씀해주세요.
**박미경**
(침착하게, 그러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다)
회장님은 밤늦게까지 서재에서 미술품 감정을 하시거나 서류를 검토하셨습니다. 평소에도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금하셨고, 잠가두시는 일이 잦았습니다. 오늘은 최진우 씨와 작품 감상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재로 들어가셨죠. 그 후론 아무도 들어가거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진우**
(고개를 끄덕이며, 불안한 시선으로 박미경을 힐끗 본다)
네, 회장님과는 약 한 시간 정도 전에 헤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회장님께서 서재로 들어가시는 모습이었죠. 저는 그때 저택을 떠났습니다.
**김아줌마**
(떨리는 목소리로, 두 손을 모으고 불안해하며)
저는 저녁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 마치고 제 방으로 갔어요. 잠이 들기 전에 물 한잔 마시려고 나왔는데… 서재 불이 꺼져 있더라고요. 이상하다 싶어서 문에 귀를 대보니… 아무 소리도 안 나고. 인기척이 너무 없어서… 이상했어요. 평소엔 밤늦게까지 소리가 들렸는데…
**한설**
그럼 언제 사망 사실을 확인했습니까?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누구죠?
**강태민**
밤 10시쯤, 제가 삼촌께 급한 보고를 드릴 일이 있어서 서재 문을 두드렸는데, 대답이 없으셨어요. 몇 번을 불러도 반응이 없자 이상해서… 결국 제가 직접 문을 부수고 들어갔습니다.
**윤채아**
(메모하며, 강태민의 진술을 확인한다)
현장 도착 시간은 밤 10시 30분. 강태민 씨가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강 회장님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한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눈을 감고 미소를 짓는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모든 단서들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맞춰졌습니다!
모두가 한설을 일제히 쳐다본다. 윤채아는 또 시작이냐는 표정으로 한설을 바라본다. 그녀의 표정에는 포기와 체념이 뒤섞여 있다.
**윤채아**
(낮은 목소리로, 한설의 팔을 살짝 잡으며)
탐정님, 좀 더 듣고 판단하셔도… 아직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요…
**한설**
(손을 내저으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아니요! 모든 퍼즐 조각은 이미 제 머릿속에서 완벽한 하나의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범인은 바로…
그는 잠시 뜸을 들이며 용의자들을 드라마틱하게 한 번씩 훑어본다.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한설**
…여러분 중에 계신 단 한 분입니다! 제가 지금부터 그 가면을 벗겨드리겠습니다!
윤채아는 결국 이마를 짚고, 용의자들은 당황과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한설을 노려본다. 김아줌마는 거의 울기 직전이다.
**강태민**
(비웃듯이, 콧방귀를 뀌며)
하, 그걸 누가 모릅니까? 밀실인데! 범인이 여기 있다는 건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도 알겠습니다!
**한설**
(미소를 지으며, 그의 눈빛은 도발적이다)
하지만 밀실이 아니었다면요?
모두가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눈빛에는 혼란과 의문이 가득하다.
**한설**
(서재로 걸어가며, 여유롭지만 단호한 발걸음)
따라오시죠. 이제부터 제가 이 ‘완벽한 밀실’의 환상을 깨부숴 드리겠습니다. 이 환상은 깨지기 위해 존재했으니까요.
**#8. 서재 안 – 한설의 추리**
한설은 서재 안으로 들어서더니,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채 천천히 방 안을 배회한다. 그의 시선은 바닥, 벽, 천장, 모든 곳을 훑는다. 윤채아와 용의자들이 그의 뒤를 따른다. 윤채아는 한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한설**
자, 보시죠. 이 방은 겉보기에는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문은 안에서 걸렸고,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 있었죠. 경찰은 침입의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즉, 외부에서 침입한 사람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밀실’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완벽한 연출이죠.
그는 잠시 멈춰 서서 강 회장의 시신을 내려다본다. 비장함이 그의 얼굴을 스친다.
**한설**
피해자는 송곳에 찔려 사망했습니다. 송곳은… 피해자 주변에 떨어져 있군요. 하지만, 여러분은 이 모든 상황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바로 ‘밀실 트릭’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열쇠를요. 그 열쇠는 늘 눈앞에 있었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죠.
한설은 천천히 강 회장 시신 옆에 떨어져 있던 만년필을 집어 든다. 경찰이 촬영 후 보존해둔 흔적이다. 그는 만년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돌린다.
**한설**
이 만년필. 낡았지만 값비싼 명품 만년필이죠. 그런데 왜 하필 이런 곳에 떨어져 있었을까요? 마치 누군가 실수로 떨어뜨린 것처럼. 하지만 이건 실수가 아닙니다. 범인이 의도적으로, 혹은 급하게 현장을 떠나려다 남긴 결정적인 증거죠.
**강태민**
(의심 가득한 눈으로)
그게 밀실이랑 무슨 상관이죠? 그냥 펜이 떨어진 것뿐이잖아요!
**한설**
(만년필을 돌려가며, 살짝 미소 짓는다)
이 만년필은 강 회장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는 평생 펜촉이 굵고 묵직한 만년필만을 사용했죠. 이 펜촉은 너무나 가늘고 섬세합니다. 회장님의 거친 필체와는 어울리지 않죠. 즉, 이 펜은 범인의 것입니다. 이 펜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제는 밝힐 때가 되었군요.
**박미경**
(놀란 듯, 자신의 주머니를 무의식적으로 만져본다)
…제 것입니다! 몇 년 전 회장님께 선물로 드린 만년필… 회장님은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만…
**한설**
(미소 지으며)
정확합니다, 박 비서님. 이 만년필은 강 회장님의 손에 한 번도 쥐어진 적이 없을 겁니다. 자, 그럼 여기서 첫 번째 의문이 풀립니다. 범인은 왜 자신의 만년필을 떨어뜨렸을까요? 그것도 피해자 옆에요?
그는 책장 쪽으로 향한다. 그의 시선은 아까 발견했던 미세하게 뒤틀린 책꽂이 부분에 고정된다.
**한설**
그리고 여기, 이 미묘하게 뒤틀린 책꽂이. 다른 책꽂이들과는 달리, 아주 미세하게 틀어져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 급하게 뭔가를 숨기려다가 실패한 것처럼요. 보통의 눈으로는 알아차리기 힘든, 그러나 천재 탐정의 눈에는 명백하게 드러나는 증거죠.
그는 능숙하게 책꽂이의 한 부분을 밀어낸다. 그러자 책꽂이의 한 칸이 미끄러지듯 옆으로 움직이며, 그 안에서 아주 작고 정교한 장치 하나가 드러난다. 그것은 가느다란 낚싯줄 같은 실과 연결된 작은 추였다. 장치는 작지만 정교한 기계 장치의 느낌을 준다.
**모두**
(놀라서 탄성을 지른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윤채아**
(눈을 크게 뜨며, 경악과 감탄이 뒤섞인 표정)
저건… 뭐죠? 저런 게 이 안에 숨겨져 있었다니…
**한설**
(미소 지으며, 마치 마술사가 마술을 성공시킨 듯)
이것이 바로 ‘밀실’의 비밀입니다. 범인은 미리 이 장치를 설치해두고, 살인을 저지른 후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으면서, 이 장치를 이용해 문을 안에서 잠갔죠. 마치 유령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죠.
**최진우**
(얼굴이 창백해지며)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죠? 사람이 문을 닫으면서 안에서 잠근다니!
**한설**
아주 간단합니다. 범인은 만년필을 미끼로 썼습니다. 만년필의 금속 부분이 아주 미세하게 깎여 있었죠. 그리고 그 금속 가루가 문고리 틈에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문을 닫을 때 만년필 끝으로 문고리의 잠금쇠를 밀어 넣어 잠근 겁니다. 그리고 만년필에 미리 연결해둔 가느다란 실을 통해 밖으로 빼낸 거죠.
**윤채아**
실이요? 하지만 현장에서 실은 발견되지 않았는데요?
**한설**
(고개를 젓고는 책꽂이에서 나온 장치를 가리키며)
네, 왜냐하면 이 장치 때문입니다. 이 장치는 일종의 ‘자동 회수 장치’죠. 범인이 미리 설치해둔 겁니다. 만년필을 낚싯줄처럼 길게 늘어뜨린 후, 문을 닫고 잠금쇠를 건 겁니다. 그리고 만년필이 문틈 사이로 빠져나간 순간, 이 장치에 연결된 추가 내려오면서 낚싯줄을 팽팽하게 당겨 다시 회수하도록 한 거죠. 이 장치 안에는 아주 가는… 투명한 낚싯줄이 감겨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특수 재질의 실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치밀한 준비가 엿보이는군요.
**윤채아**
(감탄하며, 한설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럼 만년필은 왜 떨어져 있었던 거죠? 회수가 실패했다는 건가요?
**한설**
(만년필을 들어 보이며)
아마 범인이 회수하는 과정에서 너무 급했거나, 아니면 이 만년필이 너무 낡아 미세한 틈으로 완전히 회수되지 못하고 걸려버린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 거죠. 불완전한 완벽함이 범인을 잡는 열쇠가 된 셈입니다. 게다가…
한설은 윤채아를 보며 윙크한다. 그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한설**
제가 아까 문고리에서 맡은 오렌지향이 바로 이 트릭의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이 장치에서 나는군요. 이 실은 아마 감귤류 향이 나는 특수 코팅이 되어 있었을 겁니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맡을 수 있는… 아주 특이한 증거죠. 저의 세계 최고의 정밀 센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윤채아**
(어이없다는 듯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이내 냉정함을 되찾는다)
그럼 범인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거군요? 그리고 박 비서님의 만년필이 여기 있다는 건…
모두의 시선이 박미경에게 쏠린다. 박미경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친다. 그녀의 눈빛은 공포와 체념으로 가득하다.
**박미경**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잇는다)
아니에요! 전… 저는 회장님을…
**한설**
(피해자의 시신을 가리키며, 단호한 목소리로)
이 만년필은 박 비서님 것이지만, 회장님께서 사용하지 않으셨다는 점. 그리고 회장님을 살해한 송곳은… 바로 회장님의 서재에 전시되어 있던 것이었죠? 아주 미묘하게 위치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평소 냉철하고 치밀한 박 비서님이라면, 자신의 물건이 현장에 남는 실수는 하지 않으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완벽을 기하지 못했고, 그 만년필이 범인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된 거죠. 완벽하게 계획했다고 생각했지만, 인간적인 실수가 모든 것을 무너뜨렸습니다.
박미경은 더 이상 부정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그녀의 얼굴에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절망감이 드리워진다.
**박미경**
(흐느끼며, 체념한 듯)
회장님은… 절… 절 버리려 했어요… 수십 년을 충성했는데…! 그는 내게 모든 걸 빼앗으려 했어!
경찰들이 박미경을 연행해간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강 회장의 시신을 원망하듯이 바라본다.
**#9. 서재 문 앞 복도 – 밤**
윤채아는 박미경이 끌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정의가 실현되었지만, 그 뒤에는 인간의 탐욕과 비극이 있었다. 한설은 그녀의 옆에 서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의 표정은 마치 잘 해결된 퍼즐을 보듯 개운하다.
**한설**
(어깨를 으쓱하며, 가벼운 어조로)
자, 로맨틱 코미디의 피날레는 늘 그렇듯 통쾌한 해결이죠. 물론 로맨스는 아직 좀 부족하지만… 사건 해결은 성공적이었군요.
**윤채아**
(한설을 돌아보며, 미묘한 눈빛으로)
정말 대단해요, 탐정님. 오렌지향까지 맡을 줄이야… 대체 그 코는… 혹시 특별한 훈련이라도 받으셨나요?
**한설**
(윤채아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그의 얼굴이 윤채아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제 코의 능력에 대해 더 자세히 탐구하고 싶으신가요, 윤 형사님?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제가 이 놀라운 능력을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윤채아는 순간 얼굴이 붉어진다. 한설의 잘생긴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녀의 시선은 한설의 눈동자와 마주쳤다가 황급히 회피한다.
**윤채아**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아, 아니요! 그, 그냥 농담이었어요! 그리고 다음 사건 현장엔 미리 연락하고 오세요! 비 쫄딱 맞지 말고요! 비 맞고 추리하면 감기 걸릴 수도 있잖아요!
**한설**
(장난스럽게 웃으며, 한 걸음 더 다가선다)
음… 제가 현장에 나타나는 건 늘 예상 밖의 일이어야 하는 법이죠. 그래야 윤 형사님의 심장이 더…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흐리며 씩 웃는다. 윤채아는 한설의 말을 무시하려는 듯 헛기침을 한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붉다.
**윤채아**
(빨개진 얼굴로, 서둘러 자리를 뜨려 하며)
하여튼! 수고하셨어요! 전 이제 정리할 게 많아서…!
**한설**
(서재 문을 다시 보며, 혼잣말처럼)
밀실은 깨졌지만… 이 방엔 여전히 미스터리가 남아있군요. 가령… 탐정님께서는 제 감자튀김 비유를 왜 그렇게 싫어하시는 걸까요? 맛있는 건데…
윤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멀어진다. 한설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빙긋 웃는다. 그의 눈빛에는 사건 해결의 만족감과 함께, 윤채아에 대한 묘한 흥미가 깃들어 있다.
**[NARRATION: 한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다음번엔 감자튀김 대신 마카롱으로 비유해볼까요? 윤 형사님의 취향은 또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분명 저보다는 달콤한 걸 좋아하실 텐데 말이죠.
**#10. 저택 외경 – 밤**
비는 그쳤고, 먹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달빛이 비친다. 저택은 여전히 고요하지만, 방금 전까지 무겁게 짓눌렀던 사건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진 듯하다. 탐정의 발걸음은 저택을 떠나 밤거리로 향한다.
**[NARRATION: 한설]**
사건은 늘 답을 주지만, 가끔은 새로운 질문을 남긴다. 특히 사람의 마음처럼 복잡 미묘한 질문을 말이다. 이 질문은 밀실보다 더 풀기 어렵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이 질문의 답도 찾게 될 거야. 언젠가는.
**[END SCE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