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학원 본관의 웅장한 지붕은 마치 구름을 뚫고 솟아난 거대한 봉우리 같았다. 현무학원. 이름만 들어도 대륙 전체가 고개를 끄덕이는, 기경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 위대한 배움터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으로 하진을 짓눌렀다.

오늘은 현무학원의 일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다. 고전 기경술 교리 수업. 대사부의 목소리는 마치 득음한 도사의 염불처럼 느리고, 고아하고, 지루했다. 강의실 창밖으로 보이는 연무장의 풍경은 더욱 그랬다. 햇살 아래 땀 흘리며 기를 단련하는 상급 학도들의 기합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저들은 벌써 ‘기문(氣門)’을 열고 내공을 운용하며, 초인적인 경지에 한 발씩 다가서고 있을 터였다.

하진은 푹 숙인 고개 아래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기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입학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그는 여전히 기경술의 ‘입문’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백만 명의 지원자 중 선택받은 소수의 엘리트만이 들어올 수 있다는 현무학원. 그 중에서도 하진은 가장 뒤떨어진 축에 속했다. 재능은 평범했고, 노력만이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이렇듯, 기는 만물의 근원이자 생명의 정수이니, 학도들은 이치를 깨닫고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대사부의 목소리가 맺어지는 순간, 강의실 안 여기저기서 꾸벅이던 몇몇 학도들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하진은 그들과 달리 졸지는 않았다. 그저,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거대하고, 자신은 너무나도 작게 느껴질 뿐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옆자리 친구인 규호가 툭 어깨를 쳤다.
“하진아, 오늘 저녁에 기숙사 뒤편에서 하는 비무 구경 갈래? 용호재 선배랑 흑풍재 선배랑 붙는다던데.”
용호재와 흑풍재. 현무학원 내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도들이 모인 두 수련관의 에이스들이 붙는 비무는 늘 볼거리였다. 하지만 하진은 고개를 저었다.
“난 괜찮아. 도서관 가서 기경술 기초 다시 볼래.”
규호는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에이, 그러다 평생 ‘기문’도 못 열고 졸업하겠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하진은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는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하진은 학원 본관 서쪽 별채로 향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그는 ‘근로 봉사’ 명목으로 오래된 서고를 정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본디 학도들은 기경술 수련에 전념해야 마땅했으나, 하진처럼 특출난 재능이 없는 학도들에게는 가끔 이런 자잘한 업무가 주어지기도 했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주어진 또 다른 형태의 ‘수련’이자 ‘벌칙’ 같은 것이었다.

서쪽 별채는 본관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둡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복도를 따라 걷자, 삐걱이는 나무 문이 나타났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자, 먼지가 자욱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서가에는 수백 년 된 고서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대부분은 이미 학원 도서관에도 없는 희귀 서적들이었으나, 너무 낡아 보존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곳에 방치된 것들이었다.

하진은 익숙하게 마스크를 쓰고 먼지떨이를 집어 들었다. 그의 임무는 서가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털고, 혹시라도 벌레가 파먹은 책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지루하고 고된 작업이었다. 온몸이 먼지로 뒤덮이고, 목이 칼칼해졌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서고 안은 더욱 어두워졌다. 하진은 서가 가장 안쪽에 있는, 유독 빛이 들지 않는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거미줄이 잔뜩 엉켜 있었고, 다른 책들과는 달리 특별한 장식조차 없는 검은색 장정의 낡은 책들이 무심하게 꽂혀 있었다. 손때가 묻어 반질거리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이곳의 책들은 한 번도 사람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듯했다.

“여긴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하진은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툭, 책 한 권을 빼내자 뒤쪽으로 낡은 벽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벽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색 흙이 묻어 있었다. 흙? 서고 안에는 흙이 있을 리 없었다. 이상한 위화감에 하진은 손가락으로 흙을 쓸어보았다. 마치 오래된 피가 굳어 말라붙은 것 같은 짙은 붉은색이 보였다. 섬뜩한 기운이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듯했다.

그때였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먼지떨이가 아래로 떨어졌다. 벽 뒤편에서 희미한 ‘끼이익’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마치 오래된 경첩이 마찰하는 듯한 소리. 하진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벽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벽을 자세히 살펴보자, 얼핏 보면 일반적인 벽돌처럼 보였던 부분이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거대한 석문이었다. 낡고 오래된 석문. 그 위에는 손으로 새긴 듯한 알 수 없는 문양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해독할 수 없는 고대 문자, 그리고 기괴하게 뒤틀린 사람의 형상. 석문 사이의 틈새로는 차가운 바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분명 서고 내부인데, 마치 지하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듯한 서늘함이었다.

하진은 손을 뻗어 석문을 밀어보았다. 굳게 닫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냉기는 점점 더 강렬해졌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한 알 수 없는 속삭임이 그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마치 죽은 자들의 비명소리 같기도 하고, 혹은 굶주린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소리였다. 환청일까?

그 순간, 그의 발치에 굴러다니던 낡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석문을 빼내다 함께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검은색 장정의 낡은 책. 표지에는 아무런 제목도 없었다. 하진은 책을 주워 들었다. 먼지투성이의 책장을 넘기자, 빛바랜 종이 위에는 기괴한 그림과 함께 알 수 없는 고대 문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그림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거대한 지하 통로를 형상화한 그림이었다. 통로 끝에는 거대한 석문이 그려져 있었고, 그 석문 위에는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것과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림 아래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현무의 심장, 그 아래 묵언의 심연. 금기를 탐하는 자, 영원한 고통에 잠길지어다.”**

하진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현무의 심장이라면… 현무학원 본관을 뜻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아래, 묵언의 심연. 금기.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한에 하진은 몸을 떨었다. 이곳은 분명 학원의 공식적인 구역이 아니었다. 대체 이곳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 걸까. 그리고 왜 이토록 꽁꽁 숨겨져 있는 걸까. 그 순간, 석문 사이에서 새어 나오던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번에는 분명한 소리였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그를 부르는 듯한 소리.

홀린 듯, 하진은 다시 석문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때, 문득 그의 손에 닿은 것은 석문의 틈새가 아니었다. 낡은 벽돌 사이에 숨겨져 있던, 작은 쇠지레였다. 녹슬고 오래된 쇠지레. 마치 누군가 이곳을 열기 위해 숨겨둔 것처럼 보였다.

하진은 쇠지레를 잡고 망설였다. 이 문을 열어야 할까? 아니, 열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그의 이성과 본능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금기. 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동시에, 알 수 없는 끌림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평생을 평범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평범할 것이라 여겨왔던 학도였다. 그런 그에게, 학원 깊숙한 곳에 숨겨진 ‘금기’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하진은 쇠지레를 이용해 석문 틈새에 박혀 있던 낡은 돌을 지렛대 삼아 밀어 올렸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석문이 서서히 안쪽으로 기울어졌다. 그 틈새로 칠흑 같은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차갑고 축축한 기운이 하진의 온몸을 감쌌다.

그것은 단순한 냉기가 아니었다. 수천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고통과 절망, 그리고 알 수 없는 악의가 뒤섞인 듯한 기운이었다. 하진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붉은 눈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누… 누구냐…?”
하진의 목소리는 미약하게 떨렸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현실이 아님을 빌었다. 그러나 차가운 현실은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형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보통의 인간과는 달랐다. 앙상하게 마른 팔다리, 꿰뚫어 볼 듯한 붉은 눈, 그리고 온몸을 휘감은 녹슨 쇠사슬…

이것이, 현무학원 지하에 숨겨진 금기의 정체인가?
하진은 턱없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진실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