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사이버네틱스 빌딩들의 강철 비늘 숲이 하늘을 찔렀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네온 간판들이 지상을 축축하게 비추는 도시, 뉴-서울의 최하층. 그곳은 인간의 탐욕이 뱉어낸 온갖 잔해들이 켜켜이 쌓인 무덤이자, 끝없는 생존의 전쟁터였다. 빗물이 끊임없이 녹슨 파이프를 타고 흘러내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전자 부품 타는 냄새가 섞인 공기를 가득 채웠다.

카인은 허리까지 오는 스크랩 더미 속에서 몸을 웅크렸다. 그의 눈은 나이트 비전 필터를 통해 희미하게 빛나는 통로의 끝을 응시했다. ‘지하 32구역’. 한때 거대 기업 ‘프로메테우스 코퍼레이션’의 핵심 데이터 서버 팜이 있던 곳이었지만, 20년 전의 대화재 이후로는 완전히 버려진 채 봉인된 곳이었다. 도시의 ‘청소부’들이 몇 번 뒤졌지만, 여전히 건질 게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카인은 그 소문을 좇아 여기까지 내려왔다.

“이 빌어먹을 구역은, 언제쯤 미련을 버릴까.”

그의 조용한 중얼거림은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지 못했다. 손목에 찬 다용도 도구 ‘멀티-랜서’를 켰다. 스크린에 미세한 전자기장 스캔 데이터가 깜빡였다. 목표는 단 하나, 초고대역 뉴로-칩. 재수 좋으면 하나에 도시 외곽의 작은 아파트 월세를 해결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다.

카인은 망가진 보안 게이트를 조용히 해킹해 열었다. 삐걱거리는 금속음이 신경을 긁었지만, 이내 침묵에 잠겼다. 텅 빈 데이터 룸은 검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채 흡사 거대한 유령선 같았다. 먼지 쌓인 서버 랙들이 미로처럼 늘어서 있었다. 그는 익숙하게 낡은 케이블을 피하고, 바닥에 널린 파편들을 밟지 않으며 안쪽으로 향했다.

십여 분을 더 들어갔을까. 스캔이 미약하게 반응했다.
“잡았다.”
카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그 스캔은 뉴로-칩의 것이 아니었다. 미세하지만, 기이한 에너지 파동. 마치 심해 속에서 빛나는 생명체처럼, 분명 존재하는 무언가였다.

낡은 서버 랙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룸의 가장 안쪽 벽면이 드러났다. 다른 벽들과는 이질적인 재질의 검은 돌. 그리고 그 한가운데, 마치 돌이 스스로 갈라져 피워낸 꽃처럼, 그것이 박혀 있었다.

“이게… 뭐야.”

카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예상했던 어떤 형태의 부품도 아니었다. 야구공만 한 크기. 매끄럽고 짙은 암회색 표면. 마치 검은 유리를 깎아 만든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미세한 금속성 섬유가 얽혀 있는 듯했다. 그리고 가장 기이한 것은, 그 표면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녹색 빛이었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깜빡였다.

카인은 멀티-랜서를 가까이 가져갔다. 스캔 파동이 휘청거렸다.
‘경고: 알 수 없는 에너지원 감지. 접근 금지.’
액정에 붉은 경고 메시지가 점멸했다. 이 장비로 스캔조차 불가능하다는 건 처음이었다. 카인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빛나는 물체에 닿았다.

그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격렬한 진동이 덮쳤다. 하지만 그것은 전기적인 충격이 아니었다. 그의 뇌 깊숙한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의 파동이었다. 빛나는 물체에서 뿜어져 나온 녹색 섬광이 그의 눈을 강타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시야에 알 수 없는 문자들이,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폭풍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치 수천 년 전의 기억이 강제로 주입되는 것 같았다. 거대한 힘이 그의 의식을 압도하려 했다.

“크윽!”

카인은 비명을 참으며 손을 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마치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물체에 단단히 달라붙어 있었다. 녹색 빛은 더욱 강렬해졌고, 그의 몸 안에서 뭔가가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벽에 박혀 있던 그 물체가 스스로 떨어져 나와 그의 손바닥 위에 안착했다.

손바닥에 올려진 물체는 따뜻했다.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진동했다. 그리고 그 진동과 함께, 서버 팜의 고요는 산산조각 났다.

삑- 삐비빅-!

귀청을 찢는 비상 알람이 울려 퍼졌다. 룸 전체에 붉은색 비상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젠장!”
카인은 욕설을 내뱉으며 물체를 황급히 허름한 코트 안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알람은 점차 가까워지는 듯했다. 이곳은 버려진 구역이지만, 보안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건 아주 나쁜 징조였다.

저 멀리, 복도 끝에서 금속성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무겁고 규칙적인 소리. 도시의 순찰대가 아니었다. 그들의 발자국은 더 가볍고, 더 산만했다. 이 소리는… 마치 ‘청소부’들의 전투 부츠가 바닥을 긁는 소리 같았다. 아니면, 이 물건을 찾던 다른 스크래퍼들이거나. 어느 쪽이든, 목숨이 위험했다.

카인은 빛나는 물체가 있던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미 균열이 간 벽에 더 큰 금이 갔다. 그는 그것을 발판 삼아 옆쪽의 좁은 환기구 통로로 몸을 밀어 넣었다. 먼지와 거미줄이 그의 몸을 휘감았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환기구는 좁고 어두웠다. 그는 멀티-랜서의 손전등을 켜고 전방을 비췄다. 낡은 볼트와 너트가 박힌 철골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통로를 따라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뒤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렸다.

“여기를 확인해!”
“내부 침입자 확인! 즉각 포획하라!”

거친 음성이 금속 벽을 타고 울렸다. 카인은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최소한 둘 이상이었다. 그리고 이 구역에서 그들이 찾던 게 뭔지 알게 된다면… 그는 이대로 사라질 수 없을 터였다.

좁은 통로의 끝, 간신히 출구로 보이는 곳에 도달했다. 거대한 원형 통로, 한때는 도시의 하수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었을 법한 곳이었다. 하지만 출구는 낡은 격자 철문으로 막혀 있었다. 멀티-랜서로 해킹을 시도했지만, 오랜 세월 닫혀 있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등 뒤에서 금속성 긁는 소리가 더 커졌다. 좁은 환기구 안으로 손전등 불빛이 길게 뻗어 들어왔다.
“거기서 꼼짝 마!”

카인은 몸을 돌렸다. 환기구 끝,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붉게 빛나는 광학 센서가 으르렁거리며 그를 향했다. 한눈에 봐도 싸구려 사이버웨어로 덕지덕지 치장한 ‘스크랩 해적’이었다. 녀석의 팔뚝에는 녹슨 칼날이 번뜩였다.

“찾았다, 개자식! 네가 가지고 있는 거, 내놔!”

카인은 손에 들고 있던 낡은 렌치를 꽉 쥐었다. 상대는 최소 200kg은 되어 보이는 거구였다. 정면으로 붙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의 눈은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낡은 철문, 그리고 그 옆의 부식된 벽.

“네가 가진 게 뭔지 아는 순간, 넌 이 도시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야!” 스크랩 해적은 킬킬거렸다.

카인은 대꾸 대신, 격자 철문 옆의 부식된 벽을 향해 전력으로 몸을 날렸다. 쾅! 낡은 벽에서 ‘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생겼다. 해적은 당황한 듯 잠시 주춤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인은 격자 철문의 잠금장치를 향해 멀티-랜서의 드릴 기능을 작동시켰다. 낡은 볼트들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갔다.

“저 새끼가!”
해적의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카인은 가까스로 몸을 비틀어 피했다. 칼날이 그의 어깨를 스치며 코트 자락을 찢었다. 삐걱거리는 문이 가까스로 열렸다. 카인은 망설임 없이 좁은 틈새로 몸을 던졌다.

그의 몸은 낡은 하수구 파이프와 부식된 계단에 부딪히며 미끄러져 내려갔다. “크아악!” 거친 물줄기가 쏟아지는 통로 끝, 그는 간신히 바닥에 착지했다. 뒤에서 격자 철문이 완전히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칠 생각 마!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해적의 목소리는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카인은 더 이상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어두컴컴한 지하 터널, 낡은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미로. 익숙한 지형이었다. 이곳은 카인의 영역이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의 급회전, 몇 개의 낡은 환기 통로를 통과하자, 마침내 추격대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해졌다. 그는 낡은 콘크리트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안전한가? 아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은 위기를 넘겼다. 카인은 천천히 코트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의 손에 잡힌 물체는 여전히 따뜻했고, 미세한 떨림을 전해왔다. 그는 그것을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녹색 빛은 여전히 은은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주변의 어둠 속에서 마치 유일한 생명체처럼 빛났다. 그리고 그 빛 아래, 그의 손바닥에는 희미한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고대의 상형문자 같기도, 아니면 알 수 없는 문명의 흔적 같기도 한 기묘한 문양이었다. 마치 그것이 그의 피부를 태워 만든 듯했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맥박과 함께 그 문양이 미세하게 박동하는 것 같았다.

카인의 시선은 그 문양에 고정되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이 물건이 깨어나자마자, 대체 누가, 왜 나를 쫓아오는 거지?
그의 머리 위로, 도시의 차가운 네온 빛이 끊임없이 번뜩였다. 그 빛은 마치 그를 비웃는 듯, 혹은 거대한 비밀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듯 보였다.