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제목: 낡은 집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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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씬 (SCENE) #1**
* **배경:** 곰팡이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낡은 단독주택의 창고. 먼지가 켜켜이 쌓인 가구들과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한 줄기 빛이 창문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공중을 떠다니는 먼지 알갱이들을 무대 위 배우처럼 비춘다.
* **등장인물:** 지호 (20대 중반 남성. 덥수룩한 머리, 며칠 밤샘한 듯 피곤한 기색 역력. 낡은 작업복 차림.)
(지호, 한숨을 푹 쉬며 묵직한 이불 뭉치를 겨우 들어 옮긴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과 피로가 뒤섞여 있다.)
**지호 (독백):** (힘없이 중얼거리는 듯) 이놈의 집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거야… 할머니, 그냥 다 버리고 가시지 그랬어요. 쓸데없는 것만 잔뜩 남겨놓으시고…
(지호, 팔꿈치로 이마의 땀을 닦아낸다. 창고 구석, 낡은 장롱 뒤에 숨겨진 듯한 작은 문이 보인다. 벽의 색과 거의 같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지호:** (눈을 가늘게 뜨며) 어? 저건 뭐지? 벽인가… 아니, 문 같은데?
(지호, 호기심과 귀찮음이 뒤섞인 표정으로 장롱을 밀어낸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장롱이 조금씩 움직이고,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작은 나무 문이 완전히 드러난다. 문은 낡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섬세하게 조각된 문양으로 덮여 있다.)
**지호:** 맙소사, 이런 게 있었어? 평생 몰랐네.
(지호,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에 닿는다. 문고리를 돌리자, 삐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아주 조금 열린다. 안에서는 더 깊고 오래된 먼지 냄새가 풍겨 나온다.)
**지호 (독백):** 여기가 할머니가 늘 ‘손대지 말라’고 하셨던 그 방인가…? 대체 뭘 숨겨두셨길래…
(지호,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본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어두운 공간. 그 안에 놓인 것은 낡은 가구들과 함께, 중앙에 놓인 작은 나무 탁자 위, 먼지 쌓인 상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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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씬 (SCENE) #2**
* **배경:** 앞선 숨겨진 방 안. 지호가 들고 온 손전등 불빛이 상자 위를 비춘다. 상자는 손때가 묻어 반질거리는 오래된 나무로 만들어졌고, 표면에는 복잡하고 이국적인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다. 마치 단순한 장식이 아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지호, 상자 앞에 쪼그려 앉아 손전등으로 상자를 꼼꼼히 살핀다. 상자의 잠금장치는 단순한 걸쇠 하나로 되어 있다.)
**지호 (독백):** 평범한 보물 상자는 아닌 것 같은데. 이걸 왜 이렇게 숨겨두셨을까?
(지호, 잠시 망설이다가 걸쇠를 연다. 묵직한 소리가 나며 뚜껑이 열린다. 안에는 낡은 천 조각에 싸인 무언가가 들어 있다. 지호는 조심스럽게 천을 걷어낸다.)
(천 아래 드러난 것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낡은 가죽 일기장(혹은 고서)이었다. 표지는 검은 가죽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는 상자 표면과 같은, 알 수 없는 상형문자와 같은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지호는 저절로 손이 뻗어져 책을 집어 든다. 책은 생각보다 무겁고, 손끝에 닿는 가죽의 질감이 마치 살아있는 피부처럼 오묘하게 느껴진다.)
**지호:** (놀란 눈으로) 일기장… 인가? 아니, 너무 오래됐잖아. 글자는 또 뭐야? 한자도 아니고…
(지호, 일기장의 표지를 매만진다. 손끝에 닿는 상형문자들이 미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진다. 순간, 지호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두운 숲, 피어나는 안개, 낮은 읊조림 같은 소리들… 찰나의 순간이었다.)
**지호:** (머리를 흔들며) 뭐야?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지호,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펼친다. 안에는 역시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림도 몇 장 그려져 있는데, 모두 추상적이고 기이한 형태의 것들이다. 어떤 페이지에는 손으로 그린 듯한 복잡한 별자리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 별자리 중앙에는 특히나 눈에 띄는, 쐐기 모양의 문자가 박혀 있다.)
**지호 (독백):** 할머니는 이런 걸 읽으셨던 걸까? 대체 무슨 내용일까… 어쩐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싸하다.
(지호, 일기장을 덮는다. 어두운 방 안, 닫힌 일기장의 표면에서 새겨진 문양들이 아주 미약하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게 빛나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지호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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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씬 (SCENE) #3**
* **배경:** 며칠 후. 혼잡한 시내의 작은 카페. 창가에 앉은 지호는 무기력한 표정으로 커피를 휘젓고 있다. 그의 옆에는 그 낡은 일기장이 놓여 있다.
* **등장인물:** 지호, 카페 손님들.
(지호, 스마트폰으로 일기장의 문양을 찍어 검색해 보지만,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쉰다.)
**지호 (독백):** 인터넷에서도 안 나오면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해? 고고학 박물관에 가져가야 하나. 웃긴 놈 취급받는 건 아니겠지.
(그때, 지호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친구 상혁이다.)
**상혁 (음성):** 야, 지호! 너 요즘 어디 박혀 있냐? 전화도 안 받고. 할머니 댁 정리 다 됐어? 밥이라도 먹자니까.
**지호:** (피곤한 목소리로) 아직 한참 남았어. 끝이 없어, 끝이. 밥은 무슨 밥이야. 난 여기 먼지에 파묻혀 죽을 것 같으니까 그냥 와서 나 좀 꺼내줘라.
**상혁 (음성):** 또 엄살은. 아무튼 오늘은 안 되고. 내일 저녁에 내가 들를게. 그때 봐.
(상혁의 말이 끊어지기 무섭게, 카페 문이 열리고 한 젊은 여성이 들어온다. 그녀는 계산대 앞에서 주문을 한다. 지호는 무심코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순간, 지호의 머릿속에서 쨍한 파열음이 울린다. 이명처럼 ‘쉬이익-‘ 하는 소리가 귓가를 강타하고, 그녀의 생각과 감정이 마치 투명한 막 너머로 보이는 것처럼 또렷하게 감지된다.)
**지호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속으로) ‘아… 망했어. 짝사랑 상대가 이 카페 알바랑 사귄대…?’
(지호는 황급히 눈을 감았다 뜬다. 다시 여성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여성이 주문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호 (독백):** (심장이 쿵쾅거린다) 뭐야?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착각인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이 들리나 봐.
(지호는 애써 침착하려 한다. 하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그는 곁에 놓인 일기장을 무의식적으로 내려다본다. 검은 가죽 표지의 낡은 문양들이, 그의 눈에만 보이는 듯 아주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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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씬 (SCENE) #4**
* **배경:** 밤이 깊어진 지호의 방. 방 안은 어둡고, 스탠드 불빛이 낡은 일기장 위에만 집중되어 있다. 창밖에서는 풀벌레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지호, 잠 못 이루고 일기장을 다시 펼쳤다. 아까 카페에서 겪었던 기묘한 경험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는 불안한 얼굴로 일기장 속 쐐기 모양의 문양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어본다.)
**지호 (독백):** 착각일 리 없어. 너무 생생했잖아. 며칠 전 그 방에서… 이 책을 만졌을 때도… 뭔가 섬뜩했어.
(지호의 손가락이 쐐기 모양 문양에 닿는 순간, 일기장 전체에서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미약한 진동이 느껴진다. 이내 문양들 사이를 흐르는 희미한 빛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춘다. 불빛은 점점 강해지더니, 방 안의 그림자를 기이하게 일렁이게 만든다. 지호의 눈동자에 공포와 함께 알 수 없는 흥미가 교차한다.)
**지호:** (숨을 들이키며) 이… 이건…
(지호의 눈앞에 일기장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간다. 그리고는 쐐기 문양이 그려진 페이지가 활짝 펼쳐진다. 그 문양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더니, 지호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지호의 몸이 굳어버리고, 그의 눈동자에는 일기장 속 빛나는 문양이 그대로 반사된다. 그의 뇌리 속으로 수많은 알 수 없는 이미지와 소리들이 폭풍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고대의 언어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누군가의 깊은 절규, 그리고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차가운 시선들…)
**지호 (비명):** 으아아아악!
(지호의 비명과 함께, 일기장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방 안은 다시 어둠에 잠기고, 일기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히 닫혀 있다. 지호는 침대 끝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의 눈은 공포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 깨어나듯 형언할 수 없는 열망 같은 것이 번득인다.)
**지호 (독백):** (떨리는 목소리로) 이 책은… 대체… 뭘까…?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
(지호는 땀으로 축축한 손을 들어 일기장을 다시 바라본다. 낡은 가죽 표면의 문양들이, 이제는 마치 자신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의 마음속에, 미지의 힘이 깨어난 순간의 잔상이 강렬하게 남는다. 두려움 속에서도, 그는 이미 그 힘에 매혹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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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