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심연의 불꽃

숨을 쉬기 위해 몸을 움츠렸다. 차가운 빗물이 얼굴을 때리고, 낡은 점퍼는 비에 젖어 살갗에 달라붙었다. 퀴퀴한 쓰레기 냄새와 구정물 냄새가 섞인 뒷골목. 이것이 강태한의 세상이었다. 한때는 심장이 터져나갈 듯 뜨거운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찼던 사내의 종착역이었다.

3년 전.

그때만 해도 그는 세상의 이면에서 도시의 균형을 수호하는 존재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과 싸우고, 알 수 없는 힘에 맞서는 자. 동료들과 어깨를 맞대고 밤을 지새우며 훈련했고, 서로의 등을 믿으며 목숨을 걸었다. 그 중심에는 늘 이선우가 있었다. 자신과 더불어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친구, 아니 형제였다.

“태한아,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못 해낼 게 뭐가 있겠냐? 이 도시의 수호자는 우리가 되는 거야.”

환하게 웃던 선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함께 나눴던 피와 땀, 그리고 맹세. 그 모든 것이 저 진흙탕보다 더 역겨운 거짓이었단 말인가.

그날은 비가 오지 않았다. 대신, 모든 것이 불타올랐다. 거대한 균열이 도시를 삼키려 들었고, 태한과 선우는 목숨을 걸고 맞섰다. 격렬한 전투 끝에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였다. 등 뒤에서 느껴진 섬뜩한 한기.

“미안하다, 태한아. 하지만… 더 큰 그림을 위해선 어쩔 수 없어.”

귓가를 스치는 선우의 속삭임은 얼어붙은 칼날 같았다. 뒤돌아본 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옛 친구의 온기가 없었다. 탐욕과 야망으로 번뜩이는 낯선 눈빛이었다. 그리고 등 뒤에서 느껴진 것은 차가운 금속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익숙한 힘의 근원이 송두리째 뽑혀나가는 듯한 고통이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격통과 함께 그는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을 잃은 뒤였다. 자신의 힘, 동료들의 믿음, 그리고 선우와의 추억까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다. 그는 살아남았지만, 그건 마치 죽음보다 더 잔인한 형벌처럼 느껴졌다.

그 이후로 3년. 태한은 도시의 가장 어둡고 비루한 곳을 전전하며 살았다. 그림자처럼 숨어 지내며, 한때 자신이 지키려 했던 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증오했다. 그 불빛 아래에서, 이선우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테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배가 고팠다. 며칠째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다. 비에 젖은 몸은 뼛속까지 시려왔다.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길 건너편 대형 전광판에 비친 얼굴이 태한의 발목을 붙잡았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연단에 선 남자. 세련된 정장 차림에, 당당하고 위풍당당한 모습.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빌딩 숲을 울렸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저희 ‘황금가지 재단’은 지난 3년간 이룩한 눈부신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이 도시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겠습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도시의 심장’ 기술은…”

이선우. 그 자식이었다.

전광판 속 이선우의 얼굴은 3년 전과 변함없이 자신만만했고, 이제는 거기에 권위와 막대한 부까지 더해진 듯했다. ‘황금가지 재단’이라는 이름은 3년 전 자신과 선우가 속해 있던, 이 도시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유지하던 비밀 단체의 이름을 교묘하게 비튼 것이었다. 아마도 그 단체의 모든 자원과 명성을 가로챈 것이리라.

“하하… 하하하하…”

태한은 웃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억누르고 억눌렀던 분노가 심장을 찢고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몸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무언가가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핏줄을 따라 흐르는 뜨거운 기운, 마치 오랫동안 꺼져 있던 불꽃이 다시 타오르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것은 과거 그가 잃었던 힘의 잔재였을까, 아니면 심연의 증오가 만들어낸 새로운 힘이었을까.

태한의 주먹이 쥐어졌다. 뼈마디가 우드득 소리를 냈다.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것 같았다. 잃었던 힘이, 어쩌면 더 강하게 되돌아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허망하게 빛나지 않았다. 대신, 지옥의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빗물에 젖은 초라한 모습으로, 강태한은 전광판 속의 이선우를 노려봤다. 비릿한 핏물이 입안 가득 고였다.

“이선우… 네가 내 모든 것을 앗아갔지. 이제 내가 네 모든 것을 앗아갈 차례다. 네가 짓밟은 내 삶의 모든 조각을, 그대로 돌려줄 테니. 아니… 더 잔혹하게 돌려줄 테니, 기다려라.”

심장에서 끓어오르는 맹세와 함께, 그의 몸을 감싸던 차가운 빗줄기가 갑자기 멈췄다. 머리 위로는 먹구름이 걷히고, 빌딩 숲 사이로 붉은 석양이 길게 드리워졌다. 마치 그의 복수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듯, 도시는 기묘한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밑바닥에 머무를 수 없었다. 이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새로운 지옥이 피어날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