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밤공기가 허파 깊숙이 스며들었다. 진은 허름한 잿빛 외투 깃을 바싹 올려붙이며 제국의 심장부, 황성(皇城)의 거리를 미끄러지듯 걷고 있었다. 발밑의 돌길은 수많은 발자국에 닳아 매끄러웠고, 그 위로 웅장한 가로등 불빛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그러나 그림자는 안식처가 아니었다. 오히려 제국의 ‘감시의 눈’을 피해 몸을 숨겨야 하는 위장막일 뿐이었다.

“빌어먹을… 심장이 터질 것 같군.”

진은 억지로 침착함을 가장하며 속삭였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심장이 북이라도 치듯 요동쳤다. 사방에서 뻗어 나오는 시선들이 그를 꿰뚫는 듯했다. 길가에 늘어선 촘촘한 감시 장치들, 높다란 건물 창문에 드리워진 커튼 틈새, 심지어는 행인들의 무표정한 얼굴까지. 모든 것이 그를 주시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는 오늘 밤, 제국 중앙 기록청에 잠입해야 했다. 그곳에 제국의 새로운 감시 시스템, 일명 ‘신서(神書)’의 핵심 설계도가 보관되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 신서가 완성되면, 새벽의 그림자 같은 저항 세력은 더 이상 숨을 곳조차 없어질 터였다.

골목을 꺾어들자, 갑자기 뒤편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진의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제국 근위병들의 행진 소리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운 술집의 좁은 문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퀴퀴한 술 냄새와 끈적한 담배 연기가 코를 찔렀지만, 그는 벽에 등을 바싹 붙인 채 숨소리조차 죽였다.

“황제 폐하 만세!”

“제국에 영광을!”

근위병들의 우렁찬 구호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들의 묵직한 군화 소리가 진이 숨어든 술집 앞을 지나쳤다. 철컹, 철컹.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진의 고막을 찢을 듯 울렸다.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쿵쾅거렸다. ‘들키면 끝이다. 아니, 나 혼자 끝나는 게 아니다. 모두가…’

한참 뒤, 발소리가 멀어지고 구호 소리가 희미해졌다. 진은 간신히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숨을 내쉬자 폐가 타는 듯 아팠다. 그는 젖은 눈빛으로 어둠 속을 노려봤다.

“저 거대한 괴물을… 어떻게 쓰러뜨릴 수 있을까.”

자조 섞인 혼잣말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강철 형님도, 그리고 지하에서 희망을 기다리는 수많은 민초들도, 모두 자신을 믿고 있었다.

진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앙 기록청은 황성 중심부의 거대한 시계탑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외부 감시는 물론이고, 내부에도 최첨단 마법 장치와 정예 경비병들이 겹겹이 배치되어 있었다. 정면 돌파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의 목표는 기록청 지하에 있는 구식 공기 정화 시스템의 폐쇄된 통풍구였다. 수십 년 전부터 사용되지 않아 대부분의 제국 관리들은 그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시계탑 그림자 아래, 진은 낡은 맨홀 뚜껑을 발견했다.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준비해 온 특수 도구로 맨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퀴퀴하고 차가운 공기가 아래에서부터 확 끼쳐 올라왔다. 악취가 풍기는 하수구와 쓰레기, 그리고 희미한 어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손전등을 켜지 않고 오직 희미한 달빛에 의존해 좁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발밑에서 쥐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아무것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중요한 건 오직 하나, 임무였다.

폐쇄된 통풍구는 지하 통로 안쪽 깊숙이 숨겨져 있었다. 진은 손으로 벽을 더듬어 차가운 금속 격자를 찾아냈다. 이 격자를 뜯어내는 것은 꽤나 고된 작업이었다. 특수 제작된 소음 방지 도구로 볼트를 풀어내는데 집중했다.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라도 나면 끝장이었다.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마지막 볼트가 풀리는 순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격자가 떨어져 나갔다. 진은 격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좁은 통풍구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먼지와 거미줄이 얼굴을 뒤덮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통풍구는 중앙 기록청의 심장부로 이어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오직 감각에 의존해 기어갔다. 희미한 환기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음이 고요를 깨뜨렸다. 문득, 앞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조심스럽게 빛이 새어 나오는 곳으로 다가갔다. 통풍구 끝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로 신서가 보관되어 있다는 ‘제2 보관고’의 천장이었다. 강화 유리로 된 바닥 아래로 거대한 책장들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한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작은 탁자와 함께, 검은색 비단으로 싸인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흑서(黑書)’. 신서의 핵심 설계도이자 제국의 모든 감시망 정보가 담긴 비문이었다.

보관고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경비병도, 관리인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분명 강철 형님은 이곳이 삼엄하게 경비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잠시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곧 기회라고 판단했다.

진은 미리 준비한 얇은 와이어를 천장에 걸고,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발소리 하나 나지 않도록 바닥에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 냉기마저 감도는 보관고 안은 마치 거대한 무덤 같았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흑서가 놓인 탁자로 향했다.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비단 보를 걷어냈다. 검은색 가죽 표지에 금실로 정교하게 제국의 문양이 수놓인 두툼한 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심장이 다시 거세게 뛰었다. 이것만 손에 넣으면, 모두를 구할 수 있다.

그가 책자를 집어 드는 순간이었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라.”

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진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들키지 않았을 리 없었다. 이토록 고요할 리 없었다. 함정이었다. 처음부터 함정이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보관고 입구에는 제국 최고 정보국 소속의 요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차가운 강철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고, 손에는 정교한 레이저 총이 들려 있었다. 레이저 포인터가 진의 미간을 정확히 겨누었다.

“네놈이 올 줄 알았다, 새벽의 그림자.”

요원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진은 손에 든 흑서를 꽉 움켜쥐었다. 버릴 수는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의 운명이 걸린 희망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요원은 비릿하게 웃는 듯했다.

“신서가 완성되기 전, 우리의 ‘눈’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해졌다. 너희의 모든 움직임, 모든 계획은 이미 우리의 손바닥 안에 있다.”

요원이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진에게로 다가왔다. 진은 도망칠 곳을 찾았다. 그러나 이 거대한 보관고 안에는 그의 작은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었다. 레이저 총구는 여전히 그의 미간을 향해 있었다.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해라. 그러면 고통 없이… 보내주마.”

그 말에 진은 피식 웃었다. 고통 없이? 새벽의 그림자 일원에게 고통 없는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제국은 그를 산 채로 붙잡아 고문하고, 모든 정보를 쥐어짜낸 후, 잔혹하게 처형할 터였다.

그는 결심했다. 여기서 죽더라도, 흑서만은 넘겨줄 수 없었다.

진은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가장 가까운 책장 뒤로 숨었다. 요원의 레이저 총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고, 그가 방금 서 있던 자리의 바닥이 녹아내렸다. 진은 책장 뒤에 몸을 숨긴 채 숨을 헐떡였다.

“어리석은 놈. 도망칠 곳은 없다.”

요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발소리가 책장 사이로 울려 퍼졌다. 진은 재빨리 흑서의 표지를 열었다. 내부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마법 문자와 복잡한 회로도들로 가득했다. 당장 이 정보를 빼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에 띄는 그림이 있었다. 중앙 기록청 지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비밀 통로를 나타내는 약도였다.

‘이런 것이… 숨겨져 있었단 말인가?’

진은 요원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시간은 없었다. 그는 책장을 부수고 뛰쳐나왔다. 요원은 예상치 못한 진의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다시 총구를 겨눴다.

진은 몸을 날려 요원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거의 동시에 레이저 빔이 그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살이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흑서에 그려진 약도만을 머릿속에 새긴 채, 지하 깊숙이 향하는 계단으로 전력 질주했다.

“잡아라! 절대로 놓치지 마라!”

요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보관고를 가득 채웠다. 뒤에서 발소리가 여러 개로 늘어났다. 지원 병력이 도착한 것이다. 진은 피를 흘리는 어깨를 부여잡은 채 좁은 계단을 내려갔다.

약도에 그려진 비밀 통로는 마치 제국의 과거를 숨기려는 듯, 철옹성 같은 철문 뒤에 가려져 있었다. 진은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뒤에서는 근위병들의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어떻게 열지?”

그는 흑서를 다시 펼쳐 들었다. 약도 옆에 작은 글씨로 암호와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진은 급박하게 그 문양을 확인했다. 그리고 철문 중앙에 희미하게 새겨진 마법진에 손을 댔다. 문양에 새겨진 순서대로 마법진을 눌렀다.

쉬이이잉-!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철문이 서서히 옆으로 밀려났다. 그 틈새로 칠흑 같은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안으로 던졌다.

그가 통로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뒤편에서 근위병들의 분노 어린 외침이 들려왔다. 철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진은 닫히는 문틈 사이로 흑서를 간신히 던져 넣었다.

“문 열어! 당장 열어!”

쾅!

육중한 철문이 닫혔다. 진은 어둠 속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깨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기어이 흑서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승리감은 잠시였다. 통로 안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어둡고, 그리고 차가웠다. 마치 세상의 끝으로 향하는 길 같았다.

그리고 진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통로가 정확히 어디로 이어지는지, 흑서에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린 흑서가 희미하게 빛났다. 마치 그 안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책 안에 제국의 모든 비밀이,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희망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진은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과연, 이 길이 파멸로 향하는 길일까.
아니면, 새벽을 향하는 길일까.

그는 알 수 없었다.
오직 나아갈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는 흑서를 꽉 쥐었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격렬한 고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