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붉은 먼지의 미궁
**씬 1.**
[**배경**: 붉은 먼지로 뒤덮인 황량한 폐허. 한때 거대했을 건축물의 잔해가 하늘을 찌르듯 솟아있지만, 이제는 녹과 부식으로 검붉게 변해가는 중이다. 탁한 주황색 하늘은 늘 그렇듯 희뿌연 안개로 덮여 답답한 느낌을 준다. 간혹 낡은 호버카의 잔해들이 길가에 나뒹굴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가 회오리치며 시야를 가린다.]
[**인물**: 재하. 20대 초반. 낡고 헤졌지만 기능적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방진복을 입고 있다. 한쪽 눈은 사이버네틱 의안으로, 희미한 푸른빛을 띠며 주위를 스캔하고 있다. 등에는 개조된 자동소총이 걸려있고, 허리춤에는 다양한 도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내레이션 (재하)**]
이 빌어먹을 세상은, 숨 쉬는 것조차 투쟁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제의 내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오늘의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뒤섞여 내 숨통을 조여왔다.
먼지, 부패, 그리고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그림자들.
그것이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였다.
[**지문**: 재하의 사이버네틱 의안이 ‘삐빅’ 소리를 내며 전방의 잔해 더미를 스캔한다. 렌즈 안에서는 지형 정보와 위험 요소가 실시간으로 분석되어 재하의 시야에 오버레이된다.]
**재하** (독백)
…이런 곳에서 뭔가 나올 리 없지. 이쪽은 싹 다 털렸을 텐데.
[**지문**: 재하가 낡은 전술 장갑을 낀 손으로 허리춤에 매달린 휴대용 스캐너를 꺼내든다. 스캐너 액정에는 희미한 에너지 반응이 깜빡이고 있다. 아주 미약하지만,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였다.]
**재하** (독백)
흐음… 이 미약한 신호는 뭐지? 보급품? 아니면…
[**효과음**: ‘끼이이익-‘]
[**지문**: 재하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본다. 폐허가 된 건물 한쪽 벽면에서 녹슨 철골 구조물이 바람에 흔들리며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언제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
**재하** (독백)
젠장. 여기도 불안하군.
[**지문**: 재하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신발 밑창은 폐허 바닥의 파편들을 밟고도 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훈련된 움직임이었다.]
—
**씬 2.**
[**배경**: 거대한 폐건물의 내부. 외부와는 달리 붉은 먼지 대신 어둠과 습기가 가득하다. 낡은 파이프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천장에서는 전선들이 거미줄처럼 엉켜 늘어져 있다. 간혹 깜빡이는 비상등만이 희미한 빛을 내뿜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벽면에는 알아보기 힘든 낙서와 고대 문양들이 그려져 있다.]
[**지문**: 재하가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밖과는 다른 음산한 분위기가 그를 감싼다. 의안이 어둠 속을 꿰뚫어 보며 주변을 탐색한다.]
**재하** (독백)
(작게 중얼거린다) 냄새… 썩은 물이랑… 금속 타는 냄새. 여기도 별반 다를 게 없군.
[**지문**: 재하가 한참을 걸어 들어간다. 통신이 두절되었는지, 그의 사이버네틱 의안은 더 이상 외부 정보를 수신하지 못한다. 오직 내장된 센서만이 작동할 뿐.]
[**효과음**: ‘타악… 타악…’]
[**지문**: 재하의 발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울린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인다. 이 건물은 겉보기보다 넓고 복잡한 미로 같았다.]
**재하** (독백)
(내장된 스캐너를 가동하며) 내 예상보다 깊은데… 이 정도면 꽤 오래전에 버려진 시설이겠지. 뭘 찾을 수 있으려나…
[**지문**: 재하의 의안이 희미한 열 감지 반응을 포착한다. 아주 작고, 불규칙적인 움직임이었다.]
**재하** (독백)
뭐지? 생체 반응?
[**지문**: 그는 권총을 꺼내 들고 조심스럽게 자세를 낮춘다. 그의 얼굴은 차분하지만, 의안의 푸른빛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
—
**씬 3.**
[**배경**: 폐기된 데이터 서버룸. 천장 파이프는 여기저기 부서져 물이 새고, 바닥에는 데이터 칩과 부품들이 뒹굴고 있다. 수십 개의 낡은 서버 랙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고, 그중 몇몇은 여전히 희미한 전력을 받아 불안하게 깜빡이는 빛을 내고 있다. 공기 중에는 눅눅한 습기와 먼지, 그리고 알 수 없는 쇠 비린내가 섞여 있다.]
[**지문**: 재하가 서버 랙 사이를 은밀하게 움직인다. 그의 눈은 스캐너가 지시하는 방향을 좇는다. 반응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재하** (독백)
이 건물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정도면… 꽤 간 큰 녀석이겠군. 아니면… 나처럼 절박한 녀석이거나.
[**효과음**: ‘삐빅- 삐빅- (스캐너 경고음)’]
[**지문**: 스캐너가 갑자기 격렬하게 반응한다. 재하가 몸을 숨긴다. 낡은 서버 랙 뒤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느껴진다. 무언가를 뒤적이는 소리.]
**??** (속삭이듯, 불안한 목소리)
젠장… 아무것도 없잖아… 씨발…
[**지문**: 재하는 숨을 죽인다. 목소리는 거칠고 젊은 남성의 것이었다.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인다.]
**재하** (독백)
(이를 악문다) 패거리인가… 젠장, 재수 없게.
[**지문**: 서버 랙 틈새로 보이는 것은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세 명의 남자였다. 그들은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추며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 모두 칼이나 몽둥이 같은 조악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무리 1** (거친 목소리)
야, 민수. 진짜 여기 뭐가 있다고 들은 거 맞아? 벌써 몇 시간째 헤매고 있는데 빈손이잖아!
**민수** (짜증 섞인 목소리)
시끄러워! 확실하다고! 이쪽으로 신호가 잡혔어. 옛날 통신 중계기라고! 그거만 찾으면… 그거만 찾으면 보급이랑 바꿀 수 있다고!
**무리 2** (비웃듯)
하, 보급? 굶어 죽기 직전에 통신 중계기가 웬 말이냐. 차라리 저번처럼 싸구려 에너지 바라도 찾는 게 낫지.
[**지문**: 재하는 상황을 분석한다. 그들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자신처럼 굶주렸고, 자신처럼 절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셋이었다.]
**재하** (독백)
셋… 게다가 무장까지. 정면 승부는 피해야 해.
[**지문**: 재하의 의안이 서버룸 구석에 있는 환풍구를 스캔한다. 좁지만, 몸을 숨겨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재하** (독백)
(결심한 듯) 방법은 하나뿐이군.
[**지문**: 재하가 권총을 다시 집어넣고, 등에 메고 있던 개조된 소총을 천천히 꺼내든다. 소총은 낡았지만 잘 관리되어 있었고, 탄창에는 묵직한 카트리지가 장전되어 있었다.]
**재하** (독백)
…하지만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도망치는 건, 결국 죽음으로 이어질 뿐이야.
(그의 의안이 푸른 섬광을 내뿜으며 적들을 조준한다.)
먼저 해치우는 수밖에.
[**효과음**: ‘찰칵- (안전장치 해제 소리)’]
[**내레이션 (재하)**]
이곳은 정글이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곳이 아니라,
그저 살아남은 자가 강한 곳.
그리고 오늘, 내가 그 ‘살아남은 자’가 되어야만 했다.
내일의 해를 보기 위해서.
내일의 먼지를 마시기 위해서.
[**지문**: 재하의 입술이 살짝 비틀린다. 조용했던 서버룸에, 곧 피비린내가 진동할 예감이 엄습한다. 재하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감기는 순간, 화면은 어둠으로 전환된다.]
**다음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