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제1장. 지하의 굉음, 금기의 그림자

아르카나 마법학원의 밤은 언제나 고요했다. 오래된 마석 램프들이 자정의 짙은 어둠을 가르고, 강의실 복도에선 희미한 마력의 잔향만이 맴돌 뿐이었다. 하지만 카이에게 있어 이 시간은 비로소 ‘살아 있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잠든 고요 속에서, 그는 비로소 스스로의 존재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는 여느 밤처럼 후미진 마법 공학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교과서적인 마법 주문 외우기나 복잡한 마법진 그리기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대신 고장 난 마법 자동인형을 해체하고, 낡은 마력 증폭 코어를 수리하며, 오래된 유물 속에서 잠자던 동력원을 깨우는 일에 기이할 정도로 능숙했다. 그는 마법사보다는 기술자에 가까웠다. 명문 아르카나 학원에서는 그리 환영받는 재능은 아니었지만.

“하아… 이 미친 고물 같으니라고.”

카이는 작은 마력 분사기를 분해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자정의 종이 울린 지도 한참이었지만, 그의 손에 들린 고대 탐사 자동인형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반쯤 풀린 나사를 조이고, 마력 회로의 단락 지점을 찾아내던 그의 손이 문득 멈췄다.

쿵… 쿵…

아주 미세한, 그러나 규칙적인 진동. 심장 박동과도 같은 그 울림은 바닥을 타고 그의 손끝으로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학원 지하를 지나는 낡은 마력 파이프에서 나는 소리려니 했다. 아니면 저 먼 곳에서 상급생들이 금지된 소환 마법이라도 연습하는 걸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진동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희미한 굉음이 지하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듯했다. 쿵. 흐읍. 쿵. 흐읍. 마치 거대한 존재가 숨을 쉬는 듯한, 혹은 쇠사슬에 묶인 채 발버둥 치는 듯한 기이한 리듬이었다.

카이의 공학자적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는 허리에 찬 마력 측정기를 꺼내 들었다. 단순한 진동이 아니었다. 미약하지만 특이한 마력파가 함께 감지되고 있었다. 학원의 마력 방벽으로는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숨겨진 파동이었다. 그는 조용히 실험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발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복도 끝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진동과 굉음은 더욱 또렷해졌다. 마력 측정기가 붉은빛을 깜빡이며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측정 범위 밖의, 미지의 마력원이었다.

소리가 이끄는 곳은 학원 최하층, 학생들이 ‘출입 금지’라는 표지판 너머로 발 한 번 들여놓지 않는 낡은 서고 지하 통로였다. 학원 건설 초기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진 그곳은, 지반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몇십 년째 폐쇄되어 있었다. 그러나 카이의 눈에는, 그곳의 철문 틈새로 짙은 오존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쇳내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설마.”

그는 철문 옆의 환기구를 발견했다. 낡은 볼트 몇 개가 간신히 박혀있는 쇠창살은, 분명 누군가에게 의해 강제로 열린 흔적이 역력했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최근에 드나든 발자국.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공학자의 직감은 그곳에 ‘무언가’가 있음을 외치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마력 자동인형의 팔을 길게 늘여 쇠창살의 볼트 하나를 억지로 풀어냈다. 삐걱거리는 굉음과 함께 쇠창살이 떨어져 나갔다. 좁디좁은 환기구 틈새로 몸을 구겨 넣었다.

지하로 향하는 좁은 통로는 눅눅하고 축축했다. 공기 중에는 쇠비린내와 함께 역한 화학약품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발밑은 마치 거대한 동물의 내장처럼 꿈틀거리는 듯했다. 진동이 너무나도 강렬해져 이제는 몸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통로는 갑자기 거대한 공간으로 이어졌다. 카이는 숨을 들이켰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거대한 지하 공간. 그 중앙에는 거대한 용암 덩어리처럼 붉게 달아오른 마력장이 맹렬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력장의 한가운데에… 그것이 있었다.

길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기계.

거대한 갑주를 두른 전사처럼 웅장한 실루엣은 어둠 속에서도 위압적인 존재감을 내뿜었다. 검고 육중한 합금 외피는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로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문자들이 붉고 푸른빛을 번갈아 가며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흡사 악마의 형상을 닮은 듯한 뿔이 머리 부분에 솟아 있었고, 등 뒤에는 접혀 있는 듯한 거대한 날개 형상의 구조물이 보였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인형이나 골렘이 아니었다.

이것은 ‘병기’였다. 그것도 인류의 기술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태초의 신들이나 다뤘을 법한 전설 속의 병기.

쿵… 흐읍… 쿵… 흐읍…

그것이 바로 진동의 근원이었다. 거대한 기계의 심장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굉음과 함께, 주위의 마력장이 꿈틀거렸다. 마력 증폭 코어가 달린 눈동자를 굴려 기계의 세부를 살피던 카이의 얼굴이 점차 창백해졌다.

그 거대한 기계 병기의 가슴팍에서, 섬광처럼 터져 나오는 마력의 흐름 속에서, 그는 무언가 다른 것을 보았다. 그것은 순수한 마나의 흐름이 아니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무언가를 ‘흡수’하고 있는 듯한 영롱한 빛줄기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기계의 코어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흡사 생명의 불꽃처럼 아련하고, 동시에 소멸의 아우성처럼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의 파동.

그리고 그 파동 속에, 섞여 있는… 수많은 비명.

미약하지만 분명했다. 영혼을 갉아먹는 듯한, 수백 수천 개의 한숨이 겹쳐져 비명으로 승화된 듯한 울음소리가 거대한 기계의 코어에서부터 스며 나오고 있었다. 마치 수많은 존재가 그 기계 안에 갇혀, 영원히 고통받으며 그 동력원이 되고 있는 것처럼.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이건 단순한 마법 공학의 정수가 아니었다. 이건 ‘금기’였다. 살아있는 무언가를 제물로 삼아, 혹은 그 생명을 연료 삼아 움직이는, 끔찍하고 거대한 장치였다. 아르카나 마법학원 지하에 숨겨진 것은, 단순히 고대 유물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비명으로 작동하는, 악몽 같은 괴물이었다.

그때였다.

철컥.

저 안쪽, 거대한 기계 뒤편의 또 다른 통로에서 묵직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몇 명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검은 로브를 걸친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마법 지팡이가 아닌, 기계 장치를 조작하는 듯한 도구들이 들려 있었다.

“…아르카나의 교수들?”

카이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들의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그들이 낯선 기계 장치를 능숙하게 다루며, 거대한 병기를 향해 마력 흐름을 조절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동작은 섬뜩할 정도로 능숙하고 자연스러웠다. 마치 매일 밤 이곳에서 이 ‘금기’를 관리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 순간, 거대한 병기의 눈동자가 붉게 번쩍였다. 마력장이 한층 더 격렬하게 휘몰아치며, 지하 공간 전체를 흔들었다. 카이의 심장이 발작하듯 뛰었다.

그들은 아직 카이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는 숨을 죽인 채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조용히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금속성의 굉음과, 수많은 영혼들의 절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아르카나 마법학원의 고요한 밤.

카이는 겨우 환기구를 빠져나와 낡은 서고 복도로 돌아왔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울렸다. 폐 속에서는 쇠비린내와 오존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손끝은 차갑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마법 세계의 최고 학부인 아르카나 마법학원이… 지하에 그런 끔찍한 금기를 숨기고 있었다니.

그 거대한 기계는 무엇이었을까. 무엇 때문에 그토록 많은 비명을 흡수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학원 교수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 괴물을 기르고 있는 것일까.

카이는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방금 목격한 거대한 기계의 잔상이, 그리고 수많은 영혼들의 비명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새로운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카이는 그 밤의 심연 속에서, 무언가 끔찍한 진실의 첫 조각을 발견하고 말았다.

**[제1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